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감이라는 이름으로
01


짝-

경쾌한 마찰음과 함께 여주의 목이 돌아갔다.

잇새 사이로 신음 소리가 흘러나올 뻔 했다.

공여주
으...


유나연
이 쓰레기야, 넌 쳐맞아도 싸. 이, 이 못된 년.

나연이 입술을 꾹 깨물고는 여주를 노려봤다.

분노에 가득 차서 눈물을 흘리는 나연을 빤히 바라보던 여주가 말을 이었다.

공여주
아프게 때리네.

공여주
너가 그렇게 나 보고 나쁜 년, 못된 년 해 봤자 돌아오는 건 없어.

여주가 크게 조소를 터뜨렸다.

공여주
너가,

공여주
그런다고,

공여주
윤정한이 널 봐줄 줄 아나본데.

여주가 입꼬릴 올려 웃으며 나연의 귀 가까이에 대고 말했다.

공여주
그래봤자 추해지는 건 너 밖에 없다?


유나연
뭐?


유나연
이 미친년... 진짜 무서운 새끼...

공여주
칭찬 고마워.

여주가 그 말을 끝으로 돌아섰다.

미처 흐르지 못한 눈물을 소매로 닦으며.

응, 응. 도착했어. 여주의 말이 호텔 복도 안을 울렸다.

공여주
몇 호라고?

아,1407호. 어. 응. 들어갈게. 여주가 전화를 끊고는 심호흡을 했다.

오늘은 조금의 칭찬이라도 더 해주길.


윤정한
용케 잘 찾아왔네.

공여주
내가 누군데.


윤정한
맞았어?

공여주
어.


윤정한
안됐네.


윤정한
내 말 잘 들어줬으면 상을 줘야지.

여주의 손에 금색 반지 몇 개가 떨어졌다.


윤정한
원하는 만큼.

공여주
보수는 고마워.

공여주
내일은 나 뭐 해야 해?


윤정한
나 내일 H그룹 파티 초대 받아서 가야 돼.


윤정한
옷은 내가 챙겨줄게. 넌 그냥 따라와서 몇몇 여자들 상대하면 돼.

공여주
거기 또 유나연 오냐?


윤정한
와야지, 내 약혼녀인데.

공여주
걔 좀 떼어내 봐, 귀찮아 죽겠어.


윤정한
미쳤냐? 걔가 내 돈줄이야.


윤정한
우리 비즈니스 관계잖아. 잘 해야지, 안 그래?

공여주
물론 그렇지. 잘 할게.


윤정한
고마워. 오늘 자고 갈 거야?

공여주
아니. 피곤해서.


윤정한
알겠어, 수고하고.

공여주
갈게.


윤정한
잘 가.

무미건조한 대화가 끝나고, 여주는 호텔을 나섰다.

여주는 정한과 엄연히 공생 관계였다.

이런 관계가 되기 시작한 것은,


윤정한
으악,


윤정한
괜찮으세요?

공여주
아, 아. 괜찮아요.

회사 사원이었던 여주가 사장 아들이던 정한과 부딪혀 서류를 쏟아버리면서 시작됐다.

정한 눈에는 얼굴도 반반하고 성격도 싹싹한 게 마음에 들어서,

정한의 돈벌이 수단에 적합해 보였기 때문에.

일개 사원이 받아본 적 없는 믿을 수 없는 돈의 자릿수로 내기를 걸었다.

하루에 40만원. 엄청난 보수였다.

여주는 단번에 하겠다고 했고,

그 이후부터는 순탄치 않은 인생이 사작됐을 뿐이었다.

그래.

가지고 놀아야만 움직일 수 있는.

여주는 장난감 중에서도 인형이었다.

그것은, 여주가 확신하는 것 중에 하나였다.

여주는 정한의 인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