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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기카드] Not today 3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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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이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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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

.......

며칠째 학교에서 돌아오면 아파트 입구 앞에서 기다리던 윤기다. 이슬은 그런 윤기를 늘 모른척 하며 들어가버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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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이슬아- 아이스크림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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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

싫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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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그럼....햄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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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

배 안고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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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핫초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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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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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핫초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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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

........

딱히 핫초코가 땡기는 건 아니었지만 그냥 이쯤에서 용서해줘야 하지 않을까 하는 그런 마음?

슬쩍 뒤돌아보자 주머니에 손을 넣은 윤기가 웃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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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가자. 아저씨가 사줄께.

테이블 위에 핫초코와 커피가 담긴 쟁반을 윤기가 놓으며 앉자 이슬은 빤히 윤기의 커피를 바라보다 불쑥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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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

커피 마셔봐도 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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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어, 마셔봐.

슬쩍 커피 한모금을 마셨던 이슬이 얼굴을 찡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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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

우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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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맛없냐?

히죽 웃으며 묻는 윤기는 어른이다.

커피보다 핫초코가 더 맛있는 자신은 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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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오늘은 짜증나는 일 없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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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

맨날 짜증내고 그러지 않거든요-

입술을 삐죽이며 대꾸하는 이슬을 보며 슬쩍 웃은 윤기는 시원한 아이스커피를 쭉 한번 마시고는 빨대로 얼음을 휘휘 저으며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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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나 중학교 1학년땐가. 2학년인가. 아빠가 죽어버렸으면 좋겠다고 공책에 쓴 적 있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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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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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아빠랑 사이가 되게 안좋아서. 아빠한테 제대로 칭찬도 들은 적 없고. 그냥 엄하시기만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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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그날도 뭣때문인지 모르겠지만 화를 내고 나가셨는지. 아무튼 너무 짜증이 난 거지 나도. 아~~그냥 저딴 새끼 사라져버렸으면 좋겠다. 죽어버리지 그냥. 막 그런 말 쓰고 있었던거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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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

근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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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근데 아빠가 그걸 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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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

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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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엄청 또 화내고 그러실 줄 알았는데 방으로 오라고 하시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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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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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너가 나 싫어하는 거 안다고. 근데 아무리 그래도 이런말은 쓰는게 아니라고. 아무말도 못했지. 그랬더니 그냥, 가보라고 하시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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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

.....그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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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응. 그게 끝. 그때 너무 죄송하고 민망하고 뭐 그런마음에 아빠 얼굴을 제대로 못봐서. 무슨 표정이셨는지 기억은 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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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

대박이었네 아저씨도.

이슬의 말에 윤기는 그냥 조용히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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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지금 생각해보면. 아빠도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몰랐던거 아닌가 싶어. 자기가 죽어버렸으면 좋겟다는 말을 쓴 아들한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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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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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근데 그 뒤로도 뭐 크게 달라진 건 없어 아빠랑 내 관계가. 아빠는 여전히 똑같이 화를 내고. 나는 여전히 여기가 지옥이라고 생각하며 살았지. 딱, 고등학교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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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

스무살 되니까 괜찮아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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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어. 신기하게. 아빠는 더이상 공부하라는 말을 나한테 안하고. 그러면서 그냥 자연스럽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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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

.....신기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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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부모님도, 너랑 겪는 일들이 처음이잖아.

이슬은 가만히 턱을 괴고 윤기의 말을 들었다.

윤기도 반대편 턱을 괴며 이슬을 마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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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그래서 부모님도 잘 몰라. 너한테 사과하는 법. 혼내는 법. 달래는 법. 그래서 우리 아빠도, 그때 그냥 그렇게 말하는 것 밖에- 어떻게 할 수 없었던거라고 생각해. 마주하는 모든게 처음이니까.처음부터 부모로 태어난게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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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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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그리고 싑게 안바껴. 근데, 시간이 흐르면. 그러면 다 지나가고. 관계도 그때서야 조금씩 달라지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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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

왜 그럴까요? 안그래도 생각할것도 많고 감정도 복집한데 꼭 그때 엄마아빠랑 부딪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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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너라는 사람이 만들어지는 시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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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

또 어려운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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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네가 어떤 어른이 되느냐가, 그 시기에 결정될거니까. 그래서 민감한거야 부모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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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

하아......진짜 빨리 어른이나 되면 좋겟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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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금방이다-

학교이야기. 친구들 이야기.

윤기의 학창시절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함께 나누며 둘은 카페에서 꽤 오래 이야기를 나누다 밖으로 나왔다.

이슬의 아파트 입구 앞에 도착해 멈춰서며 윤기와 이슬이 마주보았다.

윤기가 새끼 손가락을 이슬의 앞으로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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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죽는다는 말, 이제 안하는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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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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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약속.

말없이 이슬이 새끼손가락을 마주 걸었고, 윤기는 만족스럽게 웃으며 이슬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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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반짝이는 스무살에 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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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

그때 아저씨 몇 살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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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하아.......서른 다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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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

진짜 아저씨네요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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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야 너는 안될것 같냐, 서른다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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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

아저씨보다는 15년 늦게 되겠죠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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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하여간 말대꾸는.

작게 꿀밤을 먹이며 윤기가 한걸음 물러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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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간다,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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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

잘가요, 아저씨.

돌아서는 윤기를 보고 있던 이슬이 한번 더 그를 부르자 윤기가 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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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

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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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윤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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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

버릇없이 굴었던거 죄송해요!

윤기가 웃는다.

크게 손을 흔들어주며.

화이팅! 이라고 두 주먹을 꼭 쥐어보이고는 윤기가 돌아섰다.

화이팅, 너의 10대.

그 긴 터널을 지나면- 더 단단하게 빛나는.

너의 모습이길.

[매직샵] - 이슬님의 의뢰가 완료되었습니다.

[작가의 말] 에피소드 중에 나왔던 윤기의 아빠이야기는 실제 제 얘기예요.....ㅎ 지금도 아빠랑 여전히 어색하긴해요...평생 안풀리지 않을까 싶은데. 제가 아빠랑 말을 잘 못하거든요. 그래도 예전만큼 부딪히진 않더라구요 시간이 지날수록....

지금 관계때문에 힘들어하는 분들, 그 때는 곧 지나갑니다. 힘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