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내가 널 사랑하게 해줘

29화 | 마지막 퍼즐 한 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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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이 사진들 가져가서 거실에 붙여놔야겠네, 다시 올라갈 거지?

하마터면 큰 일날 뻔했네.

이 정도면 태형이가 나를 순진한 양 정도로 생각하고 있으려나.

"그냥 내가 널 사랑하게 해줘"_29화

차여주

나 그럼 옷 좀 들고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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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옷?

차여주

내일 아침에 바로 나갈 거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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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아, 그치.

저번에 잔뜩 쇼핑했던 옷가지들 속에서, 몇 벌을 꺼내드는 여주다.

들고 다니던 가방에 폴라로이드 카메라까지 넣고, 입고 다니던 외투까지 챙겨 자리에서 일어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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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누나 핸드폰은?

잊은 게 없는지 한 번 확인시켜주는 태형이다.

차여주

어···, 아마 거기에 두고 왔을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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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그럼 다 된 거야?

차여주

응, 다 됐어-

집에 들어서자, 왜인지 모르게 아까보다 분주해 보이는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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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누나 누나, 이거 어디 붙이면 좋을까-

꽤 여럿 되는 폴라로이드를 아직까지 손에 꼭 쥐고 있던 너는 발을 동동 구른다.

차여주

제-일 잘 보이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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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제일 잘 보이는 곳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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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창문?

차여주

응, 좋다-ㅎ

그대로 TV 밑 서랍을 열어, 무언가를 챙긴 너는 창가 앞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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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내가 또_ 오랜만에 기술 발휘 좀 해봐야겠네.

소매를 걷어붙인 너는, 비장한 표정으로 사진 하나 하나를 위치 잡아가며 붙이기 시작한다.

차여주

내가 도와줄 건 없고?ㅎ

서랍에서 꺼냈던 건, 테이프였던 모양이다. 각양각색의 마스킹 테이프.

성인 남자 집에 이런 예상치도 못한 물건이 있음에, 네가 더욱 귀여워지는 순간이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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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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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일로 와, 나랑 같이 사진 붙이자.

너는 내 손을 잡아, 네 품 안으로 들였고- 나에게 사진 한 장을 쥐어줬다.

차여주

어디 붙이면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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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음- 어디가 좋을까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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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여기 어때?

차여주

그보다 살짝 옆에 붙이는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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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그게 좋으려나?

차여주

응, 이 사진이랑 대칭이 맞으려면- 여기가 좀 더 나을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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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그래, 여기 하자ㅎ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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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누나_

차여주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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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사진 한 장 더 없지?

차여주

한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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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여기 자리가 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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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딱 하나만 더 있으면 예쁠 것 같은데.

차여주

하나 찍으면 되지-ㅎ

차여주

내가 카메라 가져왔어_

금세 표정이 밝아진 네 얼굴에, 다행이다 싶은 순간이었다.

차여주

우리 어떻게 찍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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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나한테 좋은 생각이 있어_

그대로 나는 네게 카메라를 건넸고, 나를 소파에 앉힌 너는 내 옆에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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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나 한 번 봐봐,

솔직히 조금은 눈치 챘지.

아, 얘가 나한테 무슨 짓을 하긴 하겠구나_라는 걸.

차여주

···너 나한테 뽀뽀하려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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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아닌데?ㅎ

차여주

표정 봐- 맞는 것 같은데?ㅎ 당황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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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누나 마음에 안 들면 다르게 하지...!

차여주

아ㅎ 너 이 녀석-!

차여주

딱 걸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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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뭘 걸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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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누나는 어떻게 찍고 싶ㅇ

먼저 다가간 건 나였다. 네가 방심한 틈을 타, 조심스레 입을 맞췄고- 그걸로 놀랐던 너였는지 단번에 셔터 소리가 났다.

지이이잉, 폴라로이드 완성작이 인쇄되는 소리가 들려옴에도 얼어있는 너.

차여주

네가 원하면- 내가 또 안 해줄순 없잖아?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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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아...ㅎ 진짜

와락, 곧바로 나를 안은 너는 헤실헤실 웃으며 내 어깨에 고개를 묻는다.

차여주

아, 야아- 이거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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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누나 너무 좋아···ㅎ

내 손에 들려있는 사진이 어떻게 되든 간에, 너에겐 중요치 않은 모양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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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우웅...

차여주

이거 사진 안 붙일거야?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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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붙여야지_ㅎ

붙여야한다는 말과는 다르게, 네가 나에게 안겨있는 걸 봐선- 그럴 마음이 없어보인다.

나는 사진을 보지 못한 채, 그대로 탁자에 내려놓았고- 여전히 벗어날 생각이 없는 듯한 너를 꼭 안았지.

네 등을 몇 번 토닥여주고 있었을까, 네가 날 안고 있는 힘에 못 이겨 소파에 눕혀질 뻔도 했고.

차여주

아, 놀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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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부끄러워,

차여주

뭐가 부끄러운데-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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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누나한테 뽀뽀받는 거는 쉬운 일이 아니었단 말이야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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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그런데 이렇게 쉽게 받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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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몰라, 아무튼 기분이... 좋아ㅎ

·

그렇게 한동안 너는 내 품에 안겨, 빠져나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끝끝내 너를 설득한 내가 가까스로 직접 빠져나오긴 했지만.

차여주

짠- 이제 됐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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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이게 아까 찍은 건가?

차여주

응-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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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이게 제일 예뻐_

차여주

그치? 내가 생각해도 그래-

퍼즐이라 치면, 비로소 우리가 방금 찍은 사진이 마지막 조각이 되어_ 이야기의 끝을 마주한 느낌이야.

마지막 한 조각이 없었더라면, 미완성 작품에 불과했을 텐데 말이지.

이 이야기의 끝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결말인 것 같아 다행이야.

「다음 화에서는 두 사람의 마지막 이야기가 공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