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치정[찬백/새준/BL]

13.

응급실에 도착해서야 열이 끓기 시작하더니 쉽게 안내려가 결국 추가적으로 링거를 맞고서야 차갑게 저리던 손끝이 온기를 찾아갔다.

깨진 시계는 혹여 다칠까 빼두고 렌즈를 어떻게 할까 고민했는데 오늘 안경쓰고 출근했는지 렌즈가 없었다.

열심히 관리하던 머리칼이 버석해지고 손 끝을 씹는 못된 버릇이 도져 손끝이 온통 울긋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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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열

만족하니. 나 죄책감 들라고 이러는거죠.

소리도 없이 고요히 잠들어있는 백현을 참으로 오랜만에 봤다.

매일 낑낑대며 강아지처럼 자더니. 너무 깊은 잠에 들어 링거를 다 맞아갈때도 일어나지 않는다.

30분 내로 링거 다 들거갈텐데 3일 정도 입원을 하는게 어떻겠냐고 권하는 의사에 그러겠다 하고 1인실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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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백현

무울..

힘이 없어서 손만 들어 대충 휘적이면서 말끝을 늘리자 찬열이 한숨을 푹 쉬며 입에 빨대를 대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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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백현

애 아니거든요?

분홍색 하트 모양의 빨대를 보며 화해의 의미인걸 알아서 그저 피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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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열

남편 놀래키는덴 도가 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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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백현

내 시계 어디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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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열

버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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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백현

그걸 왜 버려. 줘. 다시 찾아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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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열

버렸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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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백현

쓰레기통이라도 뒤지든가.

찬열이 허, 하며 다 비운 물컵을 치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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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백현

울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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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열

뭐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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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백현

자존심 하고는. 울었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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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열

쪼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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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백현

쪼끔인 눈이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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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열

비염때문에 그래요. 엎드려 자서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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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백현

비염인데 넌 눈이 붓니? 그거 내가 고쳐준지 한 3년 되지 않았나. 언제까지 고전변명 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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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열

더 자. 살이 싹 내려선. 내가 어떻게 찌운 살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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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백현

찬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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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열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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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백현

찬열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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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열

네 말씀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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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백현

박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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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열

뭔 말하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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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백현

내가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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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열

안미안하면 당신 그거 되게 양심 없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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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백현

빈말이었는데 양심 없는 사람 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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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열

자기는 연애할때도 그랬어서 이젠 아무렇지도 않아. 그거 너 사과할때 쓰는 방식이잖아. 빈말이라고 하고 온갖 호칭 다 끌어다 쓰는거. 너도 고전방식 고수하면서 누구한테.

찬열아, 네가 무슨마음으로 나랑 결혼했는지. 난 아직도 알 수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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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백현

알고 있으면서 여우처럼 모르는 척 하고 상처받은 척 하면서 나한테 다 받아냈다?

비오는 날 공원에서 나 왜 기다렸니. 내가 일부러 안나간거 알면서. 그날 우리집 앞까지 와서 내 방 불 켜져있는거 보면서 무슨 생각 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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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열

자기가 무정한걸 왜 내 탓이지? 자기가 잘못했으면 내 소원 하나쯤은 들어줘야지.

나 약먹고 실려갔을때 왜 안 왔어. 사랑한단 말 한마디조차 꺼내기 버거워서 피하던거 알면서. 그거 감수하겠다고 했으면서.

결국 비오던 날 나 버리고 간건.

너 였고.

나 였고.

너의 그 검은 우산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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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백현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