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맹아, 나한테 설레냐?

97화 우리의 첫만남

학교에서 태형이를 집으로 곧장 데려온 나는 모든 이야기를 숨김없이 태형이한테 털어놓았다.

"사실은 오늘부터 듣는 예술의 역사 강의에 주지훈이 있었어"

"하필이면 그 새키랑 나랑 팀플을 같이 하게 돼서 내가 교수님한테 짝 바꿔 달라고 부탁했어"

"그래서 바꿔주셨어?"

"왜? 안 바꿔주시면 네가 찾아가기라도 하게?"

"안 바꿔주신다면 찾아가서 내가 무릎 꿇고라도 바꿔 달라고 빌어야지"

"그럴 필요 없어. 바꿔주셨거든"

"그리고 무슨 일이 있어도 무릎 꿇고 부탁은 하지 마"

태형이가 내 걱정을 해주는 건 항상 고마웠고 감동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릎까지 꿇게 할 수는 없다.

꿇어도 내가 꿇지. 태형이 네가 꿇는 건 내가 절대로 못 봐.

"근데 그 새키가 또 너한테 말 걸면 바로 나한테 전화해. 내가 당장 달려갈게"

"알았어"

포옥-]

"네가 있어서 든든하다"

태형이를 알게 된 건 정말로 큰 행복이다.

처음에는 우리가 이런 사이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었지.

"태형아 우리 처음에 만났을 때, 기억나?"

"당연히 기억나지. 그날을 어떻게 잊어"

태형이와 내가 처음 만났던 날,

우리 집은 태형이의 옆집으로 이사를 왔었다.

그때가 5살쯤 때니까, 완전 꼬꼬마 시절이였지.

엄마 다리 뒤에 숨음-]

"여주야, 네 친구래. 앞으로 같은 유치원에 다닐 거니까, 친하게 지내"

"안뇽...! 난 여쭈라구 해" ((헤실

빼꼼-]

"여주는 참 밝고 발랄하구나. 우리 태형이는 낯을 너무 가려서"

"태횽아. 나랑 친규하자"

"친규...?" ((살짝 머리를 빼고

"웅! 친구!"

"너 처음에 엄청 낯가렸었잖아"

"그랬지. 진짜 부모님 말고는 다 낯가렸었지"

"근데 그런 나한테 넌 먼저 나한테 다가와 줬잖아"

"그렇게 친구 하자고 한 얘가 내가 처음이었어?"

"처음은 아니었는데... 내가 경계심을 풀지 않았었지"

"아니, 왜?"

"글쎄... 그때 느끼는 느낌이라도 있었나. 이상하게 넌 경계심이 들지 않았거든"

운명이란 게 진짜로 있다면 태형이랑 내가 아닐까, 라는 생각을 요즘 자주 하게 된다.

"그것도 생각난다. 내가 사탕 때문에 엄청 울었던 날"

"아, 그 유치원 때?"

하루는 유치원에서 모두한테 사탕을 똑같이 하나씩 나누어줬었는데,

그 사탕을 애지중지 아꼈었다가 유치원 놀이터에서 놀 시간에 꺼내서 입으로 넣으려 했을 때, 모래에 떨어졌었지.

웬만하면 잘 울지 않는 내가 사탕 하나 때문에 운 건 다른 건 몰라도 제일 아끼던 사탕이라서, 그냥 펑펑 울었던 게 기억이 난다.

"흐아아아아앙...!!"

도도돗-]

"여쭈야, 왜 우러"

"내 사타앙...!! 흐아아아아...!!"

그때 넌 모래 위에 떨어진 내 사탕을 발견했고 자신의 주머니에서 아껴두었던 사탕을 꺼내서 나한테 내밀었다.

"자, 여쭈야. 이거 받구 울지 마"

"ㅈ,진짜루 내,가 이고 먹어두 대...?" ((훌쩍

"응! 난 안 먹어두 괜차나" ((방긋

"그때 내가 너한테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르지?"

"고작 사탕 하나였지만, 내가 진짜로 많이 좋아하던 사탕이었어"

"사실 나도 그 사탕 엄청 좋아해서 아껴뒀던 건데, 나보다는 네가 더 좋아하는 것 같아서 줬지"

감동-] "태형아..."

"이런 걸로 감동 받으면 나중에는 어떡하려고"

"그럼 넌 심장 단단히 잘 부여잡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