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직샵

1. JIMIN: 단거 좋아해? (1)

색이 바랜 금색 문 손잡이를 밀자 청아한 종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커피 로스팅을 한 듯한 꿉꿉한 냄새와 갓 구운 빵냄새, 향긋한 차 냄새가 나를 안으로 끌어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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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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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안녕하세요.ㅎㅎ 여기 자주 지나가신 분 맞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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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아..네...ㅎㅎ

그가 나에게 밝게 웃어주었고 나는 그의 해맑은 소년같은 미소에 덩달아 오랜만에 내 입꼬리를 올렸다.

눈웃음이 이쁜 그 소년은 친절하게 나에게 무엇을 마실 것인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그리고 지금까지 왜 지나치기만 했는지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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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카페같은 사람 많은 곳은 잘 안 다녀서요...시끄러운거 싫어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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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여기는 그 쪽이랑 저밖에 없는걸요. 그니까 맘 편하게 있어요. 여기는 그 쪽을 위한 공간이거든요.

나만을 위한 공간이라니 의심스럽지만 일단 창가 자리에 앉았다. 그는 조용히 내 주문대로 커피를 내리고 있었다. 카페 내부는 한옥처럼 단아하면서도 고딕 양식의 성당처럼 화려했다.

마치 유리정원처럼 키보다 한참 큰 유리창이 아침의 햇빛을 머금어 카페 내부를 은은하게 빛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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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그...단거 좋아해요?

아까의 통성명 덕에 나는 그에게 자연스럽게 말을 놓을 수 있었다. 그의 볼은 마치 부드러운 실크에 밝은 코랄색 염색약을 물들인듯 불게 상기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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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지민이도 단거 좋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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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아,저는 쓴것만 아님 좋아요.ㅎㅎ

그는 여전히 어린 소년처럼 웃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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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는거 이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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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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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예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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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누나도 웃는거 이뻐요. 천사같아...

속이 울렁거릴 정도로 오그라들고 어색했을 법한 대화 에도 우리는 웃으며 편하게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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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커피는 주셔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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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금방 갖다 드릴께요.ㅎㅎ

그 소년은 작은 손으로 자신의 얼굴보다 한참이나 클 것 같은 나무 쟁반을 능숙하게 들고 왔다. 밀크폼이 가득한 캬라멜 라테에는 달달한 흑설탕이 눈 내리듯 뿌려져 있었고,그 옆엔 직접 구운 듯 한 분홍빛 버터쿠키가 벚꽃잎모양으로 접시에 놓여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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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메뉴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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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햇빛 때문인지 밤하늘에 별이 빛나듯 거품위의 흑설탕이 빛을 내며 반짝이는 것 같았다. 이 넓은 공간에 혼자 자리하고 있음에도 전혀 쓸쓸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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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마시고 이상하면 말 해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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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신기했다. 한번 홀짝였을 뿐인데 이별의 슬픔도 서러웠던 마음도 거품 아래로 가라앉아가는 흑설탕처럼 밑으로 밑으로 녹아 내렸다.

내가 놀라서 잔을 내려놓고 그를 빤히 쳐다보자 그 소년은 무슨 문제가 있냐는 듯 고개를 갸우뚱 하고는 웃을 뿐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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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약...들은거 아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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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그냥 평범한 캬라멜 라테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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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어...게다가...

내 입꼬리는 내려갈 생각이 없는듯 옅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어느 때 보다 달달하고 따뜻했으며 부드러웠다. 지난 날의 아픔이 다 잊혀진 듯 무채색이었던 암울한 나날이 수채화처럼 밝게 물들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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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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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맘에 드나봐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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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잔을 반만 비우고 나는 가방에서 붉은 양장노트와 만년필을 꺼내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이별 이후 외로움과 슬픔에 잠겨 열지 않았던 나의 원고 노트였지만 이젠 매일 열게 될 것 같은 느낌이었다.

함께 준 버터 쿠키는 옅은 체리향이 나면서 가게 앞 벚꽃나무를 떠올리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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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맛있어요?

그 소년이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궁금했는지 컵을 닦으며 내 앞자리에 앉았다. 반짝이는 애쉬 브라운의 머리칼에 남색 앞치마에 검은 바지와 흰 셔츠를 받쳐입은 그는 허리가 얼마나 얇은지 허리끈을 두번 둘러 묶고 있었다.

그의 앞치마에는 필기체로 'MAGIC SHOP'이라 여러 별광 행성들로 수놓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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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ㅎㅎ 아주 마음에 들어...근데 이렇게 맛있으면 손님이 많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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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내가 말 했잖아요.여기는 누나를 위한 곳이라니까요?

의심했던 그 말이 진짜인것 같다. 이 넓은 장소에 나와 그 소년만 자리하고 있었다. 주변에 있는 카페들은 점심시간의 회사원들로 가득했기에 시끌 벅적 했지만 이 곳은 다른 행성에 있는 것처럼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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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밖에 사람들은 여길 안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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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여긴 누나한테만 보이는 장소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