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이 장난이었어, 우리는."_ [맞바람스토리]
#14_순간이었다.



적막한 공기, 그 속을 채우는 많은 사람들.

정장차림의 그 사람들은 인상을 잔뜩 구긴 채로 싫은 티를 팍팍 내려 안달이 난 채로, 누군가를 바라보고 있었다.


필요한 역
...자리를 몇 달 동안 비우실 생각이신지 여쭈어봐도 되겠습니까...?

이여주
...많으면 1년 정도, 적으면 1달 안에 끝날지도 모르겠네요

이여주
여러분이 그동안만 회사를 잘 이끌어 가주신다면...


필요한 역
...대표님, 말이 되는 얘기라고 생각하십니까...?

필요한 역
대표님이 안계시는 회사운영이 가능할 거라고 믿는 겁니까 정말...?!!

이여주
그럼 나보고 어떡하라구요!!

.


.


여주는 참았던 눈물을 쏟았다. 단지 박지민이 그리 아프고 죽을 병에 걸린 거, 아마 그것 때문이었는데

여주는 분통하고 억울한 표정으로 눈물을 뚝뚝 흘렸다.


그에 그곳의 사람들은 모두 하나같이 적잖이 당황한 표정이었다.

이여주
그럼...

이여주
내가 뭘 더 어떻게 해야하는 건데...?

이여주
내가 도대체 박지민이 아프다는데 할 수 있는 최선이 뭔데!!...


필요한 역
...두 분, 사이가 많이 가까워지신 것 같더니...

이여주
...

필요한 역
작은 병 하나로 이리도 무모한 계획을 밝히시다뇨...

이여주
작은 병...?


이여주
하...작은 병...

필요한 역
......

이여주
당신한테는 뇌종양이 작은 병이군요...?

이여주
시발 진짜...

필요한 역
뇌종양이요...? JM 대표가요...?!

이여주
...뭘 제대로 알고서나 씨부려... 니 3대를 망하게 만들 수도 있는 게 나야... 알아...?

필요한 역
...죄송합니다...


이여주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내 남편의 이름은 당신들 주둥아리에 오르락 내리락 할 게 아닙니다...


이여주
입조심들 하세요.





이여주
다녀왔ㅇ...


문을 살짝 열고 방 안으로 발을 내딛는 여주의 눈 앞에는 침대에 누워있는 지민이 있었다.

하지만 여주가 들어오자마자 말을 하다말고 놀란 것은,


박지민
하아... 하아...


박지민이 식은땀을 너무 많이 흘리고 있었기 때문이었겠지.

이여주
왜 그래요!!...갑자기 왜 이래...?


박지민
하... 몰라요... 그냥 좀...

여주가 지민에게 급히 달려가서 얼굴에 땀을 급한대로 옷 소매로 닦는데 느껴진 지민의 고열. 온몸이 불덩이와 다름없는 모습이었다.


이여주
열이 너무 올랐어요... 약은 먹었어요...?


박지민
......네...

이여주
일단 지금 땀을 너무 많이 흘렸으니까 옷부터 갈아입어요...

이여주
이대로 냅두면 식어서 추워요... 그럼 열이 더 오를 거에요...


박지민
하아... 하...

이여주
아니면 물 받아 놓을테니 좀 따뜻하게 한 번 씻을래요...?


지민은 힘없이 고개를 살짝 끄덕였고, 여주는 알겠다며 일어나 지민을 침대에 조금 앉혔다.

그리고 물을 받고 오겠다며 잠시 기다리라는 말을 하고 조금 뒤, 다시 방으로 돌아와 지민을 부축했다.


이여주
천천히... 일어나볼래요? 도와줄게요

여주의 손을 잡고 몸을 이르킨 지민, 여주는 그런 지민을 부축하여 조금씩 밖으로 향했다.



여주는 끙끙대며 휘청거리는 지민을 부축했고, 따뜻한 물 탓인지 하얀 김이 잔뜩 서려있는 욕실에 도착했다.


이여주
아유... 망할 우리 집은 또 왜 이렇게 넓은 걸까요... 그렇죠...?


박지민
하아...그러게요...


이여주
옷... 지금 벗을 수 있겠어요...?


박지민
아...

이여주
그 냥 벗지말고 일단 들어가서 앉아요...

여주는 지민을 데리고 욕조로 걸어가 지민이 욕조 속에 앉을 때까지 도와주었다. 따뜻한 물에 몸이 좀 녹는지 그제서야 숨을 고르는 지민이었다.

이여주
...좀 괜찮아요...?


박지민
...네... 따뜻하네요...

이여주
...혹시...

이여주
불편하면 옷 벗어요... 땀 흘린 옷 계속입기 찝찝하잖아요...



박지민
아... 그래도 돼요?

이여주
어... 뭐, 우리 부부잖아요


박지민
...


지민은 천천히 몸을 조금 일으켰고, 지금 벗을거냐면서 다급히 뒤도는 여주를 보았다. 그리고 지민은 피식웃으며 여주를 불렀다.


박지민
...풉... 뭐에요...


박지민
언제는 벗으라더니 왜 뒤를 돌아요...? 설마 부끄럽고 그런 거 아니죠?

이여주
아... 아니에요... 그냥 당황해서 그런 거죠...


박지민
...잠깐만 뒤 돌아볼래요?

이여주
왜ㅇ...


지민은 여주가 뒤를 돌아 자신과 눈이 마주치자 마자 여주의 팔을 당겼다.

그로자 힘없이 딸려온 여주는 그만 욕조에 지민의 앞에 빠졌다. 지민과 같이 옷을 입은 채로 말이다.

가득보다 조금 덜 채운 물이 흘러 넘치고, 놀란 여주와 그게 재밌다는 듯 웃는 지민.

이여주
...웃겨요...?


박지민
네ㅎㅎ

이여주
진짜... 아픈데도 장난이 치고 싶나보죠...?


박지민
음... 장난 아닌데

이여주
그럼 뭔데요


박지민
...진심?




박지민
...키스해도 돼요...?


이여주
지...지금요?

여주는 당황한 표정으로 되물었지만 끄덕거리는 지민이었기에 어떤 대꾸도 하지를 못했다.

두 명이 들어가기엔 살짝 좁은 그 욕조는 둘의 사이를 좁히기에는 아주 적합했고, 상체를 여주에게 더 가까이 붙이는 지민이었다.

그리고,





젖은 옷을 입고있는 둘은 입을 맞추었다.


지민의 거친 숨소리가 여주에게 너무도 고스란히 느껴졌기에 여주는 그 순간 마저도 슬펐을 것이다.

돌이킬 수 없던 시간들을 처음으로 후회하는 순간이었다.

지나간 과거들에 처음으로 미련을 가지는 순간이었다.







손팅!

(여기 너무 오랜만에 글쓰네요ㅜㅠㅜ)

(미안해요ㅜㅠ)

(그래도 손팅 해...줄 거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