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직샵
4. HOSEOK: 덥죠? 이리 와요.(1)


어제의 그 경험들은 마치 꿈같았다.


하나의 작은 태양같은 어린왕자와,


한 떨기 매혹적인 검붉은 장미같았던 그들은

마치 소설속에나 나올법 할 정도로 비현실적이었다.

근데 오늘도 그 곳에 갔을땐...

어젯 밤, 잠을 설친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어제보다 조금 이르게 그 가게 앞으로 향했다.


나
아직..안 열은건가...?

출근하는 사람들이 하나 둘씩 모여드는 오전 8시쯤, 문이 열렸고,붉은머리의 소년이 기지개를 켜고 나오며 거리 입구에 입간판을 세우더니 이마에 송글송글 맺힌 땀을 닦으며 나에게 말했다.


정호석
후아- 날이 참 덥죠? 이리 들어 와요.


나
저요...?


정호석
그럼 그 쪽 말고 다른 사람 있나요?


나
아...


정호석
이쁘죠ㅎㅎ

그는 15살 순수한 어린 인어공주의 미소처럼 해맑고 이쁜 미소로 웃고 있었다.


나
혼자서 관리하기 힘들지 않아요? 수족관만큼 큰데...


정호석
관리보다는 관심을 주는거죠. 예쁘잖아요...ㅎ


나
아,그...구경만 하고있기는 미안한데...메뉴판이라도 주실래요?

내가 말을 끝내자마자 그 소년은 메뉴가 적힌 종이가 끼워져 있는 하늘색 플라스틱 보드를 내밀었다.


나
고마..워요.


정호석
별 말씀을요. 다 고르면 말씀해주세요.


나
네ㅎㅎ (낮마다 '카페'..밤에는 '바'란 말이지...?)

신기하다. 시간마다, 날짜마다 나타나는 가게의 주인과 인테리어, 분위기가 바뀐다.


나
이거 맛있어요?(검지 손가락으로 푸른빛 음료 사진을 가리킨다)


정호석
저도 몰라요. 이게 맛있을지 맛 없을지 아는 사람은 그 쪽 밖에 없으니까요.


나
아...그렇군요.

무언가

더 알고 싶어졌다.


나
(그래도 일단 가게에 발을 들였으니까-) 이거로 주세요.

나는 추천메뉴라고 적혀있는 것을 골랐다. 다른 이유는 없었고 그저, 내가 고등학생때 여름마다 마시던 블루레몬에이드랑 굉장히 비슷해 보였다.

그는 내 앞에 놓인 메뉴판을 가져가더니 조금 시간이 지난 뒤에 블루레몬에이드를 한 잔 내주었다.


정호석
마셔보고 안 달면 말해주세요. 신거 좋아하면 적당한 정도니까.

이상하다.

그 때 그 블루레몬에이드를 그대로 가져다 준 것 같다. 그럴리가 없다는 생각에 다시 한 모금 마셔보았지만 결과는 같았다.

분명히 그 때 그 여름. 학교앞에서 마셨던 그 파란색 에이드의 맛이다.


정호석
혹시 뭐 잘못됬나요?

나는 어안이 벙벙하져 멍하니 그를 쳐다보았다.


나
이거...뭐에요?


정호석
뭐가요? 아, 혹시 처음 마셔봐요?


나
아뇨, 그냥... 뭔가 익숙해..

내가 그 소년과 눈을 마주치려던 그 순간 갑자기 눈 앞이 푸른 바다빛으로 변하더니 흰 모래사장과 에메랄드빛 바다가 펼쳐졌다.


나
...? 바다?


정호석
바다 좋아해요?

나는 소년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소년은 내 손목을 잡더니 바다로 향해 달려가려는 듯 몸을 틀어 바다로 향했다.


정호석
내 손목 꽉 잡아요, 알았죠?

내가 대답을 하기도 전에 소년은 이미 달리기 시작했고 그렇게 나는 푸르른 바닷물에 몸을 적셨다. 햇빛이 반사되어 튀어오른 물방울들이 아쿠아마린 조각 같았고 소년의 머리는 더욱더 붉은 루비 같이 빛났다.


정호석
어때요? 시원하죠?


나
네. 시원하네요 ㅎ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갈수록 내가 입고있던 흰 원피스가 바다에 적셔지며 진한 아쿠아색으로 변했고 파도를 연상시키는 레이스가 장식되었다.

내가 바다를 보며 멍하니 쳐다보며 더 깊이 들어가고 있던 그 때, 호석은 내 손목을 잡아당겼다.


정호석
무슨 일 있어요?


나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