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꾸 겹쳐보여
내 여자친구(2)


한여주
'' 저...정국아 ''


정국
'' 네,누나 왜 불러요? ''

마치 바람이 스치고 가듯이 아무런 일이 없었다는 표정으로 여주를 향해 미소를 보이고 있는 정국에 여주는 말하려고 조금 벌렸던 입을 다시금 다물었다.

방금전에 정국의 싸늘했던 표정과 대비대는 얼굴에 당황하며 대충 말을 얼버부리며 도망가듯 뛰어 사라지던 친구들이 생각났다.

한여주
'' 그냥...친구들한테 여자친구라고 말하면서 오해받게한게 미안해서 ''


정국
'' 딱히 전 상관없어요 ''


정국
'' 어차피...오해받아도 상관없는데 ''

한여주
'' 응?정국아 방금 뭐라고 했어? ''

작게 중얼거리는 목소리에 잘 듣지 못해 반문하는 여주였지만 정국은 곧 바로 다시 환한 표정으로 바꾸며 고개를 작게 저어보일 뿐이었다.


정국
" 누나,어디 가고싶은곳 없어요? "


정국
'' 저 누나랑 같이 가보고싶었던 곳이 있었는데,같이 가줄래요? ''

한여주
'' 응?그럴까? "


여주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녀의 손목을 조심스럽게 움켜진 정국이 기쁘다는듯 작게 미소짓고는 바로 여주를 이끌고 어딘가로 달려갔다.

한여주
'' 와...이런곳이 있는줄은 몰랐는데 ''

도시속의 작은 쉼터같이 온갖 차의 소음과 높은 건물들 속에 박혀 있는 삭막한 도시속에서 그들의 고유의 환경을 유지하고 있는 작은 연못과 나무들로 우거진 곳이었다.


정국
'' 마음에 들어할것 같았어요,저도 머리식히려고 자주 오는곳 이거든요 "


정국
'' 아직 누나밖에 알려준 사람 없어요 "

세월이 흔적속에서 조금 녹이슨 벤치에 자연스럽게 앉은 정국이 자신의 옆자리를 손으로 툭툭쳤다. 물론 자신의 겉옷으로 밑을 깔아주는 작은 여주를 위한 매너를 보이는 채로,


정국
'' 누나,누나는 이제 어떻게 할거에요? "

그렇게 오랜만에 맞이하는 한가로움 속에서 자신을 스쳐지나가는 바람을 느끼며 주변의 풍경에 빠져있는 가운데에 그것을 애틋한 표정으로 잠시 쳐다보고있던 조심스럽게 정국이 입을 열었다.


정국
'' 고등학교 졸업하면, 태형이 형이랑 지민이 형은 바로 회사로 들어가서 바빠질거에요. 이제 곧 서로 흩어질 시간들이 다가와요 "


정국
'' 누나는 어쩔거에요? "

한여주
'' 아... "

이별이라는 단어,한없이 낯설지만 언젠가는 다가오고 경험해야할 아픈 단어

지금까지 격었던 여러 일들로 인하여 잊고있던 그 단어

한여주
( 맞아...우리는 그저 고등학교에서 만난 평범한 친구사이 였었지 )

한여주
( 다시 아버지와 같이 여기저기 이사다니며 가난하게 살았던 내가 이렇게 지낼 수 있었다니, 평생 잊지 못하겠지... )

한여주
( 시간이...멈추었으면 좋겠다 )

한여주
'' 그러게,나도 잘 모르겠다 "

한여주
'' 다시 예전의 일상으로 돌아가기에는 전학와서 너무 즐겁고 행복한 시간들이었던것 같아 "

한여주
'' 계속 홈스쿨링만 하다가...처음으로 학교를 와서 너희들을 만나고 동거를 하게되고...같이 웃고 떠들고 "


정국
'' 누나...만약에 정말 만약에 갈 곳이 사라진다면 "


정국
'' 나랑 같이 가줄래요...? "



정국
'' 나...사실은요,누나가 너무 좋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