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진의 배달부
2화. 배달 왔습니다.


나는 지금 양 손에 음식이 담긴 비닐봉투를 든 채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다. 사실 여러가지 이유로 배달은 하지 않으려 했다. 인건비라든지, 배달 사고라던지.

하필이면 때마침 배달을 시작해볼까? 생각하던 중에 배달의뢰가 들어왔고 또 때마침 마감시간인데다가 배달지도 코 앞이라 선뜻 된다고 말해버렸다. 지금에 와서는 배달된다고 말한게 후회되지만.

설마 이 늦은 밤에 이렇게 많이 시킬줄은 몰랐다. 10인분의 음식을 주문하기에 당황해서 그렇게 많이는 안된다고 했다. 그러자 너무나 풀이 죽은 목소리로 그러냐고 하는것에 마음이 약해져 또 나도 모르게 된다고 해버렸다.

막상 문 앞에 서서 벨을 누르려니 조금 긴장이 됐다. 배달은 나도 처음인데다 이런 고급 아파트는 생전 와 본 적이 없으니 말이다. 흠흠. 목소리를 가다듬고 벨에 손가락을 가져다 대려는 찰나. 삐리링. 소리와 함께 현관문이 벌컥 열렸다.

???
"아저씨! 빨리요. 빨리! 얼른 들어오세요!"

나
"네?"

갑자기 튀어나온 잘 생긴 얼굴에 1차로 놀라고 또 난데없이 내 손목을 잡아 당기는것에 2차로 놀랐다. 너무 당황한 나머지 잡아당기는대로 얼떨결에 집 안으로 들어온 나는 얼빠진 얼굴로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

내가 놀라서 동그랗게 뜬 눈으로 바라보자 무척 다급해보이는 잘생긴 남자가 내 손에 있던 음식 봉지를 빼았듯이 낚아채며 말했다.


진
“아저씨. 죄송합니다. 놀라셨죠? 아, 이거 참. 놀라게 해서 정말 죄송한데요. 일단 신발 벗고 들어와 주시면 안될까요?”

나
"네?"


진
“아, 미치겠네. 이 자식들 어디갔어? 매니저 형 온다니까 다 숨었나봐. 야, 태형아. 김태형!”

나
“아니. 이게.. 무슨...”


진
“아저씨. 아니, 사장님. 아니 사장형님! 제발 한 생명 살린다 치고 도와주세요. 잠깐만 들어와 주시면 금방 놔드릴.. 아니, 풀어드릴. 아니지, 보내드릴게요. 죄송합니다. 진짜 죄송합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냐고 물어보기도 전에 누군가 내 팔뚝을 잡고 집안으로 밀어넣었다. 깜짝 놀라 옆을 보니 이게 뭐야? 또 다른 잘생긴 남자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서있는게 아닌가?


태형
"헤헤.. 하이~"

하,하이? 순간 꿈인가 싶었다. 어느새 잘생긴 두 남자 사이에 양 팔을 잡혀 경찰에 연행되는 범죄자 꼴이 되어버렸다.

나
“아니, 잠깐. 잠깐만요. 소..손님 잠깐만요!”

뭐지? 이게 뭐야? 나 지금 납치 된건가? 아니, 잠깐. 난 그냥 배달하러 온 것 뿐인데 이 상황은 도대체 뭐야? 온갖 상상으로 머릿속이 뱅글뱅글 도는 와중에 이미 신발이 벗겨진 상태. 그때 안 쪽에서 또 누군가 뛰어나오며 소리쳤다.


지민
“형. 형! 좀전에 밖에 매니저 형 보였어요! 지금 엘베 탔을거예요.”


진
“아니, 너는 그걸 지금 말하면 어떡해~ 사장님, 잠시 저희랑 저쪽으로 가시죠.”

동생을 향해 윽박지르던 그가 나를 돌아보며 웃으면서 말하는데 온화한 표정관 반대로 내 팔을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가는것이 느껴졌다. 왼쪽에서 나를 잡고 있던 다른 남자가 내 표정을 보더니 한마디 한다.


태형
“으흠? 배달형님 그런 표정 하지마시고, 걱정 노노 하심 되시고. 자, 그럼 가시고~ 맞다. 지민아. 신발 부터 숨겨라.”


지민
“오케이~”

사람을 납치하면서 그렇게 상큼하게 오케이 하기 있냐고요.

나
“저기요. 잠깐만요. 가더라도 왜 이러시는지 말은 해주고 끌고가시라고요!”


태형
"아따. 형님, 걱정 마시라니까는. 일단 가입시데이"


진
사장님. 죄송합니다. 많이 당황하셨죠? 네, 충분히 그러고도 남으시죠. 제가 그 심정 다 압니다. 저희가 지금 몰래 시켜 먹는거라. 일단 방으로 모실게요. 하하 살다보면 이런일 저런일 다 겪는거 아니겠습니까? 안그러냐 태형아?

두사람이 양 쪽에서 동시에 떠드는 통에 내가 지금 무슨 말을 듣고 있는지도 모르겠는데 순식간에 엄청 빠른 걸음으로 엄청 넓은 이 집의 가장 안쪽 방 까지 반 강제로 끌려와버렸다. 하아... 엄마 보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