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식

18

태형은 율의 대답을 재촉하였다.

김태형

무얼 숨기는것이냐?

율은 쉽게 답하지못하였다.

... 지금은 알고있어도 말할 수 없는 소녀의 답답한 마음을 이해하여 주시옵소서, 저하.

김태형

왜.. 왜 말할수 없는 것이냐?

그것 또한 말씀드릴수 없사옵니다. 허나, 때가 되면 말씀 드리겠사옵니다. 그것만큼은 약조할수 있사옵니다.

율이 다급히 말하던 그 때

"저하, 명 내리신 차를 대령하였사옵니다."

김태형

....들라하라.

태형은 궁녀가 내온 차를 단숨에 들이켰다.

무슨 차이옵니까...?

김태형

흐음... 일종의 수면제라고나 할까?

...수면제는 어찌하여..?

김태형

요즘... 자꾸 보고 싶은사람이 꿈에 나온다. 그 사람을 보기위해 마시는 것이다.

'그 사람이 꿈에서는 날 밀어내지 않거든'

그 사람이 꿈에선 율이 아니라 월이거든.

태형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이내 몇분이 채 되지 않아 태형의 눈꺼풀이 서서히 감겼다.

김태형

내가 완전히 잠들때까지는... 내 옆에 있거라, 율아.

예, 저하. 옆에 있겠사옵니다. 염려 마소서.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태형이 잠에서 깨었다.

옆에서는 율이 처음과 같은 꼿꼿한 자세로 곁을 지키고 있었다.

김태형

피곤하지 않느냐? 좀 자는 것은 어떻겠느냐.

..소녀는 괜찮사옵니다. 저하께서는 잘 주무셨습니까?

김태형

... 여봐라, 이 의녀에게 내가 마신것과 같은 차를 내주거라.

예에? 아니, 안 그러셔도 되옵니다. 소녀는 정말 괜찮사온데....

김태형

어명이다. 마시거라.

율은 단호한 태형의 목소리에 어쩔수없이 조금씩 마시기 시작했다.

곧이어 그녀의 눈 또한 서서히 감겼다.

율이 잠든 모습에 마음이 한시름 놓인 태형은 그녀의 얼굴을 찬찬히 들여다보았다.

1년이 지났지만 변한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여전히 월은 아름다웠다.

보기만해도 설레고 행복했다.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한참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얼굴을 보며 태형은 마음속으로 한가지 굳은 의지를 다졌다.

그녀가 깨어나는 그 때 반드시 말하겠다고. 다시는 놓치지 않을 것이라고.

다음 날, 율이 잠에서 깨어났을 때에는 이미 아침햇살이 방안을 비추고 있었다.

으..으음....

김태형

깼소?

...? 저하...? 저하가 어째서 여기...

순간 율의 머릿속에 어제의 기억이 스쳐지나갔다.

저하!! 송구하옵니다. 깜빡 잠들었사온데... 아마 의원님께서 절 찾고 계실 것입니다. 이만.. 가보겠사옵니다.

김태형

기다리시오.

태형은 돌아서려는 율의 손목을 붙잡아 그녀를 끌어당겼다.

저...저하!!

놀란 율의 얼굴에도 태형은 아무반응이 없었다. 그저 그녀의 눈을 뚫어지게 바라볼 뿐이었다.

율은 그 눈에 빠져들것만 같아서 황급히 눈을 피했다.

놔..놔주소서, 저하. 정말 급하옵니다.

태형은 뿌리치는 율의 손목을 더욱 단단히 붙잡았다.

김태형

그만 하시오.

태형이 내뱉은 말에 율은 당황하였다.

예...예?

김태형

그만하란 말이오.

저..저하. 어찌 존대를 하시옵니까. 미천한 의녀이옵니다. 하대하시옵소서.

김태형

제발...제발 나를 그만 밀어내시오...

태형의 얼굴이 고통으로 일그러졌다.

김태형

더 이상은... 못참을 것 같으니까. 미치겠으니까!! 그만하라는 말이오..

김태형

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