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11시의 김운학
8

며칠 동안 운학의 자리를 보지 못했다.
도서관에서도, 카페에서도, 캠퍼스 길 위에서도.
처음에는 시험 준비 때문에 다른 곳에서 공부하나 보다 하고 넘겼다.
하지만 시간이 길어질수록 마음이 조용히 무너지는 기분이 들었다.
라방 댓글창에서도 🧸 이모티콘은 나타나지 않았다.
그 빈자리가, 화면 속에서도, 내 하루 속에서도, 유난히 선명하게 보였다.
그날 밤, 혼자 방 안에 앉아 그 순간을 떠올렸다.
"운학아, 예전에 라디오 자주 듣는다고 했잖아. 혹시… DJ 누군지 궁금하지 않아?"
그때 나는 아무렇지 않게 웃으며 던졌지만, 사실은 마음속 깊은 곳을 꺼내 놓은 질문이었다.

김운학
"사실은… 가끔 궁금했어요. 근데… 그 사람이 누군지 알게 되면, 지금처럼 편하게 들을 수 있을까 싶어요."
그때 나는 그저 웃으며 대화를 넘겼지만, 속으로는 '지금 말해도 될까?' 하고 계속 고민하고 있었다.
... 그때 말할걸. 그랬어야 했는데.
단 한 번의 망설임이 타이밍을 놓치게 만들었다.
그 후, 운학은 조심스러워졌고, 나는 더 말을 꺼내기 어려워졌다.
그리고.. 운학은
사라졌다.
강의가 끝나고 캠퍼스를 나서는데, 부슬부슬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가로등 불빛이 빗방울을 부드럽게 감싸고, 젖은 나무 향기가 바람을 타고 흘렀다.
우산을 챙기지 않아 발걸음을 재촉하려던 순간,
저 멀리서 누군가 걸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투명한 비닐우산, 차분한 걸음, 그리고 익숙한 어깨선.
운학이었다.
심장이 순간적으로 두 번 세 번 빠르게 뛰었다.
반가움과 동시에, 지난 며칠 동안 쌓인 미묘한 거리감이 목을 조여 왔다.
그는 나를 보더니 짧게 웃었다.

김운학
"우산 없죠?"
운학은 우산을 살짝 기울였다.
우산 아래로 비 냄새와 그의 체온이 스며들었다.
잠시 둘 다 아무 말 없이 걸었다.
그 침묵 속에서, '지금 말해야 한다'는 결심이 점점 확실해졌다.
“운학아.”
그가 고개를 돌렸다.
빗물이 이마에 맺혀 있었고, 가로등 불빛이 그 위에서 작은 빛점처럼 흔들렸다.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