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감이라는 이름으로

04

공여주

하아...

힘들었다.

윤정한이라는 사람을 솔직하게 말해서,

사랑하고 있어서.

그래. 그게 문제였다.

엄연히 나와 윤정한은 비즈니스 관계였다.

유나연이 윤정한에게 계속 매달리게 하는 것.

그것을 위해서 나는 이용될 수 밖에 없는 존재.

어릴 적 인형 놀이를 사랑하던 내가 무색하게, 인형이 된다는 기분은 애석하게도 슬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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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규

안녕하세요?

공여주

아.

잘 숨어있다고 생각했는데 사람이 온 걸 보니 좀 더 조심해야겠다고 생각한 여주는 이 곳과 안 어울리는 그 파란머리 남자에게 자연스레 인사를 건네었다.

공여주

네, 안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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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규

왜 혼자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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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규

파트너랑 깨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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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규

그런 일이 빈번히 일어나긴 하죠.

공여주

그런 건 아니고요.

공여주

좀 어지러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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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규

앗, 파트너 없으면 저랑 춤이나 한 곡 추자고 하려고 했는데...

공여주

아하하, 그런 거였으면 저도 사양하진 않을게요.

진짜요? 네. 파란머리의 그 남자와 여주는 홀 가운데로 걸어갔다.

21세기에 무도회 같은 파티라니.

여주가 목 끝까지 올라 온 투정을 웃음으로 삼켜냈다.

귀찮아.

구슬 굴러가듯 흘러나오는 노랫소리에 맞춰 춤을 추기 시작한 여주와 민규는 서로 마주 보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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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규

제 이름은 민규에요, 김민규.

공여주

전 공여주에요. 잘 부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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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규

저도요. 제 파트너가 사라지는 바람에 실례를 범하게 됐지만 그래도 잘 부탁할게요.

공여주

제 파트너는 원래 자기 할 일 하러 간 거라, 괜찮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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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규

파트너 나타나면 바로 자리 비켜 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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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규

근데 어떻게 부르면 될까요?

공여주

혹시 나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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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규

저 스물 다섯! 어린가요, 하하.

공여주

살짝요. 전 스물 일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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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규

누나라고 불러도 되겠죠?

공여주

당연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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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한

안돼. 당연히 안되지.

공여주

아, 깜짝이야. 누가 예의 밥 말아 먹고 춤 추는데 끼어드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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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한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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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규

억, 안녕하세요. 정한씨 맞으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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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한

응 맞아요. 민규씨 소문은 꽤 들었어요. 잘생기고 키 크다고.

여주가 정한이 갑자기 뛰어들어 놀라자 정한은 그에 대해 흡족해했다.

취향 참 뭣같다니까.

공여주

민규야, 미안. 다음에 또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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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규

네 누나, 그럼요. 언제 연락 주셔도 감사하게 받겠습니다!

공여주

그래. 다음에 보자.

민규가 손을 흔들며 시야에서 사라지자, 여주가 정한을 째려봤다.

공여주

정한씨, 장난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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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한

응, 장난해요.

공여주

갑자기 왜 이러세요, 별 관심도 없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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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한

설마 삐졌어요?

공여주

설마가 사람 잡는다는 말 몰라요?

공여주

입은 비뚤어져도 말은 제대로 해야 하는 거 몰라요? 빠진 게 아니라 화난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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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한

퍽이나 그러시겠네요.

공여주

친한 척 제대로 해요. 우리 둘만 있을 때 존댓말 하는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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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한

그 정도는 제가 더 잘 알아요.

여주를 귀엽다는 듯 쳐다보는 정한의 눈을 피한 여주가 한숨을 쉬었다.

저 놈의 윤정한... 짜증나 죽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