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치정[찬백/새준/BL]
16.



오세훈
어떤거 먹었는지 들고 오셨어요?

?
타이레놀 통으로 된거 반 먹었어요. 이거요.


오세훈
위세척 준비해주세요. 주기적으로 소변검사 할게요.


변백현
아까 약물중독 환자 들어왔더라.


박찬열
돌아다니지 말랬더니 복숭아 사러 간 사이에 고새 나갔어?


변백현
어렸는데. 눈도 못 뜨더라.


박찬열
그래서 어땠어?


변백현
어떻다랄게 있나. 그냥..


박찬열
그냥?


변백현
어린데 안타깝다 했지.


박찬열
다른생각은?


변백현
무슨 다른 생각?


박찬열
아냐. 너 때문에 복숭아 사왔으니까 다 먹어라.

너는 모를거다.

모르는척 해야했던 내 심정을.

추위를 잘탄다는 핑계로 긴 옷을 입고 다니는 애인을.

하얀 피부 위에 붙인 파스만큼 네게 이질적인게 없는데. 그걸 무시해야했던 내 심정을.

어린마음에도 네가 감추는걸 내 멋대로 들춰내고 싶지 않았었다.

그게 나에게도 상처였던걸 왜 몰랐을까.

예민한 날이 많았던 그 애에게 끝까지 소리지르지 않았다면. 뭐가 달라졌을까.

그 애를 더 지켜봤다면. 과연 달라지긴 했을까.

분명히 우리가 겪어야 했을 과정이었다. 미안은 했지만 후회는 말았다.

그게 아니었다면. 그 애는 진작 죽었을거다.

다만, 실려갔다는 그 애에게 무관심을 던지는 행위는 하지 말았어야 한다고.

그것만은. 그것만큼은 처음부터 끝까지 후회와 오만으로 덧칠될 일이었다.

보험도 되지 않는 약물. 보험도 되지 않는 사랑.

아프고 아픈데도 손 써줄 방법 없이 그저 앓고 넘겨야 하는. 오롯이 본인만의 책임.

?
백현아, 백현아!

핏기없는 허연몸이 거칠게 흔들렸다.

?
백현아! 아가 어떡해!

내가 마지막으로 본건, 어떤것이었나.

점멸하는 시야속으로 사라지던 네 뒷모습이었을까.

창문에 달라붙던 빗방울들이 이젠 거세게 창문을 때리고 지나가는 모습이었을까.

그도 아니면.

나처럼 버려진 검은 우산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