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직샵
[정국카드] 응답하라 1988! <2> 가라뷔님 의뢰




전정국
하아.....

어둠속에서 문 앞에 주저앉은 정국이 내뱉은 한숨에 하연이 푹 고개를 숙였다.


서하연
죄송해요.....도와주시다가 저때문에......


전정국
아.

자신의 눈치를 보는 어린아이가 또 안쓰러워 정국은 다음 한숨은 속으로 삼키며 하연을 쳐다보았다.

이제 어둠에 익숙해져서 제법 주변의 것들이 얼추 윤곽은 보였다.


전정국
몇 살이야?


서하연
열세살이요.



전정국
어리네. 귀엽다, 열세살.


서하연
오빠는요?


전정국
열여덟.


서하연
오와.......


전정국
이름은 뭐야?


서하연
서하연이요. 오빠는요?


전정국
전정국.


서하연
저희 나갈 수 있겠죠?



전정국
.....나갈수는 있겠지.....


서하연
기숙사 점검하면 없으니까 금방 찾으러 오지 않을까요?

기숙사 소등시간 전에 늘 인원점검을 했다.

정국은 문에 머리를 기대며 저도 모르게 한숨을 또 내쉬었다.



전정국
후우.....그랬으면 좋겠는데.



수위아저씨 숙직실로 기숙사 담당 선생님이 들어왔다.

"아이구, 선생님, 오셨습니까?!! 인원점검 끝났습니까??"

"아 내일이 올릭픽 아닙니까?! 애들도 들떠있어서 오늘은 그냥 풀어줬습니다!"

"크~~~진짜 이거 역사적인 순간이지 않습니까? 올림픽을 개최하다니요!!"

1988년. 9월 17일. 서울 88올림픽 개최.

하필 그날은 토요일이라, 금요일 저녁의 숙직실도. 기숙사도. 다들 들뜬 분위기 속에 밤을 맞이했다.


꼬르르륵......

조용한 중에 웅크리고 앉아있는 하연의 뱃속에서 소리가 났다.

하연은 배 위로 손을 올리며 숨을 참았지만 그것과 아무상관없이 뱃 속의 소리는 정직하게 꼬르륵 거렸다.


전정국
아.....배고파?


서하연
....괜찮아요.

괜찮다고 대답했지만 정국은 가방을 뒤적거리더니 빵과 우유를 꺼냈다.


전정국
초코빵이랑 우유 있는데 이거 먹을까?


서하연
......그거 오빠먹어야하잖아요.


전정국
같이 먹으면 되지. 배는 안불러도 먹으면 좀 나을거야.


서하연
.......죄송해요... 계속 민폐만 끼쳐서....

하연의 중얼거림에 정국이 피식 웃었다.



전정국
야, 근데 우리 여기서 못나가면 어떡하냐?


서하연
못나갈 것 같아요ㅠㅠ??


전정국
생각해보니까 하연아.


서하연
네.



전정국
내일이 올림픽 시작이야.


서하연
........


전정국
아무도 우리 없는거 신경안쓸거같아.....


서하연
흐엉....ㅠㅠ 그럼 어떡해요....ㅠㅠㅠㅠㅠ


전정국
이틀. 버틸수 있겠어? 월요일까지.

하연은 갑자기 울컥 올라온 설움에 대답을 못하고 입술을 물었다.

코를 훌쩍이는 소리에 정국이 다급히 손을 뻗어 하연의 등을 다독였다.


전정국
울어??


서하연
그게...갑자기 너무 미안하고 오빠한테ㅠㅠㅠ 무섭고ㅠㅠㅠㅠ


전정국
괜찮아 괜찮아. 어디 뭐 무너진 것도 아니고 창고잖아. 응? 나 괜찮다까 진짜?


서하연
.....훌쩍.


전정국
일단 이거 빵이랑 우유 먹자. 우유 이거는 상하기 전에 빨리 먹어야겠다.

초코빵 반쪽을 크게 잘라낸 정국이 하연에게 내밀자 작은 그녀의 손이 더듬더듬 정국의 손을 붙잡으며 빵조각을 가지고 갔다.


전정국
근데 나 이게 끝인데. 내일도 뭐라도 먹어야 할텐데.


서하연
저 초코바 있어요.


전정국
오 초코바


서하연
진짜 작아요. 이건데.

주머니에서 초코바를 꺼내 보여주자 정국은 기가막혀서 웃어버렸다.

이 상황이 진짜 어이가없다.


전정국
일단 우유를 마시고. 빵을 최대한 아껴서 먹어보자ㅡ 그리고 나서 내일도 혹시 모르니까 초코바랑 빵 먹고.


서하연
네.



전정국
울지말고.

정국의 손이 촉촉한 눈가의 하연의 얼굴을 다정하게 닦아주고 떨어졌다.


서하연
오빠는 동생 있어요?


전정국
아니 형. 너는?


서하연
저는 동생 있어요.


전정국
동생도 여기 학교 다녀?


서하연
동생은 울산에서 다녀요ㅡ 부모님이랑 다 거기 살거든요.


전정국
울산??! 와 멀다. 그럼 여기 너 혼자 와있는거야?


서하연
네.


전정국
외롭겠네. 나도 부산이 고향인데.


서하연
어쩐지. 약간 사투리 억양 있어요.


전정국
이게 잘 안고쳐 지더라고. 10년을 서울 살았는데 계속 이런다ㅡ

가만히만 있으니 조금씩 체온이 떨어지는것 같았다.

정국은 일어나서 덮을 것이 없는지 살피다가 물건을 덮고 있는 커다란 천을 걷어 갖고 돌아왔다.



전정국
하연아, 옆으로 와.


서하연
.......


전정국
밤되면 다 추울수도 있어. 붙어있어야 덜 추워.

정국의 말에 하연이 조심스레 그의 옆에 다가앉자 정국이 바스락 소리가 나는 천을 몸에 둘러주었다.

그렇게 한참을 작게 대화를 나누던 둘이다.

그런데 자꾸만 앉아있는 하연이 어쩔 줄 몰라하며 안절부절 하기 시작했다.


전정국
왜그래, 너 어디 아파?


서하연
ㅠㅠ아니요ㅜㅜㅜ

또 울것 같다.

정국의 손이 하연의 이마를 덮었다.


전정국
열나고 이런건 아닌거 같은데. 왜 그래? 응?


서하연
.......아 진짜 미치겠다ㅠㅠㅠㅠㅠ



전정국
말해. 괜찮아.

하연은 우물쭈물하며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서하연
........싶어요.


전정국
응??? 뭐라고???

정국이 얼굴을 더 가까이 귀울이며 하연의 앞으로 귀를 바짝 갖다 댔다.

모기같은 그녀의 목소리가 떨리듯이 흘러나왔다.


서하연
흐엉....ㅠㅠㅠㅠ 화장실가고싶어요 오빠.......ㅠㅠㅠㅠㅠ





[작가의 말] 어찌합~~~니까~~~ 어떻게 할까요~~.....

임재범의 고해 첫 구절입니다 ㅋㅋㅋㅋㅋㅋ 어제 필받아서 80.90년대 노래 엄청 들었네요 ㅋㅋㅋㅋㅋ

좋은 노래는 정말 시대를 초월하는 것 같아요. 우리 방탄옵 노래처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