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내가 널 사랑하게 해줘
마지막 화 | 너를 사랑해보려 해



퍼즐이라 치면, 비로소 우리가 방금 찍은 사진이 마지막 조각이 되어_ 이야기의 끝을 마주한 느낌이야.

마지막 한 조각이 없었더라면, 미완성 작품에 불과했을 텐데 말이지.

이 이야기의 끝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결말인 것 같아 다행이야.



"그냥 내가 널 사랑하게 해줘"_마지막 화



그렇게 늦게까지 투닥투닥과 알콩달콩을 반복하던 두 사람은, 날이 밝은 줄도 모르고 눈을 뜰 생각이 없어보인다.

차여주
쿨쿨···.


김태형
쿨쿨···.

방으로 들어가 잘 생각조차 못 했을 정도면, 어젯밤_ 꽤 피곤했나 보다.

두 사람은 나란히 소파 위에 누워있고, 태형은 바깥쪽에 있는 여주에게 한 팔로는 팔베개, 다른 한 팔로는 그녀의 허리를 감싼 채 곤히 잠들어있다.

그의 품 안에 있는 여주는 태형을 안은 채로 잠들어있고.


차여주
······.

차여주
······으응?

둘 중에서도 먼저 눈을 뜬 여주는, 자신의 위치를 알아차리고 나서야 태형을 바라본다.

차여주
우으······.

차여주
태형아...

그렇게 깊게 잔 건 아닌지, 여주가 두어 번 볼을 쿡쿡 누르면 절로 눈을 뜨는 태형.


김태형
으응?

차여주
일어 나- 우리 나가야 돼_


김태형
우응...

먼저 상체를 일으킨 여주가 태형의 이마에 짧은 입맞춤을 하고선, 자리에서 일어난다.


김태형
흫... 잠 다 깼다.

차여주
자, 일어나-

차여주
우리 갈 길이 멀단 말이야

태형의 두 팔을 힘껏 끌어당긴 여주는, 그를 일으켜세운다.

차여주
얼른 욕실로 안내해 주세요-


김태형
우리 같이 씻는 거야?

차여주
···뭐래-


김태형
아ㅎ 이거 아닌가?

차여주
네, 아니에요-


···


차여주
새 칫솔 있어?


김태형
있지_

어푸어푸, 나란히 서서 양치질을 하며 거울 속의 서로를 보고있던 우리는 자꾸만 나오는 웃음에 몸둘 바를 모르는 중이다.

차여주
······풉_

끝내 머금고 있던 쓰디 쓴 치약 거품을 내뱉고선, 말을 이었지.

차여주
너 세안 밴드 어디서 산 거야?

차여주
잘 어울리네_


김태형
그치?


김태형
혼자 여행 갔을 때 시장에서 보이길래 샀어,

한껏 치명적인 분위기 뽐내며_ 새하얀 목욕 가운 입은 채 한 손에 와인잔 들고_ 해 뜨는 아침 맞이할 것 같이 고급스럽게 생겨선,

고작 분홍빛의 세안 밴드 하나 쓰다니.

참, 너란 사람 적응이 가질 않아.

차여주
시장에서 그런 것도 사?


김태형
내 스타일이더라고_


김태형
딱, 처음 보자마자 이거다 싶었어.


김태형
잘 어울리지?

차여주
응ㅎ 완전-.


김태형
오늘 나가서 누나 거도 하나 살까 봐.


김태형
이왕 예쁜 거, 우리 둘 다 가지고 있으면 좋잖아?ㅎ

양치에 이어서, 면도까지. 거울에 얼굴을 가까이 하고선 어느덧 진지한 표정을 띤 네 얼굴에- 그저 미소가 나올 뿐.



김태형
······.

그렇게 한동안 정적이 흐르다가_ 면도까지 마친 너는 거울 속의 나를 보며 미소 짓는다.

차여주
왜 웃어?ㅎ


김태형
누나가 너무 예뻐서-?

치-, 능글맞은 말에 내가 헛웃음 흘릴 시간조차 주지 않은 너는_ 얼굴에 세네 번 대충 물 묻히는 걸 끝으로 세수까지 마쳤다.


김태형
자, 누나 차례야-

네가 면도할 동안 뒤에서 지켜보던 나까지- 세수를 끝내면, 익숙한 듯 나에게 수건을 건네는 너.

수건으로 물기를 닦아내는 와중에도, 나를 바라보고 있는 네 눈빛이 조금 부담되어_ 수건으로 눈 밑을 전부 가렸다.


김태형
어떻게 하나도 안 변했지-?

차여주
뭘 안 변해···.

전보다 나이 일곱 개를 더 먹었는데, 안 변했다니.


김태형
적어도 내 눈에는 그렇다고-ㅎ


김태형
변함없이 이뻐죽겠다-?

급기야 내 이마에 짧게 입을 맞추고 나서야, 욕실을 나서는 너다.

차여주
으이그...

차여주
저 태도 언제까지 가나 봐야겠네_

내심 그 말 들으니 기분은 좋았지만, 겉으로는 은근 툴툴대는 게 내 표현방식이라.



그렇게 혼자서 중얼거리다, 거실로 나왔을 때는_

네가 이미 상의 탈의를 한 채 환복 ㅈ···

차여주
아, 야-!!!

몸이 반응하기라도 한 듯, 나는 서둘러 뒤도는 수밖에 없었다.

차여주
ㅂ, 방에 들어가서 갈아입던가!!

차여주
왜 여기서··· 이래!


김태형
아ㅎ


김태형
혼자 있을 때는 여기서 갈아입어서···ㅎ

차여주
···후우.


김태형
다 됐어, 이제 돌아도 돼

차여주
···큼, 큼.

차여주
나는 욕실에서 갈아입고 올게_

서둘러 옷들을 챙긴 나는, 네가 뭐라고 말을 걸기도 전에 욕실로 피신하려 했건만-


김태형
여기서 갈아입고 있어, 내가 들어갈게.

차여주
ㄴ, 내가 널 어떻게 믿어!

차여주
훔쳐볼 지... 어떻게 알아.

그 뒤 마디는 많이 기어들어가는 목소리였다.


김태형
아 누나-


김태형
나 그렇게 이상한 남자 아니거든-.


김태형
날 뭘로 보고.

차여주
···됐어, 들어갈 거야!


쾅_



꽤 빠른 시간 안에 옷도 갈아입고, 간단한 화장까지 끝낸 내가 조심스레 거실로 발을 딛이면_



김태형
이제 나가면 되나?

이미 모든 준비를 끝냈던 네가, 옅은 미소를 띤 채 나를 바라봐 주고 있다.

차여주
···응ㅎ


나가기 전에, 손깍지를 끼는 건 어찌나 좋아하는지- 오늘도 예외는 없이 내 손을 꼭 잡아준다.


김태형
누나, 밖에 눈 오던데?

차여주
눈? 진짜?


김태형
응-ㅎ



차여주
뭐야··· 정말이네?

차여주
언제부터 온 거야- 많이도 오네ㅎ

도심 속 거리는, 눈을 보기 위해 나온 사람들로 북적였고_ 평소보다 속도를 몇 배는 낮춰 서행중인 차들로 가득했다.

곳곳에서 들리는 차량 클랙슨 소리는, 사람들의 이야기 소리에 묻혀 희미해졌고.

차여주
여기에서 학교까지 얼마 정도 걸려?


김태형
걸어서··· 20분?

차여주
생각보다 가깝네?


김태형
추울 것 같은데_ 걸어가도 괜찮겠어?

차여주
당연하지_

차여주
추운 게 중요하겠어-?

차여주
지금 눈이 오는데-ㅎ

조금의 걱정이 묻어있던 네 얼굴은, 금세 미소로 가득 찼다.


김태형
그래- 추운 게 중요하겠어?


김태형
누나랑 손을 잡고 있는데_ㅎ

차여주
으응- 그런 것만 좋아하지-?


김태형
그럼 뭘 더 좋아하겠어_

쪽_, 이럴 때면 늘 예고 없이 입을 맞춰오는 너.


김태형
이런 거 좋아하는 게 전부지_

차여주
그치- 내가 아는 김태형은 그런 사람이지-


김태형
그런 사람-?


김태형
그런 사라암-?

코를 찡긋, 하며 나에게 고개를 가까이 하면_ 나 역시 상체를 뒤로 뺐다.

그럴 때마다 더 가까이 오는 너를 피하기엔, 내 허리의 유연성은 기준 미달이었던 지라- 금세 다시 허리를 펴긴 했지만.

차여주
그런 사람이 왜-!


김태형
너무 딱딱한 호칭이야, 별로야.

차여주
아ㅎ 진짜-

차여주
잘 삐지네, 우리 태형이_


김태형
우리 태형이, 좋다.

차여주
아ㅎ 좋아?

차여주
마음에 들었어?ㅎ

너랑 있을 때는 유독, 웃음이 많아진단 말이지.


김태형
응ㅎ 좋아-

그렇게 서로를 마주보며 한참을 웃던 우리. 점차 머리 위에 눈송이들이 쌓여가기 시작하면-

차여주
우리 학교 안 가는 거야?ㅎ


김태형
아ㅎ 가야지_

그제서야 본래의 목적이 생각 나버린 걸.

너는 잡고 있던 손깍지를 풀어, 내 어깨를 네 쪽으로 가까이 끌어당겨 반쯤 안았다.


김태형
으으- 추운데 그냥 들어갈까?

차여주
뭐?ㅎ


김태형
아니이-ㅎ 학교는 내일 가도 되잖아ㅎ


김태형
흫ㅎ 너무 추워-

차여주
그래도 오늘 가야지_ㅎ


김태형
어어- 누나, 나 너무 추운데에?!

차여주
안아줄게, 얼른 가자-

앞으로 걸음을 옮긴 나인 반면에, 뒤에 서서 제자리 걸음중인 너.


김태형
안아주는 걸로는 부족해!

차여주
···아이- 정말.

차여주
안아주고 뽀···

언제 앙탈부렸냐는 듯, 호다다닥- 달려와 어느새 내 옆에 서있는 네가 하는 말.


김태형
갑자기 더워진 것 같아.



김태형
얼른 학교로 갈까요-?ㅎ



···

"그래서, 해주기로 한 건 언제 해주는데?"

"학교 갔다 와서-"

"아아아- 너무 늦어."

"학교 가서-!는 어때"

"그것도 너무 늦어."

"그냥 지금 해달란 말이야?ㅎ"

"응ㅎ 맞아-"



···


우리는 서로가 함께하는 동안 행복했고,

우리는 꽤 긴 시간 동안 서로를 보지 못했고_

긴 시간을 돌고 돌아 서로에게 닿았다.


너를 잊는 걸 노력했지만, 정작 잊고 있었던 건 너를 잊는 방법이었던 거야.

너에게로 가지 않으려 걸었던 무수한 길들이 실은 너를 향한 길인 줄도 모르고서.



아팠고, 시렸던 만큼_ 그리고

그리웠고, 늦은 만큼_ 너를 사랑해보려 해.

내 진심을 다해, 그리고 최선을 다해-

'그냥' 너를 사랑해볼게.



"그냥 내가 널 사랑하게 해줘"_The End


안녕하세요, 망개망개씌입니다:)

이렇게_ 이 작품이 끝을 보게 되었네요ㅎ


바로 본론을 말씀드리자면,

이 작품과 함께하는 시간동안 너무 행복했고

너무 감사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그동안 이 두 사람, 그리고

이 작품에 무한한 관심과 애정을 쏟아주셔서 너무 감사했습니다:)


저는 이제 이 작품을 만들게 된 후기를 끝으로, 이 작을 완결시킬 계획이었어요.

외전 없이, 이대로의 결말이 가장 예쁘겠다고 생각했었거든요.

그래서 지금도 여전히 외전 여부에 대해 고민 중인데,

여러분께서 자유롭게 의견 남겨주시면 한 번 생각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그러면, 이 화에 남겨지는 댓글 다 읽어보고- 공지 에피소드로 찾아뵐게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