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처럼 더웠지만 겨울같이 추웠다

#52

우리는 어디로 갈까 하다가 분식집으로 들어왔다.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군것질을 했더니 그렇게 배가 고프지 않아 오게 된 곳이었다.

떡볶이와 순대, 튀김을 시키고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은비도 나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내가 고백을 안 했더라면, 이런 분위기가 지속되었을까 싶다.

고백 이후, 자꾸 쿵쿵대는 심장이 미웠다.

내가 은비를 좋아한다는 걸 인정하고 들어온 곳이 바로 이 분식집인데

마주보고 앉아 분식을 먹는 걸 보면 자꾸 입꼬리가 올라갈 것만 같았다.

나도, 은비도 아무런 말이 없었다.

그저 침묵만 유지했다.

그러다 나온 음식에 은비는 시선을 뺏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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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은비

맛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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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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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은비

응!

그 이후로 우리는 말 없이 먹었다.

출출해서 그랬는지 잘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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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은비

이건 내가 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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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은비

카페랑 애견카페랑 오빠가 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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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어...?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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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은비

가자. 이제 시간 별로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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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은비

역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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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아... 그래야겠네...

카페, 애견카페, 실내데이트장소, 분식집까지 들르니 어느새 헤어져야 할 시간이 되었다.

은비는 계산을 했고, 우리는 분식집을 나와 다시 역전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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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아... 역전이 이렇게 생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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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은비

뭐야? 여기 안 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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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모르고 그냥 나가버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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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은비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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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은비

이리와, 오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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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응.

우린 무인발권기에서 기차표를 예매했고, 기차시간에 맞춰 타러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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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은비

오빠 어디로 가는지 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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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응.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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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은비

오늘 만나서 좋았고, 고마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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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응,나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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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은비

그리고 지금 이렇게 데려다 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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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아니야.... 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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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은비

오늘 고생 많았고, 조심히 들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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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은비

집 도착하면 연락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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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알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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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은비 너도 고생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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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은비

아니야 뭘...

그렇게 마지막 인사를 할 때 쯤, 은비가 타야할 기차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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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은비

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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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응, 잘가~

은비가 기차를 타서 좌석에 앉을 때까지 나는 손을 흔들었고,

은비가 좌석에 앉는 것을 보고 나서야 나는 내가 타야하는 곳으로 달렸다.

5분 후에 내가 예매했던 기차가 가기에 조금 서둘러야 했다.

*

그렇게 난 집에 도착했다.

도착한 시각, 8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다.

휴대폰을 보니 이미 은비에게서 연락이 와 있었다.

은비와 간단히 연락을 끝내고 옷을 갈아입은 후 소파에 앉았다.

소파에 앉아 오늘 있었던 일을 생각해 보았다.

첫 스타트는 꽤나 괜찮았던 것 같다.

하지만 내가 은비에게 좋아한다고 고백한 후부터

무언가 분위기가 이상하게 변한 것 같았다.

엄연히 은비와 처음 만나는 자리였고,

첫 데이트였는데,

내가 너무 섣불렀나 싶었다.

내가 고백했을 때 은비도 꽤나 당황한 눈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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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하... 내가 미쳤었지...

집에 아무도 없었지만,

갑자기 그 상황이 생각나니 부끄러움이 몰려왔고,

난 이불 없는 이불킥을 해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