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내가 널 사랑하게 해줘

24화 | 안개꽃의 꽃말은 사랑의 성공

태형의 일로 인해 만남을 미룬 두 사람.

헤어질 때까지 다정한 인사를 건네는 태형이었다.

김태형 image

김태형

이따 봐, 누나.

"그냥 내가 널 사랑하게 해줘"_24화

차여주

김지수, 나 왔어_

태형이가 말한 펜트하우스로 가기 전에, 지수가 걱정되어 먼저 룸으로 온 여주다.

차여주

김지수-

차여주

김지수?

차여주

아직도 안 왔나...

가방을 대충 바닥에 던져둔 여주가 지수에게 전화를 걸기 위해, 연락처를 스크롤하던 중.

차여주

...웬 쪽지?

소파 앞 탁자에 놓인 노란 포스트잇이 눈에 띄지.

여전히 한 손에 폰을 든 채, 포스트잇을 떼어낸 여주가 그곳에 적힌 글씨를 읽어본다.

「차여주, 비록 잠깐이지만 고마웠어. 마음 정리가 아직 되지 않아서 무작정 호텔로 온 건데_ 좋은 사람들 만나서 잘 쉬다 가. 난 이제 슬슬 직장으로 돌아갈 생각이야. 지방 내려간다고:) 가끔씩 서울도 올 생각이야. 그리 자주는 못 올 것 같지만ㅎ

말도 없이 이렇게 가게 된 건 미안해. 그래도 연락 자주 하면 되잖아, 그치? 아무튼 너- 한국 오자마자 남자랑 분위기가 심상치 않던데_ 난 너 응원해:) 좋은 결과 있길 바라. 그럼 이제 진짜 안녕. 따로 연락은 안 넣어도 돼~」

p.s. 나 버리고 도망간 놈 경찰한테 잡혔대. 결혼 예물 먹고 튀는 전과범이더래. 지방 내려가기 전에 한 번 만나고 갈 생각이야:)

차여주

···그래, 누가 김지수 아니랄까 봐.ㅎ

세상 쿨하네.

노란 쪽지를 다시 탁자에 붙여둔 여주는 밝은 미소를 띠며 등받이에 기댄다.

차여주

다행이다, 감정도 잘 추스르고...

차여주

그 남자도 잡혀서.

모든 게 좋은 결말이네.

차여주

···아참,

나 가있어야 하는데.

휴식도 잠시, 태형의 말이 떠오른 여주가 몸을 일으킨다.

차여주

카드키가···

차여주

여기있네_

가방에서 카드키까지 꺼낸 후에, 찌뿌둥한 팔로 기지개 한 번 켜며 홀가분하게 이곳을 나서는 여주다.

띵_ 경쾌한 소리를 내며, 77층에 멈춰선 엘레베이터에서 내리면

"반갑습니다. 차여주 씨 되십니까."

차여주

엄ㅁ...!

차여주

아, 안녕하세요.

엘레베이터 바로 앞에서 인사를 건네는 직원의 모습에, 많이 놀란 여주가 한숨을 쉬며 인사를 건넨다.

"총지배인님 지인 맞으시죠?"

차여주

아, 네 맞아요.

"따라오시면 됩니다."

검정 수트 차림의 남성 직원을 따라 가보면_

트램펄린 위에서 점프해도 닿지 않을 만큼의 높이인 천장이 날 맞이했다.

아침에는 워낙 정신이 없었기에, 이런 걸 볼 여유도 없었지.

차여주

우와...

"편히 쉬고 계시면 됩니다."

"필요한 거 있으시면 언제든 말씀하시고요."

차여주

아... 아, 네.

차여주

감사합니다_

차여주

아 근데 저기...!

"네, 말씀하세요."

차여주

태ㅎ··· 아니, 총지배인님은 언제··· 오신대요?

"아, 지금 회의 중이시라고 들었습니다."

손목시계를 확인하는 듯 보였다.

"아마... 30분 내로는 오실 것 같습니다."

차여주

아, 감사합니다-

어디 한 번 둘러보고나 있을까.

차여주

여기는 밖으로 통하는 통로인가~

빼꼼, 고개를 먼저 내밀어 문밖을 확인한 여주가 조심스레 발을 내딛는다.

차여주

오오_ㅎ

넓고 큰 창을 통해 안을 들여다볼 수 있음을 알게 된 여주는 내적 감탄을 한다.

차여주

이런 거 만드려면... 비용이 보통은 아닐텐데.

대리석으로 이루어진 듯한 길 옆에 놓인 화단을 보기 위해 살포시 무릎을 굽혀 앉는 여주.

그곳에 심어진 여러 화초들을 보더니, 이내 웃음을 짓는다.

아니, 온전한 웃음이라기엔 조금은 씁쓸한.

차여주

······.

차여주

···내가 좋아하던 꽃이네_

크기가 작지 않던 화단에는, 하얀 안개꽃이 가득했다.

사이사이에 색이 뚜렷한 꽃들이 끼어있긴 해도_ 수가 훨씬 많은 하얀 안개꽃이 더 눈에 띄었지.

차여주

······예쁘다_

내가 안개꽃을 좋아한다는 이유로, 넌 나에게 늘 특별한 날이라면 안개꽃을 선물하곤 했었다.

그래서 내 방에는 늘 안개꽃 꽃다발이 없는 날이 없었지.

그 때문일까.

지금 또 마음이 먹먹해지려 하는데.

차여주

······넌 늘 내 생각이었네.

이러면 내가 더 미안해질 수 밖에.

김태형 image

김태형

그 꽃은 꺾으면 안 돼요_ㅎ

갑작스레 뒤에서 들려오는 너의 목소리에, 황급히 옷소매로 눈가를 닦아내긴 했다만.

내가 그럴 시간도 없이, 내 옆으로 다가와 내 눈높이를 맞추며 앉는 너였다.

차여주

...왔어?

차여주

일찍... 왔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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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여기서 뭐해_ 춥잖아.

차여주

그냥... 여기 꽃이 너무 예쁘길래...ㅎ

한참이 지나서야 난 너를 바라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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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우리 누나 울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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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누가 울렸어_

그런 나를 보며, 또 울상이 되어버린 너였고.

차여주

···내가 울렸어...ㅎ

차여주

······나 안아줄래...?

나는 너를 향해 두 팔을 벌렸고, 넌 아무 말 없이 앉아있는 날 안으며 일으켜세웠다.

그런 너를 나는 더 세게 끌어안았고.

나는 네 가슴팍에 고개를 기대어 네가 내 눈물을 모르길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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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우리 누나 울면 눈 부을 텐데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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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이렇게 울어도 되려나-

차여주

야아......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여주가 진정될 때까지 그녀를 안아준 채로 기다려준 태형이었다고 한다.

++ 또 두 사람 과거를 옛 페이지로 풀어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