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11시의 김운학
7

며칠째 도서관에서 운학의 자리는 비어 있었다.
처음 하루 이틀은 우연이라 생각했다. 시험 기간이니 다른 곳에서 공부하고 있겠지, 하고 넘겼다.
하지만 삼일째부터는 마음이 조금씩 불안해졌다.
문득 떠올랐다. 그날, 내가 던진 질문.
"운학아, 예전에 라디오 자주 듣는다고 했잖아. 혹시… DJ 누군지 궁금하지 않아?"
아무것도 아닌 듯 웃으며 물었지만, 운학의 대답은 뜻밖이었다.

김운학
"사실은. 가끔 궁금했어요. 그런데… 그 사람이 누군지 알게 되면, 지금처럼 편하게 들을 수 있을까 싶었요."
그 말은 생각보다 복잡했다.
나를 향해 열린 마음과, 동시에 내가 DJ일지도 모른다는 직감. 그리고 알게 되었을 때 달라질 거리감.
그래서 그 순간, 나는 잠깐 멈칫했다.
사실이라고 말할 수 있었는데, 입을 열지 못했다.
그 짧은 침묵이 오히려 더 많은 걸 말해버렸는지도 모른다.
다음 날 도서관에서 마주친 운학은 평소와 다름없어 보였지만, 어딘가 조금 조심스러웠다.
눈을 마주치는 시간이 줄었고, 메모를 남기는 대신 노트북을 오래 들여다봤다.
우리는 여전히 같은 책상에 앉아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말이 줄었다.
나 역시 그의 눈치를 보게 됐다.
내 정체를 말하지 않았던 그 날 이후, 내 말 한마디가 또다시 선을 긋게 될까봐 조심스러워졌다.
며칠 후, 그는 아예 도서관에 나오지 않았다.
메시지를 보낼까 망설이다 결국 보내지 못했다.
그는 내가 피한 거라 생각했을까.
아니면, 내가 DJ라는 걸 확신하고 나서 마음이 복잡해졌던 걸까.
밤 11시, 오랜만에 라방을 켰다.
어쩐지 bearwith_u의 댓글이 기다려졌다.
늘 있던 자리, 익숙한 말투.
하지만 오늘은 조용했다.
곰돌이 스티커가 붙은 텀블러 사진을 공지에 올릴까 고민하다 말았다.
'그 사람이라면 분명 좋아하겠지.'
아이디도 곰돌이, 프사도 곰돌이.
괜히 피식 웃음이 났지만, 막상 손은 움직이지 않았다.
댓글창은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
그런데 유독, 익숙한 그 말투 하나가 없었다.
그 말투가 빠졌다는 것만으로도, 밤은 낯설고 멀게 느껴졌다.
라디오를 마치고 노트북을 덮으며, 나는 잠시 창밖을 바라봤다.
비가 오고 있었다.
빗소리가 유리창을 두드리는 소리,
그리고 어딘가에 있을지도 모르는 누군가의 조용한 혼잣말이 함께 들리는 듯했다.
그날 내가 먼저 말을 했어야 했는데.
"운학아, 사실 나야."
그렇게 말했어야 했는데.
타이밍을 놓쳤고, 그게 우리를 멀어지게 만들었다.
내가 너무 늦은 걸까.
그 생각이 마음에 걸렸다.
익숙했던 존재가 사라졌다는 것만으로도, 밤은 이상하리만치 고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