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내 차례에요, 아가

[ 34 ] 너라서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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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응? 뭐야뭐야-

구여주

아니-...

구여주

좀... 아니, 음...

여주는 뭐라고 대답해야할지, 몰라서 눈알만 데굴데굴 동공지진이 일어나고- 그걸 유심히 지켜보고 있던 태형이는 연신 나오려는 웃음을 참았다.

결국엔, 웅얼웅얼 거리며 대답을 못 하는 여주에 태형이는 자두같은 웃음을 짓더니, (대충 아실거라 믿어요^!^ 자두볼...) 이내 여주의 머리로 손을 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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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알겠어, 대답 안 해도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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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그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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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내가 고백하면, 받아줄 거지?

구여주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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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네라고? 그래그래,ㅎ 좋다.

막무가내로 여주에게 대답 아닌 대답을 받아낸 태형은 왜인지 모르게 뿌듯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끄덕 하고, 여주는 어이없다는 듯한 표정을 선보였다.

"아니, 맞긴한데... 음, 아 몰라요-." 하며 부끄러운 듯한 표정을 하고는 화제를 돌리는 여주. 그리고, 입꼬리가 귀에 걸릴 듯한 미소를 여주에게 선사하는 태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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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밥 먹었어? 안 먹었지?

구여주

네-... 긴장해가지고 안 들어가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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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수고했어, 밥 먹으러 가자. 나랑.

구여주

ㅎ 그래요.

태형이는 수고했다며 여주의 머리를 쓰다듬었고, 부둥부둥 기분이 좋았던 여주는 그에 태형을 향해 베시시 웃어보였다.

그리고, 태형은 책상 의자에 걸쳐져있는 자켓을 입고는 여주에게 손 잡아도 되냐며 물어보고, 여주는 "안돼요, 동네방네 소문나고 싶어요?" 라며 거절을 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태형은 그게 뭐 어떻냐는 표정이였고, 여주는 어휴..ㅋㅋㅋ 하며 웃음 섞인 한 숨을 내쉬며 "얼른 가기나 해요, 우리." 라며 태형을 밖으로 이끌었다.

"주문하시겠습니까, 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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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뭐 먹을래?

구여주

전 아저씨 먹는 거요.

여주의 말에 태형은 고개를 찬찬히 끄덕이며, 여주 뭘 먹이면 좋을까... 하며 메뉴판을 뚫어져라, 신중히 고르고,

여주는 그의 진지하면서도 신중한 모습에, 저렇게 신중하게 고를 일인가 싶으면서도- 자기를 생각해주는 마음이 예뻐서, 푸흡- 웃으며 그를 쳐다본다.

그리고, 태형은 고심 끝에 "C세트로 주세요." 하며 자기도 모르게 뿌듯한 표정을 지었고, 직원은 "네, 알겠습니다." 하며 메뉴판을 가져갔다.

구여주

되게 신중하게 고르네요 ㅋㅋㅋㅋ 그냥 밥 한 끼 먹는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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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아니,ㅎ... 너는 잘 먹이고 싶어서.

멋쩍었는지 뒷목을 한 손으로 긁으며 말하는 태형. 그리고 입은 귀에 걸린 채, 한 쪽 턱을 괴며 태형을 쳐다보는 여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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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뭘... 그리 쳐다봐-, 큼큼

구여주

그냥요- 기특해서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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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네가 나를?

구여주

네, 완전 기특한데요.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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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ㅎ 뭐가 그렇게 기특한데?

구여주

으음-

구여주

3년 전의 아저씨는 혼란스러워 보였어요. 특히 초기에는 더더욱_

"아저씨 담배도 폈었잖아요. 물론 내가 몸에 안 좋다고 해서 끊은 것 같다만."

"그때, 제가 담배 빼앗아 갔을 때 기억 안 나요? 내가 사탕도 줬는데."

'어떻게 기억이 안 나, 너랑 처음 만났는데_ 그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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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좋은 말로 할 때 내놓지 그래, 아가야."

구여주

싱긋-] "싫다면?"

그 당시, 그 지하가 약간은 습하면서 어두웠던 건지, 아니면 주변에 떨어진 담배 재떨이 때문인지,

아저씨는 굉장히 피폐해보였다. 몸이나 얼굴에 딱히 상처가 있는 건 아니였다. 오히려 멀끔했다. 멀끔했는데,... 멀끔하지 않았다. 표정은 퇴폐했으니까.

벽에 쓰러지듯 기대어 앉아, 담배 하나에 의지하여 지내는 듯한 태형의 모습은-

나와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내가 엄마에게 배신 당했을 때, 아니 멍청하게 당했을 때도 그랬다. 나도 벽에 의지하여 펑펑 울었다. 너무 아파서. (8화 참고) 세상이 날 버린 줄 알았으니까.

나는 박지민이 있어서 상처는 아물지 않아도, 다시 일어날 순 있었다. 적어도 밤마다 끙끙 앓는 일은 없었으니까.

근데, 아저씨에겐 없었어. 너무 외로워보이고, 아파보였어. 그게 아저씨에게 다가간 이유였다.

아저씨의 피폐하면서도 퇴폐미가 흐르는 모습에 끌려서.

내가 그 속에서 구원해주고 싶어서.

묘하게, 구원받길 바랬던 '내가' 겹쳐보여서.

구여주

내 덕분인지는 몰라도, 아저씨가 점점 밝아지는 것 같아서 좋아요.

구여주

그게 기특하기도 하고?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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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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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아직 날 모르는 구나.

구여주

...에? 내가 모르는 게 있어요?

구여주

아저씨 완전 미스테리인데, 이정도면. 내가 뭘 모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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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ㅎ 그건 나중에 알려줄게.

구여주

...아, 뭐야 진짜-!

구여주

사람 다 궁금하게 해놓고, 말 안 해주는게 어딨어요. 너무하네,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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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곧 말해줄게, 정말 곧.

구여주

...진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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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응응, 진짜로.

곧 말해준다는 소리에 금방 풀려 가늘게 뜨던 눈꼬리를 다시 원래대로 하고 태형은 그런 그녀에 약간 굳어져있던 표정을 펴고는,

웃는다. 엄청 밝은 웃음도 아니고, 미미해보이는 웃음이였지만- 행복해보였다. 여주를 만나서, 그녀로 인해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구여주

...헐,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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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우리 밥 먹고 있을 동안, 내리기 시작했나봐-.

구여주

와-...ㅎ눈이다,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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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좀 걸을까? 너 눈 좋아하잖아.

구여주

아이, 내가 언제 좋아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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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좋아하던데, 좋아서 방방 뛰는 강아지처럼.

구여주

...그정돈 아니였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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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내 눈엔 그정도였어 ㅋㅋㅋㅋ

구여주

아이,, 진짜-

태형의 강아지 같았다는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태형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획, 하고 고개를 돌리고는 아니 정확하게는 떨어지는 눈들을 보기 위함이였다.

눈의 근원지라도 찾는 듯 저- 멀리 하늘을 향해 고개를 젖히고 눈과 함께 오는 차가우면서도 신선한 바람에 여주의 기분은 자연스레 상쾌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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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ㅎ좋아?

구여주

네,ㅎ 역시- 눈 좋아하는 건 맞나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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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그래, 그렇다니까-

특별히, 어느 장소에 놀러가거나- 날 잡고 노는 것도 아닌데도 불구하고, 그냥 주변 가로등과 적절히 내리는 눈, 그리고 두 사람. 이들 만으로 충분했다.

괜히 간질간질한 기분에 여주는 실은 태형을 보고싶었지만, 그를 보면 얼굴이 붉어질 거 같아서. 원래도 그를 향해 빨리 뛰던 심장이 과부화 걸릴 것 같아서.

눈을 맞추지 않고, 시선을 괜한 눈 쪽으로 돌렸다. 아무렇지 않은 척. 꽤나 힘든 거였지만, 그래도 잘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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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여주야,

구여주

네?! 아, 어.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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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뭘... 그리 놀래,ㅎ 새삼스럽게.

구여주

그-러게요... 아하하-

태형도 여주와 같은 마음이였던 건지, 괜히 어색하게 불러보는 이름이였고, 다른 곳만 쳐다보던 눈동자들이 맞닿는 순간이였다.

평소에는 설레더라도 꿋꿋이 쳐다볼 수 있었던 눈동자였는데, 오늘따라 서로의 눈동자가 얼마나 반짝여보였는지.

그리고, 그 예쁜 눈동자에 자신의 모습이 담기는게, 그게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았다. 이때, 아마 서로 진정으로 느꼈을지도 모른다.

'아... 내가 좋아하는 구나, 이 사람을.'

'생각보다 많이 좋아하는 구나. 그래서 없으면 너무 가슴이 아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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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여주야,

구여주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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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내가 아까 그랬지. 넌 날 아직 모른다고.

구여주

어어... 그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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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그거 알려줄까?

그냥, 알려준다고 말 했을 뿐인데. 분명 아까 못 들었던 걸, 나중에 말해준다는 걸 들을려는 것 뿐인데. 심장이 아릿한 분위기 때문인지,

아니, 정확히는 그 분위기에 휩쓸려서 나도 모르게 마른 침을 삼켰다. 별 특별한게 없을 말 일지도, 그냥 실없는 말일지도 모르는데 왜이렇게 설레는지.

나도 모르게 "응, 알려줘요." 라고. 그에게 홀려버린 듯이 입 밖으로 내벹었다. 둘 다 가만히 서있는 탓에 점점 코와 얼굴이 붉으스럼하며 붉어지고 있었지만,

상관없었다. 겉은 차가운 바람에 차가울지 몰라도, 얼굴이 달아오르는게 느껴졌다. 오히려 추위로 인한 붉은 기가 없었더라면 더더욱 티가 났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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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네가, 내가 점점 밝아지는 것 같아 좋다고 했잖아.

구여주

...응, 말 해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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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나는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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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그 때랑 똑같아. 네가 처음 날 만났던 그 날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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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다른 사람에게는 똑같이 차가워. 다가오기 힘들지, 어느 누구라도. 실은 내가 쳐내는 거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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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근데, 너에겐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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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너랑 있으면, 자연스레 내 기분이 풀려. 누가 주문이라도 걸어놓은 것 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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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나도 언제부터 그랬는지는 모르겠어. 그냥... 너라는 존재가 나에겐 힘이였어.

태형이 여주에게 조곤조곤 자신의 마음을 전하자, 여주는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다고 느꼈다. 조곤, 특유의 낮고 나긋한 목소리로 말해주는데,

그가 말하는 것 밖에 안 보였다. 주위가 잘 안 보이고 너만 보여. 라는 말을 하고 싶을 정도로. 근데 그게 싫지는 않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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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여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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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이미 알고있겠지만, 아니 모르는게 이상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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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좋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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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네가 가늠할 수 없을 만큼, 좋아해.

알고있어서, 평소에도 나에게 무척이나 잘 해주고, 표현해주니까. 감흥이 없을 줄 알았다. 아무리 좋아해도 알고있는데 감흥이 있을까 싶었다.

근데, 그건 완벽한 오산이였다. 그의 진심이 닿다 못해 관통했던 탓인지, 심장이 터지다못해 그냥 이 상황이 믿기지 않았다.

신기루 같았다, 닿을려하면 언제 있었냐는 듯 사라질 것 같은.

++ ...!!! 드디어!!! 😳😳😳 고백씬에 더 신경을 써봤는데, 마음에 드셨으면 좋겠네요. 🥲

++ 아놔 진짜 저 또 4000자 넘은 거 실화인가요... 예, 여러분 지루하진 않았죠...? 예...그러길 바래요...💖

++ 폭업인데, 왜 어제 한 편 밖에 안 올라갔냐 물으시면 이 편 어떻게 쓸지 고심하다가 오래걸렸숴요...따흑

++ 그냥, 우리 폭업말고 <자주 연재하기>로 바꿔요... 일주일이 될지, 2주가 될진 모르지만, 제 목표였던 5편을(이제 3편 남았겠죠?!) 원래 제 연재텀이 약 5~6일이지만 1~2일로 당분간만 줄여볼게요...!

++ 대신 분량은 아마 3000자 후반~4000자 중반 일 듯 합니다!! 😳 분량 꽉꽉 채울게요.

🌸 손팅 🌸

++ 4537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