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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진카드] Fix you (3) - 완료

끼익-

옥상문을 열고 들어오면,

까만 하늘이 익숙하게 펼쳐지고.

늘 내려다보던 바닥이 아닌 고개를 돌려 위를 보면.

물탱크 있는 곳에 걸터앉아있는 석진과 마주친다.

언제나 같은 시간에 늘 있는 건 아니지만 가끔. 그곳에 그가 있었다.

석진이 이율을 내려다보며 웃는다.

이쪽으로 오라는 듯 옆자리를 톡톡 가볍게 두드리는 석진의 손짓에 이율은 사다리를 붙잡고 올라가 그의 옆자리에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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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오늘은 어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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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율

그냥. 똑같았어요ㅡ 하루. 오빠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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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나도. 춤연습하고 노래연습하고. 밥 먹고. 똑같았지.

석진과의 대화는 늘 잔잔해서.

고저가 없는 파도위에서 둥실거리는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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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율

오늘 어떤 애가 인사해 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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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어떤 앤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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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율

반장인데요. 예뻐요. 그래서 애들이 다 좋아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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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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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율

며칠전부터 가끔 말 걸어주더라구요. 내가 불쌍해보였나.

작게 웃으며 말하자 석진이 이율이를 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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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그래서 싫었어? 동정받는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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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율

.....음.....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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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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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율

그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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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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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율

좋은 마음이......쪼끔. 더 많은것 같아요.

석진은 이율이를 가만히 바라보다 미소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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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그 한명을 시작으로, 점점 더 친구들이 알아줄거야.

석진의 말에 수줍게 웃는 이율의 뒷목을 석진이 안마하듯 주물럭거리며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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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율

아야, 아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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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아 미안 ㅋㅋ 애들 이렇게 하는게 습관이 되서.

끅끅 웃으며 석진은 손을 거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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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너는 혼자가 되어봤으니까, 혼자가 된 애들의 마음을 잘 알아줄 수 있고. 또 그걸 견뎌냈으니까 그만큼 더 단단해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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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그래서 아마 나중에는 친구들이 지금보다 더 많이 널 좋아해줄거야. 마음이 단단한 사람은 의지가 많이 되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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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율

.....그런가요....?

석진에게는 모든걸 다 이야기했다.

아빠의 연애사실도. 그래서 가끔 집에 들어오지 않으시는것도. 학교에서 왕따당하는 것도.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던 자신의 밑바닥을.

전부다. 쏟아냈다.

그걸 들어주는 사람 역시 그 마음이 편치 않을거라는 걸 알지만.

열다섯의 이율이에게는 자신안에만 가득차있던 무언가를 덜어낼 곳이 필요했다.

너무 무거워서. 너무 버거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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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율

가끔요. 오빠한테 문득 미안해질때 있어요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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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나?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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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율

이런 얘기, 좋은얘기가 아니잖아요. 괜히 말해서 오빠가 신경쓰는거 아닐까하고.

작아지는 이율의 목소리에 석진이 가볍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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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내가 그렇게 깊이 생각하는 성격이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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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너 얘기를 듣는다고 내가 뭐 해결해줄 수 있는것도 아니고. 그냥 아 그렇구나. 하는거지. 내가 어떻게 널 또 100프로 이해하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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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그냥 듣고. 기억하고. 그게 다인데 뭐. 아 그렇구나. 이율이는 이런 상황이구나. 이런 생각을 했구나. 그게 다야. 나 안 심각한데?

언젠가 뛰어내리려는 손을 잡아 끌어주었던 것 처럼.

그는 늘 무거웠던 기억을. 마음을. 가볍게 만든다.

그냥 별 거 아닌 일.

깃털 처럼 후- 불면 날아가 버릴 일.

바람이 불면 산들거리며 흩어질, 그런 일.

무거웠던 마음은 그렇게 한 번 더 그의 웃음과. 그의 말들로 가벼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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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율

오빠같은 어른이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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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아- 큰일나는데 나같은 어른되면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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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율

멋있어요. 제 키다리 아저씨예요. 15살에 만났던 키다리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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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그래. 내가 키 더 클께.

농담인것 같은 그의 말에 웃어주지 못하고 어색하게 하하...소리를 내자 석진이 혼자 웃음이 터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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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율

연예인하면 여자친구 못 사귀겠죠? 당분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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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여자친구? 응. 나는 그럴건데. 팀이니까. 뭔가 나때문에 걸림돌이 되는게 없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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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율

다행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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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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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율

제가 나이들때까지 오빠한테 아무도 안생길거니까요

이율의 말에 석진이 쳐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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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율

저 오빠 1호팬 할거예요.

이율이 그렇게 말하며 메고온 작은 가방에서 연습장을 꺼내 펜과 함께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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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율

사인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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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아직 사인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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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율

그냥 오빠 이름이라도. 나중에 오빠 유명해지면 더 기념일거예요. 사인도 없었던 시절의 김석진을 만난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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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어, 방금 너 그냥 내 이름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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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율

헐. 네. 죄송합니다.

사과하는 이율을 모며 석진이 멋적게 웃더니 펜을 들어 그냥 이름 세글자 "김석진"을 적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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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율

은퇴 언제 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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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하, 야, 아직 시작도 안했는데 은퇴얘기하는거야?

이율은 석진의 이름이 적힌 연습장 뒤에 자신의 이름을 적어 북 찢어 석진에게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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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율

그럼 40살. 오빠 40살에 만나요 ㅎ 그때 저 33살이니까 결혼하기 딱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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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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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율

히히. 그때 다시 만나면 우리 기억하려나요-?

이율이 석진을 보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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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율

저 멋진 어른이 되서 기다리고 있을께요. 짱 멋진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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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진

음.....그럼, 나도 멋진 아이돌이 되어볼께.

지나가는 우리의 겨울.

나의 열다섯. 그의 스물 둘.

막연하게 그려보던 우리의 미래. 멋진 어른.

7년 후, 2021년 2월24일.

컴퓨터 영상으로 나오는 방탄소년단의 노래를 들으며 과제를 하던 이율은 클로즈업된 석진의 화면을 보며 미소지었다.

나는 지금, 당신을 처음 만났던, 그때 당신의 나이 22살이 되어있고.

마음이 단단한 22살이다.

어엿한 대학생이 되었고.

그때 오빠가 했던 말대로, 내가 어려움을 겪어봤기에, 그 마음을 헤아려주고 싶은 어른이 되고 싶어서 사회복지과를 전공했다.

우리가 약속한 오빠의 마흔살까지는 아직 10년이 더 남았고. 나는 그때 더 멋진 어른이 되어있기 위해 오늘도 최선을 다해 하루를 살아봅니다.

🎵Light will guide you home(빛들이 너를 집으로 인도하고), And ignite your bones(너의 뼛속까지 따듯하게 비춰줄 거야).

🎵And I will try to fix you. (그리고 내가 널 고쳐볼께)

[매직샵] - 이율님의 의뢰가 완료되었습니다.

[작가의 말] - 좀 늦었어요ㅠㅠ fix you 노래 덕분에 오늘의 매직샵이 완성된것 같아요 ㅎㅎㅎ 이제 드디어!!!매직샵의!!! 마지막 의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