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페이지
14페이지, 1개의 이야기


20○○년 9월 12일

오늘이 마지막이다

어제 예린이에게 부탁하여 이렇게 일기를 쓰고 있다

마지막 날, 예린이를 추억하며 쓰는 마지막 일기

내가 쓰는 이 일기는,

이 일기장의 나의 마지막 페이지가 될 것이다

6월 17일 시작된 우리의 인연은...

바로 오늘인 9월 12일 끝을 맺게 된다

솔직히 가기 싫다

이젠 국내도 아니고 해외에 가기 싫다

해외라서 가기 싫다

국내를 떠나는 게 싫다

아니,

헤어지는 게 싫다

나와 친한 친구들과 헤어져야 한다는 게

너무나 싫다

국내에서 해외로 가는 것?

괜찮다

가야한다는 것?

괜찮다

내가 지금 싫은 건,

친구들과 헤어져야 한다는 거다

나와 처음 친해졌던 예린이부터

예린이와 친구였던 은비,

예린이의 친한 언니인 소정언니,

소정언니의 친한 친구인 유나언니,

그리고 나의 반에 전학을 와 친해진 예원이까지

5명과 행복하고 좋은 추억과 기억을 만든 것 같아서 기쁘다

지금 이 일기를 쓰고 있는 시간에도

점점 헤어짐이란 단어가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지만,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듯이

헤어짐이 있으면 만남이 있으면 좋겠다

그래,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는 법,

헤어짐이 있으면 만남이 있는 법,

우리가 만나서 헤어지지만

언젠간 꼭 만나기를 기약하며...

오늘 나의 마지막 페이지를 마친다

안녕, 나의 소중한 사람들

*

정은비....

은비야...

나... 너 보고 싶어....

너 안 본지 오래됐단 말이야....

은비야...

우리의 또 다른 만남은 도대체 언제가 될까...?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는 법,

헤어짐이 있으면 만남이 있는 법...

정말 그럴까?

우리의 헤어짐은... 또 다른 만남이 있는걸까?

더 완벽한 만남을 위해

더 성숙한 만남을 위해

잠시 헤어지는 것일까?

그렇다면

더 완벽한 만남은,

더 성숙한 만남은,

언제 우리에게 찾아오는 걸까?

나, 너 만날 수 있을까?

우리는 다시 만날 수 있을까?

난, 잘 모르겠다

우리의 새로운 만남을,

우리의 또 다른 시간을

예상하지 못하겠다

가늠하지 못하겠다

그럼에도 난 믿어보고 싶다

우린 또 다시 만날 수 있을 거라고

우리의 시간은 돌고 돌아 다시 제자리에 올 것이라고

우리는 다시 행복했던 그때로 돌아갈 수 있을 거라고

그렇게 믿으려 한다

그렇게 믿어보려 한다

정은비란 사람이 다시 나에게 찾아올 때까지...

마지막 페이지를 남겨둘게

난 이 마지막 페이지가 채워지면

정은비란 사람을 기다리는 것을 멈출 것이기에

정은비란 사람이 나에게 돌아올 때까지

마지막 페이지를 비워둘게

너와의 인연을 끊기엔 너무 힘들기에

언제까지나 기다릴게

내게 와 주길 간절히 바랄게,

은비야

*

눈을 떴다

눈부신 햇살이 예린에게 다가왔다

오늘은 일요일,

은비가 이곳을 떠나는 날이었다

그리고 5명은 오늘 은비의 마지막을 배웅하기로 했다

14페이지, 이야기 1개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