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아픔보다
25. 운명이 멈춘 자리


며칠 뒤, 하이브 사옥 지하 연습실.

세븐틴 멤버들은 콘서트를 앞두고 오랜만에 전원이 모여 있었다.

땀 냄새, 음악 소리, 무대 동선 체크.

익숙한 풍경 속에서— 명호의 표정은 유독 어두웠다.

말수가 줄고, 움직임도 무거웠다.


도겸(석민)
“야, 명호야… 오늘 할 수 있겠어?”

도겸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명호는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디에잇(명호)
“응. 할 수 있어.”

단 한 마디. 그 한 마디에 이를 악문 각오가 담겨 있었다.

***

2시간이 지나고 멤버들이 잠시 쉬자며 앉았을 때에도 명호는 홀로 연습을 멈추지 않았다.


호시(권순영)
“야, 너 쓰러질 것 같아. 좀 쉬어.”


도겸(석민)
“야, 명호야. 이따 하자.”


승관
"형 좀 쉬어!"

멤버들의 염려가 번지는 가운데—

명호는 무리한 동작을 이어가다 순간 밀려온 어지럼증과 속 울렁임에 그 자리에 그대로 주저앉았다.


에스쿱스(승철)
“야야야, 괜찮아?!”

쉬고 있던 멤버들이 놀라 뛰어왔다. 승철이 부축하며 말했다.


조슈아(지수)
“명호야, 안 되겠다. 지금 연습이 문제가 아니야. 일단 병원부터 가.”


디에잇(명호)
“나… 괜찮아…”


에스쿱스(승철)
“안 괜찮아 보여. 진짜 말 듣고 좀 쉬어.”

명호는 끝내 멤버들의 설득에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디에잇(명호)
“…알겠어. 다녀올게.”


에스쿱스(승철)
“혼자 갈 수 있어?”


디에잇(명호)
"응.."

***

그렇게 명호는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가 조용히 차에 올라탔다.

몇 분간 숨을 고른 뒤 20분 거리에 있는 대학병원으로 향했다.


디에잇(명호)
“작은 병원은… 괜히 눈치 보여서 싫어. 여기가 익숙하니까.”

명호는 마스크와 모자를 푹 눌러쓴 채 조용히 접수를 마치고 대기 의자에 앉았다.

몸은 뜨겁고 무거웠지만 정작 더 답답한 건 가슴 속 깊이 박힌 빈자리였다.


디에잇(명호)
"...시연아..."

그때—귀에 익숙한 목소리가 어디선가 들려왔다.

강시연
“응… 병문안 안 와도 되는데… 치료 중이야…”


디에잇(명호)
“……!!!”

명호의 눈이 크게 흔들렸다. 천천히 고개를 돌리자— 병원복을 입고 링거를 꽂은 시연.

전화기를 들고, 작게 웃으며 이야기하는 그녀.

강시연
“…엄마한테 아직 말 못했어… 말하는 것도… 니가 처음이야… 하하…”

시연은 휴대폰을 들고 조용히 웃었다.

강시연
“…글쎄…6개월은 산다고 하던데, 이제 5개월 남았나…?”

너무도 아무렇지 않게 내뱉은 말.

그 속에선, 모두를 놓아버린 사람의 체념이 묻어나왔다.

강시연
“나도 잘 모르겠어…”

한참을 말하다, 상대방의 말을 듣던 시연은 작게 웃었다.

강시연
“…뭐? 5개월 산다는 걸… 뭐 그리 태연하게 말하냐고?”

풉— 억지 웃음.

강시연
“그러게~ 알았어. 나중에 와.”

그리고— 뚝. 전화가 끊겼다.

시연은 조용히 수화기를 내려놓고 작은 테이블에 기대앉았다.

강시연
“…보고 싶어요.명호씨…”

작은 목소리. 오직 그녀만이 들을 수 있는 말. 그 말과 함께— 참았던 눈물이,조용히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

그 광경을, 병실 옆 복도에서 명호가 듣고 있었다.

시연의 등 너머로 그녀가 뱉은 모든 말이 명호의 가슴을 관통했다.


디에잇(명호)
'...6개월..5개월...'

숨이 막혔다.

그는 조용히 한 걸음 다가갔지만, 손을 뻗은 그 순간— 시연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명호는 그 손을 끝내 뻗지 못하고, 다급히 벽 뒤로 몸을 숨겼다.

그녀가 멀어져 갔다. 지팡이처럼 느린 걸음으로, 병원봉을 끌며 천천히 복도 저편으로 사라졌다.

그 자리에 명호는 그대로 주저앉았다.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며 숨을 내쉬지도 못한 채 멍하니 바닥만 바라봤다.


디에잇(명호)
“…많이 아팠겠다…”

모든 게 이해됐다. 왜 그렇게 날 밀어냈는지,

왜 그렇게 차갑게 굴었는지, 왜 그렇게 떠날 준비를 했는지.


디에잇(명호)
"정말..그런걸까.."

6개월. 이제 겨우 한 달이 흘렀다. 그렇다면… 5개월 남았다.

아니, 어쩌면 그보다 더 짧을 수도 있다. 명호의 어깨가 떨리기 시작했다.


디에잇(명호)
“…나는… 지금 이 사실을 알고도 다시… 다가갈 수 있을까.


디에잇(명호)
붙잡아봤자… 몇 개월 후면 영원히 없어지는 사람이라는 걸 알고도…”

명호는 두 무릎을 안고 고개를 묻었다. 눈물이, 다시 쏟아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