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내가 널 사랑하게 해줘
28화 | 잊었던 기억을 추억한다는 것




김태형
역시 누나가 날 제일 잘 알아_ㅎ

차여주
그럼- 내가 널 제일 잘 알지_ㅎ



"그냥 내가 널 사랑하게 해줘"_28화



차여주
우으- 배부르다

차여주
잘 먹었습니다-


김태형
누나는 거실 가 있어, 나는 설거지하고 갈게.

차여주
아, 나 잠깐 룸에 들렸다올게.


김태형
응? 룸은 왜?

접시를 싱크대로 가져다놓던 태형은, 곧바로 여주의 앞에 선다.

차여주
나 가져올 게 하나 있어-


김태형
···이거 별로 안 걸리는데, 같이 가-

차여주
그럼 그럴까?


김태형
응, 누나 혼자 보내는 건 안 돼.

차여주
알았어-ㅎ 너 다 할 때까지 기다릴게

일어나다가도 다시 자리에 앉은 여주가, 다시 태형을 부엌으로 보내려는 듯 허리를 두 어번 토닥여준다.


김태형
딱- 기다리고 있어-

차여주
네에-ㅎ



긴 팔을 뻗어 엘레베이터 버튼을 누른 그가, 층 수를 확인하며 여주에게 묻는다.


김태형
그나저나, 가져올 게 뭔데?

차여주
···그건 비밀-

차여주
가면 알게 될 거야_

차여주
그런데··· 아까 여기 계시던 경호원분들은 다 어딜 가고...


김태형
다 퇴근 시켰어



김태형
괜히 우리 둘만 있는 시간을 방해하면 안 되니까.

여주 한정인 능글맞은 미소 한 번 띠며, 그녀의 한 쪽 어깨를 감싸고서 자신에게 더더욱 가까이 붙게 하는 태형이지.



룸에 들어선 여주는, 태형과 맞잡던 손을 놓고_ 빠른 걸음으로 거실로 향한다.

오는 사이에 그 새를 못 참고 손을 잡았던 둘이지.


김태형
가져올 게 얼마 대단하면 내 손까지 놓고 말이야.

하지만, 그런 여주의 태도에 현관에 멈춰 서서_ 서운함을 감추지 못하는 태형이다.

차여주
들어와 봐, 태형아

그럼에도, 여주 말 한 마디 듣자 금세 기분이 풀려 그녀에게로 다가갔지만.



김태형
···이게 뭐야?

여주가 손에 쥐고 있던 물건을 한참동안 들여다보던 그가 고개를 갸우뚱하며 묻지.

차여주
어어-? 넌 기억할텐데ㅎ


김태형
내가 기억한다고?

차여주
당연하지_


김태형
이거 그냥 폴라로이드 카메라잖ㅇ···


김태형
······아,

무언가 떠오른 듯, 맞닿아있던 그의 입술은 서서히 벌어지며 짧은 탄식을 내뱉는다.


김태형
···맞아ㅎ


김태형
이걸로 사진 많이 찍었지, 기억 난다_


김태형
···우리 찍었던 사진들도 가지고 있어?

없겠지, 버렸겠지, 라며 속으로 생각은 하고 있던 그에게_

차여주
······당연하지_

여주가 조심스레 건네는 폴라로이드 몇 장.

태형의 손에 쥐어진 폴라로이드 사진들 속에는, 오직 풋풋한 둘의 모습만이 새겨져 있지.


김태형
···있었네ㅎ

한 장 한 장, 꼼꼼히 살펴보던 그의 입가에는 어느새 옅은 미소가 새겨져 있었고

그런 태형의 모습을 빤히 지켜보던 여주는 입을 연다.

차여주
나도 한국 와서 짐 정리하면서 알았어_

차여주
7년 전에 너한테 헤어지자고 통보하고_

차여주
집으로 돌아와서, 여권 사이에 사진들 끼워뒀던 게 이제서야 기억 나더라_ㅎ

·

나도 너를 잊기 두려웠던 건, 마찬가지였던 거야.

그 상황에서는, 너를 버리고 나를 선택했지만_ 나는 너도 잃고 싶지 않았던 거지.


김태형
기억을 떠올릴 때마다 예쁜 기억들 밖에 없네, 우리는.

차여주
그러게_

차여주
우리가 많이 사랑하긴 했나 보다.


김태형
했나 보다-?


김태형
과거형이면, 지금은?

차여주
아ㅎ 말실수야_

차여주
물론 당연히 지금도 사랑하지.

차여주
그때도 나름대로 많이 사랑했었구나_ 라는 뜻이었어ㅎ



김태형
잠깐만, 이 사진은 처음 보는데?

사진을 한 장씩 넘기던 너는, 넘기다 말고 한 장을 나에게 보여준다.

교복 차림을 한 너의 뒷모습이 담긴 사진이었지.

차여주
이게 아마··· 마지막으로 찍은 네 사진이었을 거야.

차여주
여기가 어디더라···.


김태형
학교인 것 같은데?

차여주
그런가?


김태형
맞네_ 학교 뒤편 산책로_ㅎ


김태형
나 몰래 또 언제 찍은 거야-

차여주
아 맞아, 그래ㅎ

차여주
이 때 무슨 상황이었냐면-

차여주
점심 다 먹고- 네가 바람 좀 쐬고 오자 해서 나갔을 때 일 걸?

차여주
네가 나보다 앞에서 걸어가는데, 그 순간이 너무 예뻤던 거야.


김태형
이 사진 속 모델도 완벽하게 예뻤지.

차여주
흐음- 글쎄?


김태형
어? 잘 모르나본데?

차여주
응- 잘 모르겠네-?


김태형
하, 이거 서운한 걸.

피식, 웃음을 터뜨린 여주는 두 손으로 태형의 양 볼을 꾹 눌러본다.


김태형
우으, 이그 므흐는거으...

차여주
내 남자친구 완벽한 거 설마 내가 모를까-ㅎ


김태형
그치이-? 알지이-?

자신의 양 볼을 짓누르고 있던 여주의 손을 감싸듯 잡으며, 말을 이어가는 태형.


김태형
그러면 완벽한 남자친구한테 선물 하나만 줘.

별 거 아니라는 듯, 입술을 우-하고 내미는 태형이다.

그런 태형의 모습을 보고선, 또 한 번 웃는 여주고.

차여주
어떻게 해달란 말인데?ㅎ


김태형
우응- 알잖아요오-

세상 귀엽게 앙탈 부리는 태형이를 봐서_ 쪽, 짧은 입맞춤을 건네주는 여주다.


김태형
됐다- 이제 기분이 좋아졌으니 바로 방으로 가는 건가?

차여주
방은 왜?


김태형
···어허, 누나. 모르는 척 하면 안 돼-


김태형
엄연한 성인이 알 건 다 알텐데?

차여주
뭐가?


김태형
쓰읍, 혹시 모른 척하는 중인건가?

차여주
뭐를-ㅎ

의심의 눈초리로 여주를 바라보던 태형이가, 이내 자리에서 일어선다.


김태형
그래, 아무것도 모르는 우리 누나를 데리고 내가 이러면 안 되지.


김태형
이 사진들 가져가서 거실에 붙여놔야겠네, 다시 올라갈 거지?

차여주
응, 오늘은 거기서 너랑 같이 자야겠다-

···

하마터면 큰 일날 뻔했네.

이 정도면 태형이가 나를 순진한 양 정도로 생각하고 있으려나.



그렇게 아무것도 모른다는 척 수준급 연기를 잘 해낸 여주였다고 하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