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식
21


허 융
월...월이냐? 그래.. 이 얼굴, 목소리.. 내 딸 맞구나. 내 딸 월이 맞아..

허 월
아버지.. 저 월이에요. 아버지

허 융
그래... 그래 우리 월... 어여쁜 딸

1년만에 아버지와 만난 월은 하고픈 말이 많았다. 하지만 자꾸만 울컥해 목소리가 나오질 않았다.

뒤에 숨어 그 장면을 지켜보는 태형은 가슴이 아팠다. 이렇게 몰래 만날수 밖에 없는 저 상황이 자신 때문인것만 같았다.

허 융
그래.. 월아 우선 들어가서 이야기하자.

허 월
예, 아버지... 정말..그리웠습니다.

집안으로 들어간 두 사람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마주보고 앉았다.

허 융
헌데 어찌 알고 온 것이냐?

허 월
그것이.. 세자 저하께서 데려다 주셨사옵니다.

허 융
세자 저하를 만났느냐?

허 월
예, 만났사옵니다.

허 융
그 분에게는 평생 감사하며 살아야한다, 월아.

허 월
예, 알고 있사옵니다.

허 융
그래...

두사람은 서로 손을 붙잡고 하지 못했던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월이 문을 열고 나왔다.

허 월
나오지 마세요, 아버지.

허 융
그래.. 월아. 언제 다시 만날진 모르겠지만 꼭 다시 만나자.

허 월
예, 아버지.

월은 집에서 나왔다. 태형은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허 월
정말.. 감사드리옵니다, 저하.

김태형
하고팠던 이야기는 다하였소?

허 월
예, 저하. 이 은혜를 어찌 다 갚을지 모르겠사옵니다.

김태형
....정말 모르는것이오?

태형은 장난스럽게 웃으며 자신의 볼을 손가락으로 톡톡 건드렸다.

월은 재빨리 자신의 입술을 볼에 갖다댔다.

궐로 돌아온 태형은 곧바로 정국을 불렀다.

김태형
내가 부탁한 것은 하였느냐?

전정국
예, 저하. 윤설희의 방을 뒤져보았사옵니다.

김태형
뭐가 나오긴 하였느냐?

전정국
그것이.... 이게 장롱속에서 나왔사옵니다.

정국은 패물함같이 생긴 상자 하나를 꺼내 책상위에 올려놓았다.

태형은 천천히 그 상자를 열었다.

그 속에는 편지같이 생긴 종이뭉치가 차곡차곡 정리되어 있었다.

태형은 그 중 한장을 손으로 꺼내 펼쳤다.

정갈한 여인의 글씨였다.

-저하, 잘 지내시옵니까? 소첩은 무탈하게 잘 지내옵니다. 약조한것이니 서찰을 씁니다. 지금 어디에 있는지, 무얼하는지 알려드릴 수는 없지만, 조만간 만나러 꼭 가겠사옵니다. 조금만 기다려주소서._월

-저하, 어찌 답장 한번을 하시지 않으십니까.. 매일 기다리고 있사옵니다. 가까이 있지만 너무나 멀리 계셔서 소첩 아직은 만나러 갈수없사옵니다. 오늘 보름달이 참으로 예쁩니다._월

전부 월이 보낸 것이었다.

태형이 그토록 기다리던 월의 서찰이었다.

50장에 가까이 달하는 엄청난 양의 편지. 예상은 했지만 정말 윤설희의 짓일줄이야.

태형의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김태형
지금 당장 윤설희를 만나야겠다.

야밤에 갑작스레 들이닥친 태형 덕분에 설희는 적잖이 당황한듯 했다.

윤설희
갑자기 어쩐 일이십니까?

한번도 먼저 제발로 설희를 만나러 오는 법이 없었던 태형이었기에 설희는 기쁨을 감추지 못하였다.

'혼자 순정파인 척은 다 하더니.. 결국은 넘어올거면서...큭큭'

태형은 설희가 웃자 따라서 한쪽 입꼬리를 스윽 올렸다.

'확실해! 넘어왔어'

설희가 마음속으로 확신하는 순간

김태형
웃지 마시오. 가증스러우니까.

윤설희
...예? 그게 무슨 말씀이....

김태형
내 말에 사실대로 답하시오.

태형은 설희의 말을 싹둑 자르고 말하였다.

김태형
월의 서찰은 왜 훔쳤소?

살기가 느껴졌다.

설희의 동공이 미친듯이 흔들렸다.

어느새 그의 입에 걸린 미소는 감쪽같이 사라지고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