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생에는 돌멩이로 태어나게 해주세요.

14. 바람을 타고 다시 돌아올지.

**(윤기시점)

그로부터 며칠이 지났다.

그냥 있었다.

사무실,

내 자리에 앉아서.

그냥 하염없이.

기다렸다.

혹시 네가 다시 올까봐.

혹시라도 네가 온다면,

나 민윤기는 이곳에 있어야 하니까.

그래서 있었다.

이 자리에 앉아서,

몇 시간이고,

며칠이고,

그냥 멍하니 앉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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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민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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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제발 정신 좀 차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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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미안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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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너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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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그럼 적어도 네가 이러고 있으면 안 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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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네가 상처같은 말들 내뱉어서 쫓아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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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그래서 후회중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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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이러고 있으면 안되는 거 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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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너 이러고 있으라고 여주 떠난 거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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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여주는 마지막까지,

"네가 진심으로 행복하길 바랬어."

그의 말에 나는 멍하니 허공을 응시하던 눈을 들어 그를 쳐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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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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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행복 할 수가 없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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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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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내 시궁창같던 인생에 들어온 실낱같은 행복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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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다 날아가버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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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네가 불어버린 거 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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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그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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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다 날아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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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나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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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나가서 바람이라도 좀 쐐고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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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어차피 네가 꽉 붙들지 않았다면 그 바람에 날아가버렸을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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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혹시 모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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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바람을 타고 다시 돌아올지.

**

무작정 거리로 나왔다.

그리고는 그냥 걸었다.

너는 나에 대해서 뭐든지 다 알고 있었는데.

나는 너에 대해 아는 게 하나도 없구나.

집, 전화번호, 취미는 뭐고, 특기는,

하물며 뭘 좋아하고 뭘 싫어하는 지 까지.

이럴 줄 알았다면 집주소라도 물어볼 걸.

아니, 전화번호라도.

아니다.

그냥 사소한 거 하나라도.

그러면 그것과 관련된 모든 걸 다 뒤져서라도 널 찾아냈을텐데.

아는 거라고는 고작 이름밖에 없었어.

항상 네가 먼저 나에게 다가왔고,

말을 걸어줬고,

찾아와줬구나.

나는 그냥 그걸 받아드리고,

당연하게 생각했던 거야.

이제는 너무 당연해진 거야.

익숙함에 속아버린 거야.

혹시라도 네가 보일까봐,

거리를 걷고, 또 걸었다.

환상이라도 좋으니 제발 내 눈 앞에 나타나 줘.

천사

거기, 저승사자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