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아픔보다

26.끝이 아니라, 시작을 선택한 사람

병원 복도. 어두운 복도 끝에서

명호는 여전히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

몇 분인지, 몇 시간인지도 모른 채.

고개를 숙인 채 마치 숨을 쉬는 법을 잃은 사람처럼 그저 시연의 얼굴을 떠올리고 있었다.

행복하게 웃던 얼굴. 팔베개에 기대어 잠들던 모습. 고개를 끄덕이며 “기다릴게요”라고 말하던 입술.

밥 먹으며 장난치던 손끝,

“같이 있어줘서 고마워요”라고 속삭이던 목소리… 그 모든 순간이 가슴을 후벼팠다.

그때야 비로소. 명호의 눈빛이 날카롭게 바뀌었다. 고개를 번쩍 들고, 조용히— 하지만 단호하게 입을 열었다.

디에잇(명호) image

디에잇(명호)

“…포기 못 해. 설령… 6개월이더라도.”

***

곧장 자리에서 일어선 명호는 병원 원무과 창구로 향했다.

마감 직전이라 바쁜 창구에서 그는 자연스럽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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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에잇(명호)

“아, 강시연 씨 보호잔데요. 병원비 수납 좀 하려고요.”

직원이 놀란 듯 고개를 들었다.

???

“어…? 근데 강시연 씨는 보호자 없다고 하셨는데요? 관계가… 어떻게 되시죠?”

명호는 눈을 피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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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에잇(명호)

“…배우자예요. 병이 병이다 보니까… 저한테도 숨긴 것 같더라고요.”

그 말에 직원은 놀라며 고개를 끄덕였고, 그는 조용히 카드를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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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에잇(명호)

“진료 상세 내역이랑 결제 처리, 영수증도 부탁드릴게요.”

???

“네,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결제가 이뤄지는 동안, 직원은 조심스럽게 물었다.

???

“저… 근데요.

???

보호자분한테 직접 얘기는 안 하셨겠지만… 지금 상태가… 많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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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에잇(명호)

"안 좋은가요..."

직원은 고개를 끄덕이며 안 좋은 표정을 짓다가 무언가가 떠올랐다며 이어 말한다.

???

“암세포 전이가 좀 많이 됐다고…

???

근데요. 첫 항암치료 반응이 생각보다 좋아서 선생님도 좀 놀라셨어요.”

명호의 눈이 커졌다. 직원은 조심스럽게 덧붙였다.

???

“사실… 이대로면 아주 미비하긴 해도 완치 가능성도 있다고 하시더라고요. 아직 강시연 씨한텐 말씀 안 드렸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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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에잇(명호)

"...."

명호는 잠시 말이 없었다.

결제 완료 후 영수증과 진료 내역을 손에 쥔 그 순간— 주먹이 서서히 꽉 쥐어졌다

시연의 병실 근처로 가끼이간 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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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에잇(명호)

“…시연아.”

그는 벽에 기대며 조용히 입술을 꾹 깨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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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에잇(명호)

“미안해. 정말 미안해. 잠시지만 내가 널 놓으려고 했던 거… 지금 이 순간 가장 후회해."

눈가가 붉게 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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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에잇(명호)

“하지만 이제— 내가 널 절대 포기하지 않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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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에잇(명호)

몇 개월이든, 몇 년이든, 혹시라도 기적이 있다면… 그 기적, 내가 만들어줄게."

명호의 눈빛은 다시 뜨거워졌다.

그 눈빛은, 끝이 아니라 함께 살아내기 위한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