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치정[찬백/새준/BL]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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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백현

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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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백현

어디가는데..

밖으로 나가려는 찬열의 팔목을 살며시 붙잡은 백현이 고개를 들지않고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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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백현

어디가는건데. 시간 늦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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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열

호텔가서 잘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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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백현

...진짜 갈거야?

행여 아플까 붙잡기만 한 오른손과는 달리 반대쪽 왼손은 손톱이 여린 피부를 파고들어 피가 날 정도로 세게 그러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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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열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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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백현

가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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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백현

여기, 있어. 내가 나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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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백현

내가 잘못한거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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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열

필요없어요.

찬열은 백현이 잡고 있는 손목을 쉽게 떼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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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백현

하..

현관문이 닫히는 소리까지 들리자 집 안은 소름이 끼치게 조용해졌다.

뻐근하고 아픈 눈을 깜빡이자 렌즈가 툭 벗겨져 나왔다.

백현은 그제서야 온 얼굴을 눈물이 뒤덮었음을 알았다.

입술을 좀 씹다가 눈을 굴려 눈물을 집어넣은 백현이 문득 옷장옆에 놓인 전신거울에 비친 모습을 바라봤다.

누가봐도 피곤한 몰골에 새것 같이 빳빳했던 셔츠는 여기저기 구겨져 주름이 가고 소매는 걷어올려 거칠어보였다.

박찬열이 없는 집에서 도저히 잠들수가 없었다.

멎었던 두통이 다시금 머리를 잠식하는 기분이었다.

변호를 포기하고 싶어졌다.

처음느끼는 기분이었다.

밤새워 한 공부와 손에 꼽을만큼만 틀린 수능. 완벽했던 내신. 스트레스로 쓰러져가며 했던 고3시절과 변호사가 되어 보겠다고 아등바등 애쓰던 시절.

모든것이 다 쓸모없게 느껴졌다.

평생 결혼하지 않겠다던 다짐을 무너뜨리고, 그 틈사이로 비집고 들어와 한품 가득 사랑을 안겨줬던 박찬열이. 먼저 등을 돌렸다.

변호사가 되지 않았으면 찬열을 만나지도 못했을거고, 결혼도 하지 않았을거고, 이런 생활조차 하지 않았을거다.

사무실에 쌓여있는 서류도 생각이 났고 한켠에 쌓인 인공눈물들과 두통약 껍데기들.

그리고 그 껍데기들 보다도 초라게 남겨진 자신.

잘못한걸 알고 있었다.

그걸 몰라서는 안됐다.

같잖은 자존심이라던가, 그딴것은 아니었다.

객기라고 해야 맞았다.

그래, 객기였다. 박찬열이 나에게서 등을 돌리지 않을거라는 확신을 기반으로 부린 객기.

이 세상에, 100%는 없다.

제 신념이었다.

재판도 절대 100은 나오지 않는다.

어리석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