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그림자에 키스를
[그키스] | 37.



답지 않게 물러졌던 밤이였다.


짧은 밤이였지만 그녀와의 만남은 가히 기억에 남았고,


툭툭 던지는 말들이여도 그 끝에는 혀끝에 베인 끝물처럼 입안에서 뒹굴거렸다.



후궁 장씨,


그녀가 신여주를 대하는 태도는 적대적이라고밖에 상상이 되지 않았다.

그 말끝에 다분히 묻어있는 이해(貽害)에 속이 뒤틀리면서도

왜 나는 말을 먼저 끊지 못했던걸까





_강녕전






어두운 저녁, 중궁전 옆 별채에 머물던 여주에게 윤기가 찾아왔다.

..요즘따라 얼굴을 본 지가 꽤 오래되었다며,


사뭇 당연하다는듯이 담담하게 운을 때어 답하는 그녀와는 달리

무언가 거슬리다는듯, 풀어놓은 그녀의 긴 머리카락을 지분대면서도 그녀에게서 눈을 때어내지 않은 그는

기어이 구중(임금이 있는 대궐)을 건너 그녀와 함께 강녕전에 다다랐다.


유교, 그래..

선조때부터 내려온 숭고한 유교정신을 무너뜨리냐는 내관들의 알선에도 불구하고

원래 이런때일수록 뿌리깊은 옛 사상을 바꿔야한다는 명목을 들어 반박하는 주상에 입을 다물었다.


....참 희한한 일이기도 하지


입에 바른 말, 자신의 심기를 조금만 거스르기만 하면 칼날부터 빼어드는 그 주상이.

요즘은 칼집마저 이곳에 두고 다니시니 말이야.





민윤기/이융
내가 아마 죽을때가 가까워진 모양이오


신여주
그런 것 같습니다. 제게 경어를 다 쓰시고


민윤기/이융
하하하


역시나 무덤덤한 그녀의 답변에 크게 웃어보인 그가 그녀와 마주보는 모양으로 자세를 바로잡았다.

그렇게, 살짝 밑을 보는듯한 그녀의 시선을 올려 자신을 보게 하면서도 결국 그녀의 눈동자에 비친 자신과 눈을 마주하며



민윤기/이융
.......



민윤기/이융
...이제 곧 중전의 자리에 오를텐데,


민윤기/이융
아랫사람 대하듯 할순 없는것 아니겠소. 그대도 응당 그에 맞는 대우를 받아야지.



신여주
...피식)) 역시 어색하십니다.


민윤기/이융
하, ㅎ... 그런가,


민윤기/이융
........



민윤기/이융
....남은 기간동안, 천천히 연습하면 될 터


신여주
.....



신여주
..혹여 혼례가 미루어졌단 사실을 이리 알리려 하신거라면....


민윤기/이융
.......!



신여주
늦으셨습니다. 전하,





역시, 아까부터 조금씩 몸을 사리며 눈치를 보는것 같더라니

....정말.. 눈치가 없는게 맞는걸까



이미 모든걸 알고있다는 투로 말하는 그녀에 조금 당황스러운듯 그녀에게로 다가가던 그의 손이 멈췄다.

뭐, 저 손으로 어떤 말을 하며 이 사실을 알리려 한걸까


몇 안떠오르는 선택지에 생각하길 그만둔것도 잠시. 곧 그녀의 입가가 느른한 미소로 길어졌다.




신여주
밤이 깊었으니 이제 침소에 드시지요.


신여주
...아까 전, 느닷없이 제게 찾아와 못 본 시간이 외로웠다 하시니


신여주
제가 없던 며칠간 잠을 제대로 못주무셨나 싶기도 하고,


민윤기/이융
....하,



신여주
지아비를 챙기는 부인의 마음으로써 속이 썩 편하지 않습니다.


신여주
...아 물론, 그렇게 되기까진 시간이 많이 남았지만

드르륵

드르륵–



신여주
.....?



민윤기/이융
그대는 나를 가끔 이 나라의 주상으로 보지 않는것같아.


신여주
.....


민윤기/이융
...이렇게 꼬투리나 잡아 놀릴줄만 알고,




민윤기/이융
....ㅎ,


민윤기/이융
근데, 그대 말이 다 맞아.



민윤기/이융
그러니 오늘은 같은 침상에서 자는걸로 하지. ..내가, 요 며칠 밤을 세웠거든.







신여주
.......


신여주
....((침소 위에 앉아 이불을 매만진다.


결 좋은 비단이 손끝에 감겨온다.


이 금실로 수놓인 침소위에서 잠을 청하는게 처음은 아닐지라도,

....,



신여주
.......


민윤기/이융
.....


민윤기/이융
....((피식



이렇게 서로 잠에 취해있지 않은 상태로는 거의 처음인것같아,





신여주
...이 또한 혼례를 올릴 나를 기약하여 천천히 자는 연습을 하는 것입니까..?ㅎ


민윤기/이융
음......


민윤기/이융
....ㅎ,



민윤기/이융
..만일 혼례 후 그대와 내가 같이 잠에 청하는 날이 있다면 이렇게 자진 않을텐데


신여주
..........




민윤기/이융
더 넓은 공간에서 자겠지.


민윤기/이융
나만을 위한 침소가 아닌 그대와 나를 위해 마련된 곳에서 말이야.



미끄러지듯, 고운 비단 이불보에 나란히 누운 몸이 어색했다.

귓가에서 나른히 들려오는 그의 목소리가 은근 이루어질 미래에 대한 기대감을 불러일으키면서도

묘한 기시감이 가슴을 꾹꾹 찍어내려,


조금은 미안한 마음이 피어오르더라도 그가 보이지 않도록 몸을 돌려 누운 차였다


.....

...그러자 기다렸다는듯 같이 돌아누워 허리츰에 제 팔을 올리는 이의 속내도 모르고.





신여주
...영의정이, 사리사욕을 체우고.. 그 야망이 가히 작지 않은것을 알면서도


신여주
사리분별은 정확하게 해내는 자입니다. 정계를 읽는 눈 또한 뛰어나고요.



신여주
....그렇기에, 더욱 조심해야하는 자입니다.


민윤기/이융
ㅎ, 잘만 이용하면 그 배의 이득을 얻을 수 있기도 하고.



민윤기/이융
..그대의 첩자가 발이 퍽 빠른가보군. 잘 세웠어


신여주
.....



신여주
그저 이해관계일 뿐이겠지요..


민윤기/이융
......


신여주
..남에게 해를 가하는 이해, 득과 실을 생각하는 이해,



민윤기/이융
말뜻 속에 숨겨진 의미를 깨우치는것도 나름의 이해이겠지.




민윤기/이융
...나는 그대가 있으니 잠이 잘 와서 퍽 기분이 좋은데,


민윤기/이융
할 말이 많은걸 보니 그대는.... ..졸음이 오지 않은건가..?


신여주
........



민윤기/이융
....또 내 뜻대로 이해하면 나만 추근거리는 자가 되는거겠고.


신여주
......


어린 아이를 잠재우듯 느릿하게 토닥이는 손길이 속에서 알 수 없는 감각을 불러일으켰다.

....이상하게 간질이면서도 닿은 부위가 홧홧해지는, ..그런,



민윤기/이융
...이만 자지.. 내일 할 일이 많아


신여주
....


신여주
...예,


민윤기/이융
......((싱긋




분에 넘치게 따뜻하고 고요했던 밤이였다.

...그렇게 느낀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냥. ..그런 밤,



...

..

.



작가
이번화도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작가
작중 이해안가시거나, 궁금하신점 있으시면 편하게 댓글에 남겨주세요!!



전정국
🎂




작가
손팅부탁드립니다!!

손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