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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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국은 궐로 돌아가자마자 자신이 얻은 정보를 모조리 태형에게 보고했다.

이야기를 말한마디 없이 듣던 태형은 놀랍지도 않다는 듯이 말했다.

김태형
뭐.. 예상은 했던 일이니 놀랍지도 않구나. 그 하인의 말이 사실이라면 그 집의 장부에 큰 돈이 들어온 흔적이 남아있을것이다.

전정국
예, 최대한 빨리 빼오겠사옵니다.

김태형
저번에도 말했지만.. 고맙다. 정국아

정국은 싱긋 웃어보이고는 방을 나섰다.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태형은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이미 예상은 했지만 자신의 어머니가 연루되어 있다는 사실이 확실해지자 온갖 잡생각이 들었다.

태형은 생각을 정리할겸 목욕을 하기로 마음 먹었다.

김태형
여봐라, 지금 목욕을 할터이니 물을 받아놓거라.

"예, 저하."

몇분후 상선이 준비가 되었다고 하자 태형은 무거운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 시각, 월은 태형을 만나러 걸음을 재촉하고 있었다.

하지만 월이 도착하였을때 태형은 이미 목욕을 하러 간 후였다.

허 월
저기.. 세자 저하께서는 어디 계시옵니까?

월이 한 궁녀에게 조심스레 물었다.

"음.. 저기 저 건물로 들어가면 바로 왼쪽에 문이 보일것이다. 그리로 들어가면 계신다. 헌데...."

월은 궁녀의 말을 다 듣기도 전에 그 건물로 향하기 시작했다.

"어..?? 저기!! 그.. 세자저하께서 목욕중이신데..... 뭐 별일 있겠어??"

궁녀는 당황한듯 했지만 이내 대수롭지 않다는 듯 눈을 굴렸다.

월은 태형이 있다는 그 건물로 향하며 어젯밤 일을 회상했다.

캄캄한 밤, 월은 의원을 만나고 자신의 방으로 지친 몸을 이끌며 들어왔다.

허 월
하아...

한숨을 내쉬며 초에 불을 밝히는 순간

그녀의 방은 난장판이 되어있었다.

서랍이란 서랍은 죄다 열려있고, 장롱 속의 옷가지 또한 널브러져 있었으며 아껴두었던 약재도 바닥에 떨어져있는, 말그대로 난장판인 상황.

그녀의 다리가 후들후들 떨리기 시작했다.

누군가 자신의 방을 뒤졌다.

'누가..? 대체 왜??'

월은 정신줄을 간신히 부여잡고 친한 의녀의 방으로 갔다.

허 월
나 오늘밤만 여기서 자면 안돼?

"음? 네 방은 어쩌고"

허 월
아니 사정이 있어. 오랜만에 같이 자면 좋잖아~

"그래 그래~ 이 언니가 같이 자줄게."

어젯밤 기억은 여기까지이다.

월은 그 건물에 다왔다는 사실을 깨닫고 퍼득 현실로 돌아왔다.

손잡이를 잡고 문을 당기자 끼익- 하는 소리와 함께 천천히 열렸다.

안은 조용했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월은 궁녀가 알려준대로 바로 왼쪽의 문을 열었다.

문이 작은 소리를 내며 열렸다.

방 안에서 진한 국화향이 퍼져나왔다.

월은 진한 향기에 무엇이 있나 보려했지만 습기로 가득 찬 것인지 뿌옇게 흐려진 공기가 그녀의 시야를 가렸다.

눈살을 찌푸리며 안에 있을 태형을 찾고 있던 그 때.

김태형
흐음... 이러면 곤란한데.

안에서 태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허 월
저하?? 안에 계십니까?

김태형
그럼 밖에 있겠소?

습기가 차츰 사라지며 드디어 월의 시야에 태형의 모습이 들어왔다.

여유롭게 미소지고 있는 태형을 본 월은 숨이 멎을 정도로 당황했다.

머릿속이 새하얘진 월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채 그를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욕조 안에 들어가 있는 태형은 상의를 벗은채로 월을 바라보고 있었다.

당황한 월과 달리 이 상황이 재밌다는 듯 미소지으면서.

허 월
저..저하!! 빨리 옷을 입으시옵소서

김태형
굳이 그래야 할 이유가 없지 않나? 난 지금이 좋은데.

허 월
눈을 가리고 있겠사옵니다. 어서 입으십시오.

월은 빨개진 얼굴을 두 손으로 가렸다.

그러자 태형이 물속에서 나왔는지 찰랑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그 작은 소리 이후 정적이 흐르자 월은 살짝 손을 떼고 눈을 떴다.

허리에 손을 얹은채 월을 보고있는 태형은 물속의 상태 그대로였다.

그나마 다행인것은 바지라도 입고 있다는 거랄까.

그 모습을 본 월은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이번엔 당황해서가 아니었다.

아까는 정신이 없어 제대로 보지 못했는데

이제 보니 다른 남자들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적당한 잔근육과 복근. 균형잡힌 탄탄한 몸을 따라 시선을 그의 얼굴로 옮겼다.

물기있는 머리와 몸에서 뚝뚝 물이 떨어지고 있었다.

김태형
이거이거.. 안되겠네. 지금 날 유혹하는 것이냐?

허 월
아니.. 아니옵니다! 가당치도 않사옵니다.

김태형
유혹이라면.. 성공한 것 같은데?

태형은 월을 향해 한걸음씩 앞으로 다가왔다.

그가 점점 가까워오자 월은 조금씩 뒷걸음질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몇걸음도 채 가지 못하고 벽이라는 장애물과 부딪히고 말았다.

허 월
..헙!!

월은 황급히 손으로 자신의 입술을 가렸다.

태형은 그런 월이 귀엽다는 듯이 입꼬리를 올려 웃었다.

김태형
원래 남자는 위험한데.. 조심 좀 하지.

그는 웃으며 뒤에 있는 벽에 스윽하고 손을 올렸다.

월은 질끈 눈을 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