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장결혼이지만 사랑합니다
[episode.1] 허수아비 부회장



결혼식 D-50


오전 8:30
도로를 채운 수많은 승용차들 사이로 검은색 외제차가 보인다. 딱봐도 비싸보이는 차 안에는 VT기업의 부회장, 태형이 타있다.

여느때와 다름 없이 회사로 출근하는 태형.


라디오
다음소식입니다. 최근 VT기업과 BS기업의 합병 소식으로 전국이 떠들썩합니다. 연일 주가가 폭등하고 투자 자금도 많이 모이고 있다고 하는데요•••

대한민국을 휘어잡고있는 두 기업의 합병소식이 일파만파 퍼지면서 회사의 주가는 끝도 없이 오르고있다.


김태형
(지끈)

인상 찌푸린 태형의 얼굴을 보곤 얘기하는 도비서.


도비서
(눈치) 라디오 끌까요?


김태형
아냐, 좀만 더 듣자

태형에겐 두 회사의 합병이 반갑지 않다.

회사 합병은 억지로 맺어진 혜영과 정국의 결혼으로 체결된 계약이기 때문이다.


김태형
하..


도비서
합병덕분에 모든일이 다 잘 풀리고있는데 왜그렇게 한숨을 쉬십니까?


김태형
그거야...


김태형
(난 사랑하는 사람이 있으니까)



김태형
그냥 좀 머리가 아파서 그래


도비서
혹시 또 잠 못주무셨습니까?


김태형
(끄덕)


도비서
이젠 진짜 안되겠습니다


도비서
이번주만이라도 회사 나오지 마시고 푹 쉬세요


도비서
벌써 이게 며칠째입니까?


김태형
나도 답답하다


김태형
잠이 안오는데 나보고 어떡하라고



김태형
나좀 자게 해주는 사람 하나 있으면 데리고 살고싶다.


5분뒤


도비서
부회장님, 도착했습니다.


김태형
어 그래 수고했어



-회사 로비-

태형이 들어오자 일렬로 서있던 직원들이 태형에게 인사한다. 항상 받던 인사인지라 아무렇지 않게 지나가고 그 뒤를 임원들이 따른다.


도비서
부회장님, 오늘은 바로 임원회의 가셔야됩니다.


김태형
어, 지금 올라가자.



09:00 PM
모든 임원들이 모이고 곧 한사람이 도착한다.

바로 VT기업의 회장이자, 태형의 의붓 어머니다.


김태형
(꾸벅) 오셨습니까

태형의 인사를 무시하고 자리에 앉는 회장.


김태형
...

회장은 입고있던 모피코트를 벗어 비서에게 주곤 회의를 시작한다.


임원들
이번에 회사의 합병으로 정리해야될 문제가 아주 많습니다.

임원들
회사의 인사관리가 제일 중요한데 비정규직 근로자는 어떻게 하실건지요.

VT그룹 회장
(태형에게 눈치를 준다)


김태형
아.. 그... 저는...


김태형
인사..관리... 비정규..

눈치를 보던 임원이 나서서 한마디 한다.

임원들
회사가 합병을 하면 회사의 규모는 커지겠지만 사람은 너무 많으니

임원들
이참에 정리해고를 10%정도 해버리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김태형
그래! 제말이 그말입니다


김태형
이참에 정리해고를 좀 해버립시다!

임원들
풉ㅋ

미숙한 태형을 보고 여기저기서 임원들의 비웃음소리와 웅성거림이 들린다.


김태형
(눈치)

VT그룹 회장
너는 이번 회의도 빠져있어야겠구나

VT그룹 회장
아직 회사 운영하는것도 모르면서 회의는 무슨 ㅋ


김태형
죄송합니다.

높은 자리를 손에 쥐고있지만 실질적인 권력은 이곳에서 최하위인 태형이다.

그저 오늘도 아무에게나 만만한 부회장인 태형.


1시간 뒤

회의가 끝나고 회장과 태형 둘이 남는다


김태형
(눈치) 저의 부족함 탓에 매번 어머니가 수고가 많으십니다.

VT그룹 회장
어머니라 부르지 말거라.

VT그룹 회장
여긴 회사지, 집이 아니야.


김태형
죄송합니다.

VT그룹 회장
그리고 난 네 어머니가 아니지 않느냐

VT그룹 회장
내 배로 낳지도 않은 놈을 자식으로 받아들이는 어미가 어딨다고.


김태형
...

VT그룹 회장
그런 표정 짓지 말거라

VT그룹 회장
아침부터 기분 더러워지니까


김태형
(하.. 또시작이네)

태형의 마음속은 부글부글 끓고 있지만 표정하나 변하지 않는다.

VT그룹 회장
그나저나 내가 정리하라는 그 계집은 잘 정리한게지?


김태형
...저는 그사람이 좋습니다.


김태형
그래서, 포기 못할 것 같습니다.

VT그룹 회장
뭐?

VT그룹 회장
(서류를 던지며) 네가 미쳤구나!!!

서류가 지나간 태형의 볼에 피가 송글송글 맺힌다.


김태형
(질끈) 죄송합니다.

VT그룹 회장
한달 주겠다.

VT그룹 회장
결혼식이 두달도 안남았는데 아직도 그러고 있다니

VT그룹 회장
한심한 놈.

회장이 회의실에서 나간다.


김태형
하...


김태형
(손으로 얼굴의 피를 닦으며) 더럽게 따갑네


아는거 없고,

무능력하고,

그저 아버지의 빽으로 얻은

허수아비 부회장.

이게 바로 회사사람들에게 보이는 태형이다.


이때까진 그 누구도 알지 못했다.

그가 가면을 쓰고 권력에 대한 욕망을 숨기고 살고있을줄은.




김태형
(손 잡으며) 난 절대 포기 안할거야


김태형
끝까지 너 지킬거야


박한올
나도 오빠 절대 포기 안해



VT그룹 회장
떠나거라.

VT그룹 회장
돈은 얼마든지 주마

VT그룹 회장
어차피 돈때문에 태형이 만난거 아니였니?


박한올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