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치정[찬백/새준/BL]
12.



박찬열
변백현,

처음보는 천장이었다.


박찬열
백현아, 백현씨..

눈이 잘 떠지지 않았고 수분이 부족한 목에선 쇳소리만 목을 할퀴고 새어나갔다.

말을 못하는 백현을 보곤 찬열이 울상을 지었다.


변백현
나.. 물,

겨우겨우 쥐어짜낸 목소리가 형편없이 갈라져 듣는사람 목이 다 아팠다. 칠판을 손톱으로 긁는 느낌이었다.

백현의 재판이 끝나고 호텔 체크아웃을 한 찬열이 한참을 머뭇거리다 날이 어둑해졌을때서야 도어락을 풀었다.

행여 비밀번호가 바뀌어있지는 않을까 걱정했는데 그 걱정이 우습게도 삐로롱~ 하는 경쾌한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현관 앞에 중문을 열고 긴 복도를 따라 들어가는데 백현이 보이질 않았다.

그 자존심에 그럴만도 하고, 피곤해서 눈이라도 붙이는건가 싶었다.

저는 백현을 보고싶어 죽는줄로만 알았는데 백현은 아무생각도 없는듯해 보여 다시금 서운해졌다.

하지만 그 생각은 차가운 거실바닥에 몸을 누이고 창백해진 얼굴로 늘어져있는 백현을 보고 뚜껑을 열어놓은 아세톤처럼 휘발되어 날아갔다.


박찬열
백현아,

가방을 떨어뜨린건지 가방은 백현의 발치에 놓여있었고 벗지않은 코트와 꽤나 답답하게 목을 조이는 터틀넥.

깔끔떠는 이사람이 피곤하다고 해서 집에 오자마자 바닥에 드러누울 사람은 아니었다.

1일 2샤워가 원칙인 이이가 그럴리가 없었다.

차가운 대리석 바닥에 저항없이 몸을 부딪힌 탓에 찬열에게 선물하며 커플로 맞춘 금빛으로 빛나는 시계가 박살이 나있었다.

문득 찬열은 불안해졌다.

선천적으로 몸이 약한 사람이었다.

고등학교 3학년때도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하고 병원에 실려갔었고, 면역력도 약한데 피로도 많아서 걸어다니는 종합병원이자 약국이었다.

지금 당장 백현의 가방을 열면 각종 약들이 쏟아져 나올텐데.

백현의 몸이 찼다.

차라리 뜨겁기라도 하면 열이 나는가보다 해서 해열제라도 먹이고, 열이라도 내려줄텐데.

무섭게도 백현은 차가웠다.

조금 더 신경을 썼어야 했는데, 조금 더 빨리 알아챘어야 하는데. 조금만 더, 서둘렀어야 하는데..

징하게도 다정한 박찬열은 본인이 상처받고 본인이 먼저 떠났으면서 변백현 걱정을 했다.

차마 운전을 할 용기가 나지 않아 앰뷸런스를 불렀다. 운전대를 잡았다간 사고를 거하게도 치고 제가 재판장 피고인 석에 설것만 같았다.

언제부터 이러고 있던건지. 차라리 법원에서 쓰러졌으면 더 빨리 옮겼을텐데.

자존심 좀 깎이더라도 그래야했는데.

무리없이 딸려오는 마른 몸이 전보다 가벼워져 있어서 화가 치밀었다.

당장 변호사 그만두라고 하고싶은데, 제 몸 갈아가며 그렇게도 되고싶어했던 변호사를 포기하라고 하질 못하겠는거다.

이런식으로. 혹은 더 미약한 상태로. 고등학교 시절을 보냈을 백현이. 그렇게도 이루고자 했어서. 어떻게든 변호사 한번 되어 보겠다고. 그렇게 아등바등 공부한걸 알아서.

그저 제가 검사를 그만두고 집에서 살림이나 하며 백현과 살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