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명의 구미호와 산다는건
38-어떻게 이별을 할 수가 있겠어, 우리가


정여주
"으으..."

여기가 어디지..

낯선 곳 같은데..

"앗, 일어나셨어요? 정여주 환자님."

정여주
"네?.."

어, 여기 병원이구나.

5일전..


김민규
"..졸려요."

01:17 AM

최승철
"평소에 3시에 자는 놈이, 헛수작 부리지마라."

여주를 재운 뒤, 새벽에 모여

얘기를 하자는 승철의 말에 모인 구미호들이였다.

하나같이 조금도 피곤하지 않았지만,

구미호들은 모두 피곤하다며 자리를 피하려했지만.


홍지수
"하암, 나 정말 졸린데.."


최승철
"졸려도 여기서 자. 얘기라도 들으면서 자라고."


홍지수
"..알겠어."


이석민
"뭐, 대충 뭔 말 할지 알겠네.."


최한솔
"누가보면, 누구 하나 평생 못보는줄 알겠네. 인상펴요."


이석민
"필 수 있었으면 이미 폈겠지."


최한솔
"형은, 인상 찌푸리면 못난데.."


이석민
"이 새끼가?.."


윤정한
"잡담은 그만하고, 너는 뭘 얘기하고 싶은건데."

애들을 불러놓고서는,

눈동자가 흐릿한 채로 말을 이어가지 못하는 승철이

마냥 답답한 정한이였다.


전원우
"사실은 형도 말 꺼내기 힘든거잖아요."


권순영
"말도 꺼내지 못할걸, 전 이해가 안가네요."


서명호
"형도 심란하니까 저러는거겠지. 다 진정해요."

많이 심기불편해 하는 상태로 듣는

구미호들이 불안정한 명호였다.

•••


최승철
"이제 말할게."


이 찬
"응 말해."


최승철
"여주, 우리가 계속 데리고 있을 수 없어."

...

모두 다 들어놓고 아무 말도 이어가지 않는 상황에

마치 예상했었다는 듯이, 힘빠진 웃음을 짓는 승철이다.


문준휘
"도대체 왜, 데리고 있으면 안되는건데요?"


최승철
"너희도 다 알면서, 부정하고 있는거잖아."


이지훈
"저는 알지만, 딱히 동의하고 싶지 않아요."


최승철
"너희는, 여주가 나중이라도 우리랑 헤어지면.."


부승관
"안헤어지면 되잖아요. 왜 헤어질 생각만 해요."


최승철
"우린 구미호야, 언제든 돌변할 수 있고."


김민규
"여태까지 그런적 없잖아요, 네?"


최승철
"여주는, 우리랑 다른 존재야. 우리랑 있으면 안된다고."


홍지수
"존재는 달라도, 공감할 수 있고. 같이 웃을 수 있고."


최승철
"..."


홍지수
"사랑 할 수 있고. 또, 제일 작은거라도.."


문준휘
"형.."


홍지수
"곁에서, 바라보는건 어렵지 않잖아.."

눈시울이 붉어던 지수는 결국, 눈물이 흘렀다.


윤정한
"그만해."


홍지수
"..."


윤정한
"최승철도 원하지 않고, 다 원하지 않아."


부승관
"..흐끅,"


윤정한
"근데 지금 당장은, 행복해도 우리랑은 영원하지 않아.."


이석민
"나도 끅, 알아요.. 근데 힘들다고요"


윤정한
"..우리,"


권순영
"..."


윤정한
"여주가 잠 들었을 때, 여주 집으로 데려다주자."

어느새 눈시울들은 다 붉어지고,

말한 정한도, 여태껏 보내자던 승철도 엉엉 울며

눈물이 끊이지 않는 밤이였다.

그리고 어딘가에서도, 숨죽여 우는 밤이였다.

정여주
"..."

어떻게, 그렇게 티 나게 울며

마음 찢어지는 소리가 들리는데 잠이 올 수가 있어요.


김민규
"여주야, 너 혹시 오늘 밤 샐거야?"

정여주
"엄, 글쎄요. 왜그러세요?"


김민규
"아니, 궁금해서. 안잘거면 나랑 보드게임이나 할래?"

정여주
"..좋아요,"

나를 보내려고 물어본 말이지만

무엇보다 보드게임을 좋아하는 민규였기에,

애써 예쁘게 웃으며 넘긴 나였다.

•••



부승관
"하암, 오늘따라 얼굴이 더 부었네.."


전원우
"눈이 무슨 2배로 작아졌냐 니는.."


부승관
"형도 만만치 않거든여.."


윤정한
"여주는 왜 입도 안대고, 입맛 없어?"

정여주
"네, 좀 속이 안좋긴 한데 괜찮아요."


윤정한
"..많이 안좋으면 말하구 알았지?"

정여주
"푸흐, 당연하죠. 저 엄살 되게 심해서 티나요-"


홍지수
"맞아, 저번에 딱밤 때렸는데 엄청 아파하더라."

정여주
"그때는 정말 아팠다구요.."


권순영
"근데 딱밤은 왜 때렸어요.."


홍지수
"멍때리고 있길래, 해봤지ㅋㅋ."


권순영
"형 멍 때릴 때, 좋은 선물을 드릴게요."


홍지수
"..고맙네 정말."

정말 어젯밤에 일은 없었다는 듯,

매우 자연스러운 구미호들이였다.

정여주
'정말 티를 잘 안내시는구나..'

밤,,



김민규
"으아, 너 너무 못하는데?"

정여주
"..운이 안좋은 것 뿐이라구요."


김민규
"푸흐, 6번 지는건 실력이 아닐까?"

정여주
"너무해요.."

약속대로 보드게임을 가져와

같이 게임을 하며 시간을 보낸 둘이였다.

05:16 AM

김민규
"근데, 너 안졸려? 난 슬슬 잠이 오네.."

정여주
"에이, 밤 새려고 했는데 지치면 안돼죠."


김민규
"그래도 키 크려면 자야지, 어서 자."

정여주
"됐네요, 어차피 성장도 멈췄고요. 오빠나 자요."


김민규
"나 그럼, 갈ㄱ.."

보드게임을 들고 방을 나가려는 밍규를 잡고는,

나는 돌이킬 수 없는 말을 했던거 같다.

정여주
"제 방에서 자면 안돼요? 외로워서.."

구미호가 한명이라도 없으면 불안할거 같은 느낌에,

붙잡은 것 같았던 나였다.


김민규
"푸핫, 여주 아직 아기네.."

정여주
"에, 무슨 소리.."


김민규
"아직 아기라도, 너 방에서는 못잘거 같아. 미안."

정여주
"..알겠어요."


김민규
"그럼, 잘자라."

이마에 입술을 맞추고는, 웃으며 방을 나가는 민규였다.


김민규
'이러면, 정말 모든걸 놓게 된다고..'

그렇게 4일 후, 나는 계속 꾸준히 밤을 샜었다.

혹시라도, 날 보낼까봐.

꾸벅-

정여주
"흐앗, 안돼.."

잠깐씩 졸던 나는 바로 다급하게 일어났었고,

그런 나를 본 지훈은 걱정 했었다.


이지훈
"요즘 잠 잘 안자더라? 왜그래."

정여주
"밤에는 잘 안오더라고요, 낮에는 낮잠 자는게 아깝고.."


이지훈
"너, 낮잠 자는거 좋아하지 않았ㄴ.."

정여주
"그게, 자면 안되ㄴ.."

쿠당탕..

"수면부족으로 오셨어요, 이제는 괜찮아졌고요."

정여주
"저, 보호자 알 수 있을까요.."

"어디, 보호자 명단이.. "

정여주
'날 보낼거라면, 없겠지..'

"왜, 없는거지? 잠시만요."

다른 사람에겐 정체를 들킬 수 없을테니

기억과 기록을 사라지게 만든 구미호들을 아니,

나는 이해할 수 있었다.

곧 있으면, 나도 기억이 사라지겠지..

정여주
"저, 그럼 퇴원해도 될까요? 부모님 부를게요."

"네, 근데 밖은 말고 정원만 산책해주세요."

정여주
"알겠습니다."

"링거 뽑아야하니까, 30분안에 돌아오세요-"

한숨만 쉬어대며, 링거와 핸드폰을 들고 나온 나였다.

링거를 들고 정원을 산책을 하는 나는,

손목에 무언가를 느껴 보았더니,

물망초의 팬던트가 있는 팔찌가 달려있었다.

사실, 정원에 나왔을 때 다 가족들과 웃는 사람들을

계속 봐도, 구미호들과 헤어졌을 때도,

울지 않았던 나였는데.

물망초 팬던트를 보니 눈물이 계속 새어나왔던 것 같았다.

물망초의 꽃말은 '나를 잊지 마세요.'인데,

구미호들의 모습들이 기억에서 흐릿해지니까.

첫만남은 물론, 어떻게 우리가 친해졌는지도

기억이 점점 흐릿해져가지만

단 하나, 우리의 웃는 모습은 기억에서 사라지지 않아

더 아팠던 것 같았다.

사실, 저 멀리서 지켜보는 것도 알지만

다가갈 수 없다는 것도, 이대로 잊어가는 것도

이제는 당연한 일이겠지.


이석민
"그럼, 기억을 지울게요.."


이 찬
"흐읍, 나 한번만 여주를 안고싶어..끅"


부승관
"..울지마,"


이 찬
"흐어엉.."


부승관
"여주는 기억 못해도, 우리는 기억하잖아."

딱..

석민의 두 손가락이 마찰 되는 소리가 나자

모든 사람들이 멈추고, 여주 역시 멈췄다.

그리고, 3초뒤면 여주는 우리를 잊고, 울음이 멈출것이다.

1초 2초..

3초.

엄마
"어머, 여주야 왜 주저앉아있니. 일어나."

정여주
"ㅇ..엄마?"

엄마
"응, 엄마 맞아. 왜그래?"

정여주
"어? 아니 머리가 좀 아파서.."

...

이제는 너에게 아무 사이도 아니겠지만,

이렇게 스쳐 지나가도, 느끼지 못하겠지만.



윤정한
"사랑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