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그림자에 키스를
[그키스] | 38.






희미하고 어슴푸레한 빛이 창문을 따라 조각져 들어왔다.

새벽 5시.


동이 트기 전의 궁은 정말 고요하구나.



어렴풋이 잠이 깬걸까,

잠이 깨었다는 인식 아래 드문드문 꼬리를 무는 생각들에, 아직 떠지지 않는 눈꺼풀을 살짝 달싹이며 그녀가 뒤척였다


.....지금 내가 어디 누웠는진 모르겠지만 이불은 푹신하고...

꽤나 오랜만인것같지만 등허리가 뜨끈한게 방에 불을 땠나..? 아니, 나는 지금 몸을 돌린체 자고 있는데....

..근데 진짜 여기는 어디지...? 배개는 뭐 이리...




민윤기/이융
이 머리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진 모르겠지만 오늘은 내가 먼저 깬 모양이야


신여주
....!


머리 위, 바로 지척에서 들려오는 나른한 목소리에 무거운줄 알았던 눈꺼풀이 번쩍 떠졌다.

..바로 상황 인지가 안되었던 탓인지 눈을 뜨고도 눈알을 굴리던 찰나에 그의 웃음소리가 낮게 들려왔고.


잠에서 깬지 얼마 안 된 체로 나른하게 부서지는 낮은 목소리는 그 숨결마저 귓가에 흘러들 정도로 가까이에서 들려왔으니,

그에게 그런 내 모습이 얼마나 우스꽝스럽게 보였을지야 안봐도 뻔한 사실이였다.



신여주
......


신여주
...머리카락을 쓸어넘기며 자리에서 비스듬히 일어난다))



신여주
...지금, 지금이.. 몇 시진쯤 되었습니까....


민윤기/이융
동이 틀듯말듯 하늘이 저리 일렁이니.. 묘시(오전 5시~7시)정도 될듯한데,



민윤기/이융
곧 조찬을 가져다주러 궁인들이 올거야.


민윤기/이융
그러니 그대는,



가벼운 입맞춤이 살짝 눈가에 닿았다 사라졌다.

산뜻하게 닿아오는 촉촉한 입술에 눈가가 간지러워 살짝 눈을 깜빡이자 또다시 그의 웃음소리가 들려왔고.



그가 일어서 텅 빈 옆자리가 허전하다.



아직도 몸은 잠에서 깨어나지 못했는지, 복잡한 머리와 달리 손끝이 굳은 듯 쉽사리 움직이지 않았다.

이상하게도 울렁이는 가슴에 머리를 한번 더 쓸어넘겨 보다가도, 손톱 끝을 괜히 건들여보아도,

..그의 입술이 내려앉았던 눈가를 한번 더 쓸어보다가도,


물가에라도 빠진듯 잔잔하게 일렁이다가도 한번의 이물감에 점점 번지는 너울처럼,

가슴이 요상했다.


장담컨데, 이런 감정은...



신여주
........



민윤기/이융
....


민윤기/이융
..오늘은 꽤나 푹 잤나보군.



민윤기/이융
그대보다 내가 일찍 깬 날은 별로 없어, 눈을 뜨니 바로 옆에 자고 있는 그대가 낯설기까지 했는데.


민윤기/이융
...덕분에 지금 좀 기분이 좋아. 그대의 자는 모습을 퍽 오래 지켜봤거든.



신여주
.....ㅎ,


신여주
당사자 몰래 얼굴을 지켜보시다니, 그또한 예에 어긋나는 행위이니, 하늘이 크게 노하시겠습니다.



민윤기/이융
피식)) 먼저 내 가슴팍에 머리를 들이밀고 잔 자가 누구라고,


신여주
....,


민윤기/이융
나는 아무런 잘못이 없어. 눈을 뜨니 그대가 있었을 뿐이니



어느세 곤룡포를 다 갖춰입은 그가 다시금 침상에 걸터앉았다.

아, 조찬을 내온다는 시간이 지금이였나,


단촐한 상을 들고 들어오는 궁인들의 눈빛이 아직도 그의 침상 위에 있는 나를 보고 퍼뜩 밑을 보았다.

마치 보면 안될걸 몰래 훔쳐보기라도 한듯, 내 입장에선 꽤나 민망한 일이였기에 나또한 슬쩍 고개를 피했고.



사실, ...성인이 되고 나고 이렇게까지 깨지 않고 오래 잔 날은 처음이다.

더군다나 누군가와의 동침에서, ...내가 더 늦게 깬 날은 머리에 피도 마르지 않았던 어렸을적 이후로 처음이였고.


온 몸이 뜨끈하면서도 개운했다. 아니, 개운했다가 곧 미묘하게 굳었다.


아침의 온기는 따뜻하고 온화하지만 그만큼 잔인하다.


그 찰나의 시간이 갈구하는 영원을 온전히 이겨내리란 힘든 일이였다. ..그것도,



민윤기/이융
......


신여주
....


이 자의 품 안에서라면,



사람의 본능은 이성을 기꺼이 누를 정도이니,

그 본능이 추구하는 쾌락을 여의치 않게 알고 있다.


이 자의 위험함도 필히 그 이유일 터,


언젠가, 그를 잡은 손을 놓아야 할 내가 그의 따뜻함에 잠식당할까 두려웠다.


아침에 눈을 뜰 때 느껴지는 그의 기척이나

낮고 느른하게 울리는 가벼운 웃음소리.

거추장스럽다고만 느껴졌던 긴 머리칼을 부드럽게 쓰다듬던 손길이나

...답지않게 차갑기도, 뜨겁기도 한 눈빛. 입맞춤.



현실을 직시하니 목구멍에서 쓴 물이 올라왔다.

이 때에 누군가 내 뺨을 세게 후려쳐줄 사람이 있으면 좋겠건만,.


어이없게도 그 순간 헐거운 웃음이 새어나왔다. 그래, ..그래.



어차피 내 곁에는 아무도 없어야했다.


고개가 돌아갈 정도로 뺨을 내리쳐줄 누군가도, 거친 손끝으로 내 뺨을 쓰다듬을 누군가도.





탁

탁–



.....


정확한 시간을 확인할 수 없을정도로 깊고 어두운 감옥.

누군가의 움직임에 다시, 뿌옇게 일기 시작하는 먼지에 볼썽사납게 의자에 묶여있던 몸이 꿈틀댔다.


쿨럭, 뱉어내는 텁텁한 기침소리와 함께.




전정국
.........




이 빌어먹을 공간에서 마주하는 두번째 인영이였다.






...

..

.




작가
이번화도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작가
작중 이해안가시거나, 궁금하신 내용 있으시면 편하게! 댓글에 남겨주세요! 🤭



작가
손팅부탁드립니다🤗


손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