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진의 배달부

5화. 혹시 잊으신 것은 없으신가요?

태형이란 친구는 벌써 사라져버리고 문가에 서있는 노란 머리와 둘 만 남게 되었다. 그와 나 사이에 굉장히 불편하고 어색한 공기가 흐르고 있었다.

마치 애기때 가보고 이십년 정도 가지 않은 당숙의 집에 세배하러 끌려온 재수생과 이름도 모르는 당숙의 아들이 한 방에 남겨진 기분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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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민

“선생님, 죄송합니다. 진짜 죄송해요. 태형이한테 대충 들으셔서 아시겠지만 저희 한테는 되게 간절했거든요. 거의 한 달 만에 먹는 소금들어간 음식이라 다들 미쳤었나봐요.”

그 말을 들으니 왠지 짠해졌다. 나역시 고등학교 까지 운동을 했던터라 근육 만든다고 닭가슴살이라면 치가 떨릴 정도로 먹었던 기억이 있었다.

“이해합니다. 저도 운동을 했어서 코치 몰래 치킨 한번 먹겠다고 학교 담도 넘고 그랬거든요.”

내 대답에 노란 머리의 표정이 확 밝아졌다. 우리 두 사람 사이에 보이지 않는 유대감이 3그램 정도 생긴 느낌적인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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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민

“어쩐지 몸이 좋다 했어요. 운동 하셨구나. 배달 하러 오시면서 검은 가죽 자켓을 입으신거 보고 예삿 분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아.. 이건 여기 배달만 하고 퇴근 하려고... 오토바이로 출퇴근 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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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민

“아.? 헉! 죄송해요. 퇴근도 못하게 이러고 계속 붙잡고 있어서! 이 쪽으로 저 따라 오세요. 고생하셨는데 음료수라도 한 잔 드릴까요? 아무래도 그것도 민폐겠죠? 진짜 진짜 죄송합니다.”

노란 머리는 정말로 미안해하며 어쩔줄을 몰라했다. 그의 뒤를 따라 복도로 나와 걷고 있으니 새빨갛게 변한 귓바퀴가 보여서 속으로 웃었다. 너무 귀엽잖아.

드디어 현관까지 도착했다. 현관에 맏형인 남자가 안절부절 못하고 서 있었다. 그 역시 굉장히 미안해 하고 있었고 나도 이제는 모든 사건의 이유도 알고 있었기에 괜찮다고 웃어넘겼다.

짧은 시간안에 정말 많은 경험을 했다. 내가 살면서 이런 미남 아이돌을 만날 기회가 또 올까? 그것도 세 명이나. 생각해보면 행운일 수도 있는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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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님, 진짜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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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민

“형, 그렇게 고마우면 몸으로 갚으세요! 푸하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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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너 임마. 내가 나만 좋자고 주문했냐? 어? 아니자나. 너네들이 먹고싶다고 하~도. 하~~도 조르니까 내가 총대 맨거 아냐? 그래, 안그래?”

아니야, 그러지마 얘들아. 나 집에 가고싶어. 사람 놔두고 만담하고 그러는거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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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형

“아이고. 알았어요. 알았어. 우리가 이럴수록 여기계신 형님 퇴근만 더 늦어진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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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근데 전정국은 그 사단이났는데 한번을 안나오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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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민

“형, 꾹이 짐 께임 하는데여. 방해하지 말라고 써붙여놨던데요? 짐 헤드폰 끼고 있어서 아마 전쟁나도 모를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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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형

“이 싸람들이 진짜! 그만 하라고! 나도 밥 먹고 싶다고.”

올치 잘한다잘한다잘한다.

영혼까지 탈탈 털린다는게 이런건가? 사람 앞에 세워두고 자기들끼리 지지고 볶고 신났네 신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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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그럼 이제 진짜 가셔도 됩니다. 조심히 가세요. 멀리 안나갑니다. 자~ 그럼 우리도 이제 밥을 먹어 볼까?”

현관 밖에서 산뜻한 얼굴로 진짜 마지막 인사를 하고 돌아서는 세사람의 뒷 모습을 보는데 왜 이리 울컥 하는걸까. 이제 다시는 볼 일 없으면 좋겠는데. 이런 내 마음도 모르고 끝까지..

닫히려는 현관문을 한 손으로 막고 들어가려는 맏형의 넓은 어깨를 잡아 돌려세웠다. 내가 진짜 내 입으로 이런 말까진 안 하려고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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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헉? 왜.. 왜 그러세요? 무슨 하실 말씀이라도..”

갑작스러운 내 행동에 깜짝놀란듯 맏형의 넓은 어깨가 잔뜩 움츠러들어 있었다. 나는 큰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고객님. 계산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