다음 생에는 돌멩이로 태어나게 해주세요.
13.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


회장실에서 나와 곧바로 정국이의 병실로 갔다.

아직 안깨어났을 테니까.

그냥,

얼굴만 한 번 보고 오려고.

미안하다고,

한 마디만 하고 가려고.

정국의 병실로 향했다.

안으로 들어가니 아직 의식을 찾지 못한 정국이가 눈을 감은 채로 누워있었다.

나는 비록 의식은 없지만 내 목소리가, 내 사과가 정국이의 귀에 직접 들어갔으면 해서.

사람으로 변해 입을 열었다.


김여주
...미안해.

나는 그 말 한 마디를 내뱉고는 뒤를 돌아 나가려고 했다.

순간 깨어난 정국이가 내 손목을 붙잡아오지 않았으면.


갑자기 내 손을 붙잡은 누군가에 나는 고개를 돌려 그 정체를 확인했다.

그건 정국이였고, 내가 돌아보자 정국이는 느리게 눈을 떴다.

그리고 이어서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전정국
왜 누나가 미안해해요.

나는 정국이의 말에 차마 나 때문에 네가 그렇게 된 거라고,

너는 못봤겠지만 사실 나는 그 자리에 있었다고,

그렇게 말을 할 수가 없어서 그냥 고개만 좌우로 도리질 쳤다.

그런 나를 가만히 바라보던 정국은 다시 입을 열었다.


전정국
저는 괜찮으니까 윤기형한테 가주세요.


전정국
형 지금 많이 심란할 거에요.


김여주
...응, 알겠어.


김여주
쉬어.


김여주
다음에 또 올게.

나는 그 말을 끝으로 병실 밖으로 나갔다.



문 앞에 기대어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리고 고개를 돌리자 멀리서 다가오는 석진오빠가 보였다.


김석진
여주?


김석진
정국이 보러 왔어?


김여주
네,


김여주
깨어났어요, 어서 가보세요.


김석진
아, 그래?


김석진
알려줘서 고마워.

석진오빠는 싱긋 웃어보이더니 잠시 침묵하다 물었다.


김석진
...혹시 무슨 일 있어?


김석진
별로 기분이 안좋아보이네.

그에 내가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자,

석진오빠는 다시 물었다.


김석진
혹시 윤기랑 무슨 일 있었어?

석진오빠는 여전히 아무말 못하고 입술만 꾹꾹 물고있는 내 모습을 보고는 살풋 웃으며 말했다.


김석진
윤기가 또 심한 말 했지?


김여주
...또요?


김석진
윤기가 표현이 많이 서툴러.


김석진
자기 딴에는 걱정이라고 내뱉은 말이지만,


김석진
의도치 않게 상처도 많이 주고.


김여주
...


김석진
무슨 말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김석진
그거 진심 아닐 거야.


김석진
아마 지금 엄청 미안해하고 있을걸?


김여주
...그래도.


김여주
이번에는 제가 잘못한 게 맞아요.


김여주
...


김여주
아마 앞으로는...

석진오빠는 나를 잠시 바라보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김석진
이기적인 말일지도 모르겠지만,


김석진
너까지 없으면 윤기 많이 힘들어할거야.

그에 나는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



김여주
죄송해요.


김여주
오빠가 잘 좀 챙겨주세요.


김여주
저는 진심으로,

"윤기가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석진선배는 가만히 듣다가 내 말이 끝나자 싱긋 웃으며 말했다.


김석진
그래, 네 생각이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김석진
너도 너무 신경쓰지 말고,


김석진
조심히 들어가.

석진오빠는 그 말을 끝으로 내게 손을 흔들어 주고는 나를 지나쳐 정국이의 병실 안으로 들어갔다.

나는 멀어져가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생각했다.


그리고 그건,

제가 없어야만 가능한 일이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