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ion of the lost [버림받은 사람들]
44화


그날 밤 저택이 무너지는 듯 한 소리에 승민은 잠에서 깼다.


김승민
'탄내 나...'


김승민
'불 났나...?'

승민이 내다본 밖 저택에서는 커다란 불길이 치솟고 있었다.

그때, 승민에게 정인의 목소리가 들렸다.

일반인이라면 들릴 수 없는 거리였지만 감각이 예민한 흑마법사인 승민에겐 정인의 목소리가 생생하게 들렸다.


양정인
살려주세요...

정인은 방에서 나오려다 넘어진 기둥에 깔려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방은 점점 뜨거워졌고 정인의 의식은 점점 희미해지던 때


김승민
양정인!!

승민이 무너진 저택을 뚫고 정인을 찾아왔다.


김승민
여기서 뭐해! 빨리 나가!


양정인
다리가... 다리가 깔려서 안움직여...

승민은 정인에게 오며 다쳤는지 한 쪽 어깨에서 피를 흘리고 있었다.


김승민
내가 들어볼테니까 빨리 나와야 돼.


양정인
응...

승민은 정인의 다리를 누르고 있는 커다란 기둥을 들어올렸다.

평소의 승민이었다면 가뿐한 무게였겠지만 여기저기 다친 승민은 힘겨웠다.


김승민
괜찮아?


양정인
응...


김승민
'문이 막혔어...'

그새 저택은 점점 더 무너져 승민이 들어온 곳으로는 다시 나갈 수 없었다.


김승민
좀만 참아. 지금 잠들면 안돼.

승민은 힘없이 늘어져 있는 정인을 들쳐업고 창문 밖으로 뛰어내렸다.

3층이나 되는 높이였지만 승민의 착지는 안정적이고 가벼웠다.

승민은 물냄새를 쫓아 찾아낸 호수에서 정인에게 물을 마시게 하고 몸을 씻겼다.


양정인
다른 사람들은...괜찮을까?


김승민
...괜찮을거야.

하지만 승민은 그날 이후 저택 사람들을 보지 못했고

흑마법사를 찾는 황실의 관리에게 발견되어 정인과 함께 황궁으로 가게 되었다.

정인은 오랫동안 홀로 남겨진 방안에서 승민을 그렸다.

그때 방 안에 굴러다니는 작은 종이조각이 정인의 눈에 밟혔다.

"양정인! 뭐해? 우냐?"

"울지 마. 남자가 질질 짜는거 아니다."

"내가 선택한 일이니까 너무 슬퍼하지 말고 너무 죄책감 가지지도 마."

"네가 어둠을 무서워하는 이유를 내가 아는데 어떻게 내가 널 평생 그 어둠 속에 가둬두겠어."

"그러니까 행복하게 살아."

"내가 너한테 준 그 눈으로 사랑하는 것들을 보고 네 세상을 살아."

"난 그거면 충분해."

"고마웠다. 친구야."

간신히 붙잡은 정신이 다시 끊어졌다.


양정인
아니야...


양정인
이런걸 원했던게 아니라고...


양정인
벌써 이렇게 보고싶은데 이제 어떡해...


양정인
이제 난 어떡하라고...

정인은 오랫동안 그 자리에 엎드려 눈물을 흘렸다.

"살아내야죠. 승민씨 몫만큼."

방에는 아무도 없었지만 순간 민혁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 했고 정인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정인이 방 밖으로 나와 민혁에게로 나아오자 민혁은 기다렸다는 듯 승민의 유품을 정리해 정인에게 전해주었다.

승민이 쓰던 펜 하나, 휴지 쪼가리 하나까지 단 하나도 버리지 않고 모두 상자에 담아 주었다.

승민의 장례는 짧게 치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