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아픔보다
24.같은 하늘 아래, 다른 끝에서


비행기 안. 명호는 창밖을 멍하니 바라봤다.

수많은 구름과 낯선 땅들이 지나가고 있었지만,그의 눈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같이 있자고 해놓고… 왜, 왜 날 떠난 거야…”

그 물음이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반복되었다.

잠도 제대로 못 자고, 머리는 텅 비어 있었다.

입국장을 나서며 마스크와 모자를 푹 눌러쓴 채 명호는 그대로 회사로 향했다.

***

“어? 명호야— 입국하자마자 어쩐 일이야?”

한 직원이 반갑게 물었지만, 명호의 목소리는 낮고 침착했다.

“…시연. 강시연 씨, 이직한 거예요?”

"왜? 시연씨가 뭐 또 잘못했어?? 왜 찾는데?"

명호는 그 말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 조용하지만 절박하게 물었다.

"어디로 갔는지 알아요...?"

"미안하다야, 그건 나도모르는데 무슨일 일이야?"

"하...."

명호는 그렇게 고개를 숙였다.

명호는 허탈하게 회사를 나서 집으로 돌아왔다.

현관문을 닫고 가방을 바닥에 툭 떨어뜨린 채 그대로 소파에 몸을 던졌다.

양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시연이… 왜 나한테 말도 없이…”

생각할수록 미칠 것 같았다.

그가 떠난 사이, 시연은 모든 걸 정리하고 사라졌다.

“어떻게… 이렇게까지 힘들 줄 몰랐어…”

그 순간— 창밖에서 ‘펑!’ 하고 거대한 소리가 울렸다.

놀라 고개를 든 명호의 눈앞엔 거짓말처럼 불꽃놀이가 펼쳐지고 있었다.

온 하늘에 퍼지는 수많은 불꽃들. 찬란한 그 빛들 속에서 시연과 함께 웃던 밤이 떠올랐다.

“시연아… 같이 봤잖아… 우리… 이거 같이 봤잖아…”

그렇게— 명호는 넓은 유리창 앞에 주저앉아 주먹을 쥐고 오열했다.

숨이 끊어질 것처럼 울었다.

진짜 끝이구나. 그녀는 내 세상에서 사라졌구나.

"...아, 아흑...아..."

그의 울음소리는 애달프게 허공에 퍼지고 또 퍼졌다.

한편 시연.

조용한 병실 창가. 시연은 병원 침대에 앉아 창문으로 창밖의 불꽃놀이를 바라봤다.

‘언제나... 이렇게 예쁘다.’

그와 함께 봤던 그날처럼. 하지만 이제,그의 손은 닿을 수 없었다.

입술이 바짝 마르고 목이 타들어갔지만, 시연은 조용히 속삭였다.

" 잘 지내고 있죠...?"

가슴이 미어질 듯 아팠다. 온몸이 욱신거렸고, 피를 토하던 날이 점점 많아졌다.

"이대로라면...6개월도 안되려나..."

불꽃놀이 소리가 조금 멀리서 들려왔다. 시연은 눈을 감고, 뒤에 머리를 기대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

“행복했으면 해요. 정말… 잘 살아줘요.”

잠시 침묵이 흐른 뒤— 그녀는 가장 마지막으로 못 전한 말을 세상 어디에도 닿지 않을 듯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사랑해요. 정말 많이…”

눈물이 조용히 베개 위로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