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항상 행복하다며,국아

외전.권태기라는 그 이름이 1

이여주

이미 차려놓은 지 오래 된 저녁밥 위로 차가운 냉기가 내려 앉았다

이여주

내 마음에도 차가운 냉기가 내려앉았다

이여주

분명히,오늘은 일찍 들어온다고 했는데.

이여주

나를 기다리게 하는 박지민이 미웠다

이여주

6시에, 일찍 온 다고 전화를 해서,오랜만에 같이 밥먹을 생각에 들떠서,밥을 차려놓고 기다린 나는 도대체 뭘 한 거지

'르르르르'

이여주

속으로 박지민을 씹어대다 징징대며 울린 휴대폰에 누군지 확인도 하지 않고 급하게 전화를 받았다

이여주

"여보세요"

전정국 image

전정국

-"이여주"

이여주

너무나도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 박지민은 아니었다.

전정국 image

전정국

-"너 설마 또 그 놈 기다려?"

이여주

나와 그이에 대해서 이렇게 잘 아는 사람이라면,전정국 일거다

이여주

"정국이야?"

전정국 image

전정국

-"뭐야..누군지 확인도 안 하고 전화 받은 거야?"

이여주

"지민이 연락 기다리고 있던터라 급해서 확인도 안 했네.."

전정국 image

전정국

-"그래서,박지민은 오늘도 회식에 갔다. 이 말씀?"

이여주

"응..."

전정국 image

전정국

-"...그 새끼 어딨어. 죽이러가게 주소 불러"

이여주

"야...그래도.."

전정국 image

전정국

-"야. 너희 신혼이야. 서로 좋아서 까르륵 거리면서 그러고 있을 때라고"

이여주

알고있었다

이여주

너무나 잘 알고 있어서 탈이었다

이여주

우리가 지금 서로 너무 좋아해야 할 사이라는 걸

이여주

난,그 사람이 너무 좋은데 정작 그 사람은 코빼기도 안 보이는 걸 어쩌라고 나보고

이여주

"알고있어,알고있다고."

전정국 image

전정국

-"알고 있으면 제발 그 자식 말고 너 좀 신경 써"

이여주

"알...았어"

전정국 image

전정국

-"일단,차려놓은 밥 치워"

이여주

"그..그건..!"

전정국 image

전정국

-"내가 가서 버리기 전에 너가 버려"

이여주

"알았어"

이여주

단호한 전정국 때문에 박지민과 같이 먹으려 차려놓았던 밥과 반찬,국 모두 음식물 쓰레기 봉투에 모두 넣었다

이여주

"버렸어"

전정국 image

전정국

-"잘했어"

전정국 image

전정국

-"버렸으니까,이제 자"

전정국 image

전정국

-"너 결혼하고 나서 박지민 기다린다고 잠도 제대로 못 잤었잖아"

이여주

"....잠은 지민이 오면 잘-"

덜컥-

이여주

"박..지민"

전정국 image

전정국

-"왔나보네,그 놈."

전정국 image

전정국

-"박지민이랑 잘 얘기해봐. 이만 끊는다"

뚝-

이여주

전정국의 목소리를 끝으로 끊어져 버린 전화

박지민 image

박지민

"...밤에 누구랑 통화 하는거야"

이여주

인상을 찌푸리며 천천히 내게 다가오는 박지민은 술을 마신건지 비틀비틀 거렸다

이여주

"전정..국이랑"

박지민 image

박지민

"걔랑 왜 늦은 밤중에 통화를 하는건데?"

이여주

"그냥....심심해서.."

박지민 image

박지민

"......하아.."

이여주

박지민은 한숨을 내뱉고는 내 어깨에 턱을 굈다

이여주

"....!"

이여주

순간 훅 끼쳐오는 달달한 향

이여주

뭐지...? 복숭아인가?

이여주

달달한 향수는,내게 아니었다

이여주

달달한 냄새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내 향수가 아니라면,누구거지

박지민 image

박지민

"오늘 힘들었어"

이여주

내 어깨에 대고있던 턱을 때고 나를 지그시 바라보는 박지민의 와이셔츠 깃에,

이여주

붉은 립스틱이 묻어있었다

이여주

머리를 빠르게 굴렸다

이여주

달달한 냄새의 향수,저 붉은 립스틱 자국까지. 이미 결혼한 유부남을 건든 인간은 누군지를 찾아내기 위해서.

박지민 image

박지민

"여주는,오늘 안 힘들었어?"

이여주

힘들었고,힘들다. 너 때문에.

이여주

이런 짓을 저질러놓고도 평온한 박지민 너 때문에,돌아버릴것 같다고.

이여주

목구멍까지 차오른 말을 눌러담으려 입술을 꾹 깨물었다

박지민 image

박지민

"입술,물지마"

이여주

아니,잠시만,너무 평온하잖아

이여주

그래 취해서 그랬다해도,나는 오늘 꼭 물어봐야겠거든

이여주

"박지민"

박지민 image

박지민

"왜?"

이여주

"너 지금까지 뭐하고 왔어"

박지민 image

박지민

"회식하고 왔지"

이여주

"아니잖아"

박지민 image

박지민

"뭐?"

이여주

"복숭아 향 나는거랑 와이셔츠에 묻은 립스틱 묻은건 어떻게 설명할 건데?"

이여주

화가 치밀어올랐다.

이여주

내 말에 변명도 하지않고 가만히 나를 쳐다보는 박지민이,너무나 싫었다.

박지민 image

박지민

"힘든데 너까지 그러지말자. 내일 얘기하자,응?"

이여주

"내일?언제?"

이여주

"내일도 회식갔다가 올거잖아"

이여주

"내일도!!!!늦게 들어올거잖아"

이여주

"일찍 들어온다며,기다렸다고. 혹시나 밥안먹고 올까봐. 너랑 같이 먹으려고 밥까지 차려놓고,안 먹었어.혼자먹음 쓸쓸할까봐"

이여주

"근데 너는,왜,너는. 이런 나를 내버려두고 항상 회식이라며,야근이라며 나와 같이 있을 시간을 밖에 나가서 보내는데?"

이여주

"보고싶었다고...그래도,남편이라고,사랑하는 사람이라고 너무 보고싶었다고!!!!"

이여주

"하루쯤은 회식 빠질순 있잖아."

이여주

"아내가 밥 차려놓고 기다리고 있을거라,오늘은 일찍 들어가야할것같다."

이여주

"하루쯤은.정말 하루쯤은 그렇게 말해서 일찍 들어와 줄순 있잖아"

이여주

"너,매일 묻히고 왔어. 그 립스틱."

이여주

"그래,가끔은 묻히고 올수있다고 생각했어. 술 마시면 그럴수도 있으니까"

이여주

"근데 너무 자주 이러면 그렇게 생각할수가 없잖아"

이여주

"너무 자주,너,무...하아..."

이여주

참으려해도 자꾸만 솓구쳐올라오는 눈물은 내 시야를 뿌옇게 만들었다.

이여주

"흐으...내가..내가 얼마나 기다렸는데!!!!"

이여주

이 상황이 너무 싫었다.

이여주

아무말도 못하는 박지민과 자꾸 눈물이 나오는 내가,이 상황이 너무 증오스러웠다.

이여주

"하아..."

이여주

고개를 돌리며 머리를 쓸어넘겼다.

'언제나 부르면 달려올게.사랑해'

이여주

거짓말.거짓말.거짓말!!!

이여주

다 거짓부렁이들이었다.

이여주

부르면 달려오겠다는 말,사랑한다는 말. 모두 다.

이여주

부르면 달려오지도 않으면서. 사랑한다는 말도,이젠 해주지도 않으면서.

이여주

"됐다.오늘은 내가 나갈게."

이여주

"넌 내가 어떤기분이었는지 좀 느껴 봐"

박지민 image

박지민

"이여주"

이여주

나즈막히 들리는 목소리가,여전히 좋았다.

이여주

너를 미워하려해도 어쩔수 없나 봐.내가 너를 이미 너무 많이 사랑하나 봐.

이여주

근데 오늘은 너도 내 기분을 좀 알았으면 하거든

이여주

"아직도 할 말이 남은거야?"

이여주

"난 이쯤이면 됐다고 생각하는데"

쾅-

이여주

일부러 현관문을 세게 닫고 나왔다.

이여주

"갈 곳도 없으면서 왜 나온거야..."

이여주

갈 곳이 없을 걸 뻔히 알면서도 걸음을 옮겼다.

이여주

이렇게하면,누군가 아무라도 나를 찾아와 줄것 같아서.

무거운 발걸음이지만 멈출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걷다가 고개를 위로 들어 하늘을 바라 보았다.

까맣디 까만 하늘은 우리 둘의 상황을 보여주는 듯 했다.

'사랑해줄게.평생.'

자꾸 박지민의 말들이 귓가에 맴돌았다.

사랑?

그딴건 개나 줘.

박지민.짜증나.미워.

진짜

최악이야,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