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항상 행복하다며,국아
외전.권태기라는 그 이름이 2


개싸가지 부장

박지민
그게 내 수식어였다.

박지민
어떻게든 떨어뜨려 보려해도 항상 붙어다니는 말.

직원
"우리부서 진짜 개싸가지부장임. 아 개짜증나."

박지민
나는 이런 나의 수식어가 너에게 해가 가지 않도록 노력했다. 어쩌면 그게 독이 되어버린 걸 수도.

박지민
내가 생각해낸 방법은 모든 직원들이 좋아한다는 회식이었다.

박지민
나도 참 웃기지. 해결책이라고 내놓은게 이런 회식이라니. 그렇지만 이것도 서툴지만 내가 너를 사랑하는 방식이었다.

박지민
"저기,"

박지민
며칠동안 들어가지 않았던 부서실 문을 열었다.

직원
"부장님...?"

박지민
갑자기 찾아온 나에 놀랐는지 다들 쳐다보았다.

박지민
"퇴근 안하십니까"

직원
"아...네..! 네,해야죠"

박지민
"혹시,회식 가실 분 계십니까."

박지민
어렵게 꺼낸 말이었다. 아무도 모르겠지만. 정말. 많이.

직원
"ㅇ,예...?"

박지민
다들 눈이 동그래져서 나를 쳐다보았다.

박지민
"회식말입니다. 아.. 가실 분 없으면-"

직원
"아,아니요!! 저...가겠습니다!"

박지민
눈치를 힐끔힐끔 보다 손을 들어준 직원에게 고마웠다. 그 사람 덕분에 남은 직원들 모두가 손을 들었으니 말이다.

박지민
그뒤로 일주일에 한번씩은 회식을 갔고, 그 횟수는 점점 늘어갔다.

박지민
일주일에 한번씩 가다 일주일에 두번씩 가는 걸로 바뀌었고, 그 다음엔 일주일에 세번, 그 다음엔 네번, 그 다음엔 다섯번.

박지민
나는 너와 같이 있어야 할 시간을 모두 회사 사람들한테 써 버렸다.

박지민
회식을 함으로써 부서 분위기는 좋아졌지만 뭣도 모르고 덤벼드는 여우가 늘어나버렸다.

김예지
"아,아~ 부자니임~ 딱 한 잔만 더 하구 가자니까요?"

박지민
취하지도 않았으면서 취한척하며 내 팔을 잡고 늘어지는 이 여자.

박지민
얼마전부터 자꾸 나한테 들러붙는 사람이었다.

박지민
"팔,놓으시죠"

김예지
"왜요오~ 솔지키 말해서 부장님도 좋잖아요~"

박지민
"여자는 때리기 싫습니다만. 혹시 맞고싶으면 그러고 계십쇼. 어디든지 때려드릴 수 있으니까."

박지민
여자는 때리지 않으려 참았건만 좋아? 뭐? 말 같지도 않는 소리를 지껄이는 저 여자는 정말 때리고 싶었다.

박지민
그래도 무섭긴 했는지 입술을 쭉 내밀며 팔을 놓았다.

박지민
니가 할땐 예뻤는데 이 여자가 하니까 보고싶지 않을 정도로 싫었다.

김예지
"치- 그래두 부장님 좋으니까 이건 선물!"

박지민
짧은 순간이었지만 순간 맞닿았다 떨어지는 입술.

박지민
허- 지금 뭐하자는 거지.

박지민
왁자지껄 떠들던 포차안이 조용해졌다.

박지민
김예지는 자기가 무슨 짓을 했는지 알지도 못한채 내 품에서 자고 있었다. 나는 그런 김예지를 쳐다보고 있었고.

직원
"하,하... 오늘따라 예지씨가 왜 이럴까...?"

박지민
직원들은 내 눈치를 보며 하나 둘 자리에서 일어났다.

박지민
물론 내 품에 있던 김예지도 데리고나갔다.

박지민
아까와는 달리 조용한 포차안에 나 홀로 앉아 소주를 들이켰다.

박지민
이걸 마셔도 달리질건 없는걸 알았지만 말이다.

박지민
후.. 머리를 탈탈 털며 계산을 하고 나와 집으로 향했다.

박지민
"하아- 하늘은 더럽게 까맣네"

박지민
아직은 추운지 입김이 뽀얗게 나왔다.

박지민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오늘따라 무거웠다.

덜컥-

이여주
"박...지민"

박지민
집에 들어가자 통화를 하는지 휴대폰을 들고 있는 여주.

박지민
"...밤에 누구랑 통화 하는거야"

박지민
답을 기다리며 천천히 여주에게로 걸어갔다.

이여주
"전정..국이랑"

박지민
예상외의 인물에 살짝 화가났다.

박지민
"걔랑 왜 늦은 밤중에 통화를 하는건데?"

박지민
왜 하필이면 전정국인지, 아까보다 화가 치밀어 올랐다.

이여주
"그냥....심심해서.."

박지민
근데 너무나도 순수한 니 눈망울을 보니까 화를 못내겠잖아.

박지민
"......하아.."

박지민
화를 삭히고 여주 어깨에다가 턱을 대었다.

박지민
여주는 순간 움찔하더니 다시 어깨를 내렸다.

박지민
"오늘 힘들었어"

박지민
이어지는 정적 나는 다시 입을 때었다.

박지민
"여주는,오늘 안 힘들었어?"

박지민
어딘가 불편한건지 입술을 꾹 깨무는 여주를 저지했다.

박지민
"입술,물지마."

박지민
내 말에 여주는 잠시 생각하는거 같더니 나를 불렀다.

이여주
"박지민"

박지민
"왜?"

이여주
"너 지금까지 뭐하고 왔어."

박지민
회식하고 온거 알고있을텐데...?

박지민
조금은 이상한 질문이었지만 대답해 주었다.

박지민
"회식하고 왔지"

이여주
"아니잖아"

박지민
.....? 내말이 틀리다는 여주의 말에 다시 되물었다.

박지민
"뭐?"

이여주
"복숭아 향 나는거랑 와이셔츠에 묻은 립스틱은 어떻게 설명할건데?"

박지민
나는 무슨소리인가 싶어 최대한 차분하게 말했다.

박지민
"힘든데 너까지 그러지말자.내일 얘기하자,응?"

이여주
"내일?언제?"

이여주
"내일도 회식갔다가 올거잖아"

이여주
"내일도!!!!늦게 들어올거잖아."

박지민
너무 다 맞는 말이었다. 분명 내일도 술에 취해들어 올거고 여주는 그걸 또 기다릴거니까.

이여주
"일찍 들어온다며,기다렸다고. 혹시나 밥안먹고 올까봐. 너랑 같이 밥먹으려고 밥까지 차려놓고,안 먹었어. 혼자먹음 쓸쓸할까봐."

박지민
이제야 생각났다.

박지민
저녁에 일찍 들어간다고 전화했던걸.

이여주
"근데 너는,왜,너는 이런 나를 내버려두고 항상 외식이라며,야근이라며 나와 같이 있을 시간을 밖에 나가서 보내는데?"

이여주
"보고싶었다고...그래도,남편이라고,사랑하는 사람이라고 너무 보고싶었다고!!!!"

박지민
그 떨리는 목소리가 너무 슬퍼보여서,

이여주
"하루쯤은 회식 빠질순 있잖아."

이여주
"아내가 밥 차려놓고 기다리고 있을거라,오늘은 일찍 들어가야 할 것같다."

이여주
"하루쯤은,정말 하루쯤은 그렇게 말해서 일찍 들어와 줄순 있잖아."

박지민
애처로운 눈빛이 가슴을 후벼파버려서,

이여주
"너,매일 묻히고 왔어. 그 립스틱."

박지민
이제는 내가 너무 싫어져 버렸다.

이여주
"그래,가끔은 묻히고 올수있다고 생각했어. 술 마시면 그럴수도 있으니까."

이여주
"근데 너무 자주 이러면 그렇게 생각 할 수가 없잖아."

이여주
"너무 자주,너,무...하아..."

박지민
그 예쁜 눈망울에 맺혀있는 눈물을 닦아 줄수없어서 지금에서야 후회를했다.

이여주
"흐으...내가..내가 얼마나 기다렸는데!!!!"

박지민
상황이 너무 돌이킬수가 없게 되어버렸다.

이여주
"하아..."

박지민
계속 정적이 이어졌지만 나는 먼저 말을 꺼낼수가 없었다.

박지민
화가난건지 머리를 쓸어넘기는 너가 먼저 말을 꺼내길 기다릴 뿐.

이여주
"됐다.오늘은 내가 나갈게."

이여주
"넌 내가 어떤 기분이었는지 좀 느껴 봐."

박지민
"이여주"

박지민
떠나려는 너에게 할 수 있는 건 그저 너의 이름을 불러 세워두는 것 뿐이라서.

이여주
"아직도 할 말이 남은거야?"

이여주
"난 이쯤이면 됐다고 생각하는데."

쾅-

박지민
너가 나가자 느꼈다.

박지민
얼마나 외로웠을지,

박지민
이 공간에서 혼자 얼마나 추워했을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