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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JIMIN: 단거 좋아해? (2)



박지민
여긴 누나한테만 보이는 장소에요.

세상에 그런 곳이 있을리가 없다.단 한 사람에게 보이는 장소라면 그 것은 환각일 것이다. 나는 이상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그를 쳐다보았다.


나
나 한테만?


박지민
네.ㅎㅎ

그는 집게 손가락과 엄지 손가락으로 가볍게 접시 위에 놓인 버터쿠키를 집더니 조금씩 깨물어 먹었다.


나
잠깐. 그대로 있어봐.


박지민
네?

내 한마디에 그 소년은 초현실주의 작품처럼 가만히 있었다. 내가 숨은 쉬어도 된다 말하자 그제서야 웃으며 조금씩 숨을 내쉬기 시작했다.


박지민
나 그려요?


나
응, 선물로 주려고. 마침 햇빛이 조명같길래.


박지민
아...그럼 가만히 있을께요.ㅎㅎ

작은 필통속에서 나는 하얀 지우개가 달린 붉은 연필을 꺼내들었다. 소년의 눈동자도 내 연필을 따라다녔다. 흰 종이에 머리카락 한 올 한 올 옮기다 보니 30분이 지났다.


나
볼래?


박지민
네!

그 소년은 자신의 모습을 차근차근 들여다보았다. 조금씩 올라가는 입꼬리와 얇게 길어지는 눈꼬리가 그가 행복함을 알려주었다.

나는 조용히 캬라멜 라테를 홀짝이며 그가 내 그림을 다 볼 때까지 기다렸다. 그가 페이지를 넘기다 멈춘 순간,나는 눈치챘다. 그 소년이 내 과거를 읽고 있었다.


박지민
우와...누나 글 진짜 잘쓰네요?


나
그거...읽지 말아줘.


박지민
아,알았어요.

남들 같았으면 '왜?'라고 먼저 물었을 말에 그는 '알겠다'고 대답해줬다. 진짜 이 곳이 나에게만 보이고 나를 위한 공간이라면, 지금 내 눈 앞에 있는 소년과 계속 함께하고 싶다.


박지민
작가에요?


나
작가 였었어.

내가 턱을 괴고 창 밖을 내다보자 그 소년도 나와 똑같이 턱을 괴고 창 밖을 내다봤다. 가게 앞 왕벚나무가 꽃잎을 떨어뜨리며 초록빛으로 물들어 가고 있었다.

갑자기 무릎위가 뜨끈하더니 몽실몽실한 털뭉치 같은게 잡혔다.


나
고양...이?


박지민
아, 슈가.ㅎㅎ 누나가 마음에 드나봐요.

푸른 눈을 가진 러시안 블루 한마리가 내 무릎 위에서 고르릉거리고 있었다. 나는 자동으로 그 고양이의 머리를 긁어주었다.


나
이름이 슈가야?


박지민
네.ㅎㅎ


나
오...귀엽네.


박지민
근데 누나 여기 몇 시간 있었죠?

그 소년의 표정이 심각해 보이길래 나는 2시간이라고 솔직하게 답해주었다.


박지민
아...2시간...30분 남았다.


나
뭐가 30분 남았는데?

나는 다급히 짐을 챙기고 쟁반위에 놓인 냅킨으로 남은 버터쿠키를 쌌다. 그러자 그 소년은 일어서있는 날 카페 밖으로 밀어 내보냈다.

곧이어 그는 싱긋 웃으며 손을 흔들더니 미안하다는 말이 아닌 다음주에 보자는 말을 하고는 문을 굳게 닫아버렸다.


나
으악!...아...

한 시도 오차 없이 나는 바닥에 손목을 부딪혔고 손목을 다쳤다. 남은 버터쿠키는 다행이 남아 있었고 나는 힘겹게 일어났다. 운동 부족과 영양 부족으로 마른 내 몸은 종이인형 처럼 바람에 살짝씩 흔들렸다.


나
근데 왜 30분 남았다는 거지...?

내가 쏟아진 짐을 주으려던 순간 누군가 내 노트와 책들을 집어 주었다.그리고는 한쪽 팔로 껴안더니 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김태형
괜찮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