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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기카드] 위로가 필요한 너에게 3 <완료>

4시간 쯤 기다리자 지로의 앞에 차 한대가 멈춰서고 윤기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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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야, 바보야. 어디 좀 들어가있지....! 앓아 누울거냐?!

차에서 내리자마자 젖은 옷차림그대로 밖에 서 있는 지로를 보며 윤기가 버럭 하고 뭐라 하자, 지로는 힘없이 웃었다.

차에 올라타자 따듯해지는 온기에 지로는 덜덜 떨리던 몸을 녹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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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우리집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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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로

응...... 고마워.....

윤기는 축축해보이는 지로의 옷을 쳐다보더니 말없이 차를 몰아 어느 옷가게 앞에 멈추고는 지로를 내리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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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옷부터 좀 갈아입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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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로

괜찮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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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진짜 너 감기걸려. 이미 걸릴것 같긴한데, 그래도 내가 찝찝하니까 제발 갈아입어라.

못이기는척 끌려나온 지로는 대충 아무옷이나 골라서 갈아입고 다시 차에 올라탔다.

윤기를 기다리는 동안 팀장에게도 결과를 전달한 지로였다.

엄청 혼날거라고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팀장은 되려 괜찮냐고ㅡ 고생했다며. 팀원들에게는 자신이 말하겠다고 하고 전화를 끊었더랬다.

깜깜한 고속도로를 달리면서는 자꾸만 내려앉는 눈꺼풀에 지로의 고개가 끄덕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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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좀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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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로

그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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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아아- 괜찮으니까 자.

미안해하며 눈을 부릅뜨는 지로를 만류하며 윤기가 손을 뻗어 그를 눕혀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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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집에가서 얘기하면 되니까 그냥 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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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로

....아...진짜 미안하고.....진짜 고마...ㅇ......

잠에 취해있던 지로는 결국 말을 다 맺지도 못하고 다시 잠이 들어버렸다.

정말.

긴 하루였다.

깔끔한 모노톤의 집에 들어서며 지로가 신기하게 두리번 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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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라면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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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로

어.응.

젖은 옷을 입고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던게 신경쓰이는지 윤기는 뜨거운 국물. 매꼼한것. 이런걸 자꾸 추천하는것 같았다.

오늘 하루 있었던 일을 비롯, 평소 노한정의 대환장 일화들을 설명하며 지로는 울분을 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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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로

때려칠까 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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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돈은 벌어야지.

현실적인 윤기의 말에 지로는 픽,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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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로

그러라고 할 줄 알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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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내가 그만두라고 하면 그만둘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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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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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그렇게 말해주는 거야 쉽지. 근데 그 뒤는 온전히 네 몫이잖아. 너가 감당해야 되는거야. 괜찮겠어?

지로는 말이 없었다.

'온전한 내 몫. '이라는 말에 무겁게 와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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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이 회사 그만둔다고 쳐. 다른데 가서도 또 똑같은 노환장 같은 사람 있으면? 또 그만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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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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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버텨라 지로야-

맥주캔을 쭉 들이키며 윤기가 소파에 기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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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버티는게 이기는거다.

현실적이다. 지독하게 현실적인 조언이라 뼈가 아프다.

지로도 벌컥벌컥 캔을 들어 마른 목을 축였다.

잠시 둘 다 말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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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로

내가 생각한 스물여덟은 이런게 아니었거든.

윤기가 가만히 지로를 쳐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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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로

뭔가, 더 멋있는 어른일줄 알았거든. 뭔가 더 특별한 사람일 줄 알았고. 근데 시발. 뭣도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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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로

일도. 일도 그래. 어렸을때는 꿈을 꾸라고 하잖아. 근데 꿈은 커녕. 뭐 그냥 닥치는대로 취업 원서 넣고 그냥 아무데나 붙어라 제발. 이래서 들어온 회사인거지. 이게 뭐야? 이게 내 꿈이야?

취했나.

어느새 푸념처럼 늘어놓는 헛소리를 윤기는 묵묵히 들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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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로

매직샵이라며. 인생이 바뀐다며. 나한테 뭐 해줄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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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아무것도 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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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로

...에이.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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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특별함이 뭐 별거냐? 평범한게 제일 특별한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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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로

그딴 말 하나도 위로 안되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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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나도 똑같아. 나도 내가 특별한 어른이 될 줄 알았다. 반짝거리는 어른이 될 줄 알았는데 그냥 너랑 똑같은 스물여덟이고. 그냥 이렇게 흘러가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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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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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근데 그냥 열심히 사는거야. 실수하면 다음에 안하려고 노력하고. 후회되면 같은 후회 안하려고 노력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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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세상에 원하던 일 하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어? 다 너처럼 시작하는거지. 근데 그냥 눈 딱 감고 가다 보면 거기서 성과도 내고. 노하우도 생기고. 너만의 길이 만들어지는거지. 그게 특별함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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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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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네가 걸어간 그 길이. 그냥 특별한거야. 너만 걸어갈 수 있는 길이니까.

지로는 손을 들어 얼굴을 덮었다.

뭐야.

뭔데 눈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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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야, 일은 일로만 해! 거기서 뭔~의미를 찾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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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로

.....뭐야....아까는 그게 특별함을 만드는거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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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그니까. 무슨 의미 찾지 말고 그냥 하라고. 거창하게 뭐 일에서 그런거 따지지마. 머리아파.

휘휘 손을 내젓는 윤기는 말에 지로는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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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너 한 40대....아니지. 한 3.4년만 지나도 오늘 이 일 생각하면서 웃고 있을거다. 아~~내가 그때 그랬지. 겁나 쪽팔리게 울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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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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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시간이 지나면 다 웃을 수 있는 추억이 된다 지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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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로

할아버지 같긴.

윤기가 캔을 들어 앞으로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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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아까 평범하다고 하는데 회사 지원할 때 몇백대 일이었다며. 회사에서 몇백명중에 널 뽑은거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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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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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그 회사에 너가 필요해서 뽑힌거야. 그정도면 특별한거 아니냐? 너 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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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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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짠하자.

탕-

그닥 상쾌하지 않은 소리를 내며 서로의 캔이 퉁하게 부딪혔다.

결국 다음날 진탕 열이 오르면서 회사를 쉬었다.

이틀 쉬고 회사에 나왔을때 책상위에 무슨 선물같은 과자들이 소복히 쌓여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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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로

....이게 뭐예요?

"지로씨 쾌유를 비는 선물"

팀장님이 웃으며 말한다.

다같이 야근해서 애쓴 거 물거품으로 만들었는데 선물까지....

머슥하게 웃자 김과장님이 한마디 또 거든다.

"지로씨 그만두면 어쩌나 다들 걱정했다고~~ 그거 PT 못딴거 아무것도 아니야~ 나 신입때는 계약도 막 파토내고 그랬어. 아우 아찔했다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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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한 3.4년만 지나도 오늘 이 일 생각하면서 웃고 있을거다. 아~~내가 그때 그랬지. 겁나 쪽팔리게 울었지.'

윤기가 했던 말이 생각난다.

아아... 저런 그림인건가.

히죽 웃으며 자리에 앉았을때 노대리가 슬금 다가와 무언가를 내밀었다.

노한정

지로씨.....그날 진짜 고생했지......? 미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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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로

.......?

노대리가 사과를???!!!!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올려다보자 노대리가 얼른 받으라는 듯 커다란 포장지를 툭툭 흔든다.

노한정

나 그날 진짜 가려고 햇는데 진짜 타이어 펑크났어. 진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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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로

네......

"그정도면 노대리 엄청 미안한거다 지로씨."

팀장님이 웃으며 편들어주자 노대리가 씩 웃고는 자리에 가 앉는다.

거의 뭐 8절지만한 포장지를 뜯자.

초콜렛이다.

와......진짜 좋은 선물이네.....눈물난다.

기가막혀서 웃음을 흘리자 내 웃음을 본 노대리도 따라 웃는다.

참 한결같다 노대리. 진짜. 노답이다 노답!!!!

그런데도.

전처럼 그가 밉지는 않다.

한창 근무중일때 핸드폰에 톡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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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몸 좀 괜찮아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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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로

💬어. 다행히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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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어찌저찌 의뢰 마지막 날인데 ㅋ 한 잔 할까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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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로

💬좋지. 콜.

지로는 톡을 보내고 기지개를 켰다.

아무것도 아닌 평범한 하루가.

왠지. 특별해졌다.

그냥 오늘은. 기분이 좋다.

[매직샵] - 김지로님의 의뢰가 완료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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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당신은 이 세상에서 꼭. 필요한 존재입니다.

[작가의 말] 마지막 멘트는 지로님이 부탁하셨던 건데- 그 비스무리한 말을 넣긴 했지만. 저말을 딱 듣고 싶으셨던것 같아서 한 번 더 정확하게! 넣었습니다 ㅎㅎㅎㅎ

회사생활 하시는 모든 분들. 화이팅입니다!!!! 진짜 진짜 응원합니다!!!! 힘내십시요!!!!

부족한 글이지만, 작은 위로가 되었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