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과의 마지노선
49화] 울지 않을줄, 알았다. <2>



어두운 집 안,

전자기기들이 웅웅거리며 돌아가는 소리와, 집 밖 차들이 지나다니는 조금 거슬리는 소음이 한데 어우러진,


...고요한 그 곳,




벌컥

벌컥–



전정국
.....



저벅_

_저벅

저벅_



별안간 서재 문을 열고 나온 정국이 거실 불을 켰다.



순식간에 환해지는 시야와,

눈에 들어오는 몇가지 식기들.


간단하게 몸을 푼 그가 부엌으로 걸어가 설거지를 했다.


설거지를 한 후에는 빨랫감을 모아 세탁기를 돌렸고,

섬유유연제 덕에 뭉실뭉실한 향이 나는 마른 빨래는 차곡차곡 개켜 찬장에 넣어놨다.


적막한 집에는 즐겨쓰던 향초를 피워놔 눅진한 분위기가 가라앉게 했고,

아마 한 두번, 장을 보러 나갔다. 간단한 찬거리를 사왔고, 그렇게 아무렇지 않은듯이,


.....사실 이렇게라도 살지 않으면 정말 버티지 못할것같아서,



회사에는 연휴를 내놓은 상태였고, 사실 얼굴을 들고 회사에 들어갈 입장은 아니였으니까.


이렇게 하루종일 잔잔한것만같은 일상을 즐기면서도 결국 버티지 못할때는 술로도 밤을 지새웠다.

어슴푸레 또 해가 뜨면 나른해지는 몸에서는 무언갈 어떻게 해볼 의지는 나지 않았고,

그렇게 텅 빈 자신을 다잡고, 당연한듯 샤워와 면도를 했으며,

탈탈탈 돌아가는 세탁기 옆에 기대 잠에 들었다 깨어난 날에는 애석하게도 밤에 잠이 오질 않아 무의미한 몽상속에 있어야 했다.


원래도 의미없는 일상이였지만 더욱 의미없는 일상의 연속이다.

아니, 후회만큼 의미없는 일은 없다 했던 말처럼 그저 후회로 잠식되어가는 일상인가


매 순간 숨이 찼고, 눈앞은 뿌옇게 덧칠해져있었으며, 귓가에서는 웅웅거리는 소리가 쉽사리 떠나질 않았다.




전정국
.......


전정국
.....((빈 술잔에 술을 가득 따른다


속절없이 차올라가는 옅은 갈색빛깔의 액체가 투명했다.

붉은, 아니, 조금은 텁텁한 노을이 짙게 내리깔리는 지금 마치 저 술잔 안에서 유영하고 있는 느낌이다.








윤여주
.......



















윤여주
.....하아...



윤여주
....((무릎을 말아 얼굴을 묻는다




나도 이젠 모르겠어


가슴이 뭉근하게 녹아내리는듯한 느낌이였다.

찐득하고 끈적한 초콜렛처럼 마치,


녹았다 굳었다 반복한 감정이 결국 이도저도 아닌 모양으로 남아 그 흔적을 묻히는것같았다.



금방이라도 터져버려 초라하게 나부낄것만같은 감정 속에, 우습게도 나는

울지 않을줄, 알았다.


나올 눈물따위는 없었으니까.



툭

툭–



백시혜
((장롱을 뒤져 옷가지들을 전부 캐리어에 집어넣는다.




백시혜
하아, 후....



백시혜
...이정도면,. 됐겠지


백시혜
.......


사실 이게 맞는건지, 모르겠다.

그저 도피로밖에 보일수도,


자기 방 안에 있는 생필품들을 전부 캐리어에 집어넣은 시혜가 정돈된 방 안을 둘러보았다.

...혹시라도 필요한게 있으면 거기서 사면 되니까.



드르륵

드르륵–


조용한 집 안에 캐리어의 바퀴 굴러가는 소리가 낮게 울렸다.

벌써 두번째 겪는 일임에도 뭐가 그렇게 가슴이 찔리고 부풀어오르는지.



두어번 주위를 살피며 밖으로 나온 그녀가 익숙한 실루엣에 잠시 멈칫했다.





백시혜
........


시혜/부
....

시혜/부
...시혜, 야.. .....너 지금,..


백시혜
.....


시혜/부
어디가는거냐..! 해도 다 지는 마당에,

시혜/부
...그리고, 그 큰 캐리어는 또 뭐냐, 응..?


백시혜
아빠가 생각하시는거 맞아요.


백시혜
..나 9시 비행기야.

시혜/부
너....!


시혜/부
며칠간 방에만 틀어박혀있던애가.. 겨우 나와서 할 소리냐? 외국을 가겠다고?


백시혜
...아빠 나, 이제 애 아니에요. 이정도 컸으면, 남들은 다 자기 인생 사는데.. 나도 못할건 없잖아



백시혜
....나 친구중에 미국에 사는 걔, 걔랑 연락했어. 지낼수 있는 방 알아봐준다고 했으니까 거기서 살면 돼. 아빠,

시혜/부
..그, 약아빠진 새끼랑 아직도 연락을 하면서 지냈다고?!


백시혜
아빠!!



백시혜
......


백시혜
...이제 그만 해, ..나도 그만뒀잖아. 아빠도 이제 그만...

시혜/부
......


백시혜
...흐, ..하.....


캐리어를 잡은 손잡이를 더욱 꽉 다잡은 그녀가 자신의 앞에 서있는 그를 지나쳐 대로변으로 걸어갔다.

지금은 충동적이라고 느낄수 있겠지만, 이 선택이 내가 한 선택중에 가장 나은 선택이였길


입술을 꾹 다문 체 달려오는 택시를 잡아타는 그녀의 뒷모습을 그가 가만히 바라보았다.


시혜/부
........



저벅_

_저벅

저벅_



윤여주
......


윤여주
.....((두리번



종종걸음으로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이 유독 많이 보이는 주말 저녁의 거리.

카페 주인인 혜정과 나눈 대화창을 여러 번 반복해서 읽어내렸던 그녀의 시선이 갈피를 잡지 못하고 헤매었다.




차혜정
ㄴ걔가 저녁시간이 괜찮다고 해서, 저녁먹는걸로 하려는데 괜찮아?



차혜정
ㄴ아, 뭐 먹을건지 물어보네. 역시 연락처를 주는게 낫겠지?



차혜정
ㄴ여주씨, 그 어떤건물이냐면 앞에 신호등 있고, 1층에 작은 스튜디오 있는, 그 —



윤여주
.......


윤여주
....9층, 식당..






윤여주
....


입구부터 훈훈한 음식냄새가 가득하다.

사람들이 대화하며 웃는 소리가 귓가에 배경음처럼 들리고, 식기들이 부딫히는 소리가 여러번,

입구에 사람들이 많은걸 보니 대기줄인가...?



윤여주
.....


윤여주
...((두리번


스윽

스윽_


필요한역/??
혼자오셨나요, 아니면 일행이 있으실까요?


윤여주
네? 아... 그, 잘....


???
........


윤여주
......



윤여주
...아뇨, ..일,행이.. 먼저 자리를 잡아놓고 있었네요


윤여주
감사합니다. ((싱긋


윤여주
...


방금전까지 앉아있던 자리에서 고개를 돌려 그녀를 쳐다본 한 남성에, 그녀가 그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조금 구석진 자리.


비어있는 앞쪽 의자를 당겨 앉으며 그녀가 조금은 어색한, 인사를 건냈다.






윤여주
....반갑..습니다.


윤여주
김석진씨...?



김석진
아, 네. 김석진입니다. ((싱긋


김석진
윤여주씨 맞으시죠?ㅎ


조금 어색하게 웃고있을지 모를 자신을 바라보며 싱긋 웃어보이는 남자.

...가벼운 인사치레 후 자리에 앉아 메뉴를 고르는 표정이 짐짓 진지하다.



김석진
여기가 보니까 찹스테이크 맛집이라고 하더라고요


윤여주
아.. 그래요? 그런거 다 찾아보고 오셨구나...ㅎㅎ


김석진
아이, 뭐 대충 보기만 했는걸요



김석진
그럼 저희 찹스테이크 하나랑 파스타 하나 시킬까요? 토마토가 좋으세요 크림이 좋으세요?


윤여주
석진씨 드시고 싶은걸로 고르세요. 아무거나 잘 먹어서,


김석진
...아, 그럴까요? ((싱긋


윤여주
...ㅎ,




윤여주
......

모든 대화가 물 흐르듯이 편안하다.

내 앞에 앉아있는 저 사람은 토마토파스타를 시켰고, 인기가 많다는 화이트와인도 웨이터의 추천에 하나 주문했다.


...흠 잡을데 없는 저녁이다. 미칠듯한 괴리감이 몰려드는,





윤여주
......



김석진
..여주씨...?


윤여주
...! 아,



쨍그랑

쨍그랑–




전정국
...아......



전정국
..으..., 흐..



숨이 달달달달 떨리고 가빠오는게 또 반복된다.

가슴이 불에 덴 듯 뜨거워 미치겠고, 금방이라도 넘어갈듯 헐떡이는 숨은 눈앞을 어지럽게 만들었다.



전정국
((소파에 있는 쿠션을 꽉 그러잡는다.



..누군가, 기댈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그게 누굴지라도,

...이 미칠것만 같은 신기루에서 제발 날좀 꺼내주길,




전정국


전정국





백시혜
.....


지이이잉

지이이잉–



백시혜
.......


백시혜
....?



백시혜
..........


백시혜
.....


김석진
여주씨! 괜찮아요,?


윤여주
..아.... 제가 술잔을, ...


김석진
안다쳤어요? 옷은.. 아, ...다 젖었는데..


윤여주
........



윤여주
...괜찮, 괜찮아요..


윤여주
네, ..신경써주셔서 감사합니다.


김석진
에이, 뭘 이런거가지고...ㅎ, ..그래도 옷은...


윤여주
...말려야죠.. 근데 조금밖에 안튀어서,.. 괜찮아요ㅎ



윤여주
.....







09:41 PM

_저벅

저벅_

_저벅

저벅_






???
....후,



???
......전정국,








작가
이번화도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작가
다음화가 벌써 50화네요... 언제오나 진짜 막연하기만 했었는데..


작가
남은 이야기까지 즐겁게 감상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작가
작중 궁금하시거나 이해안가시는 내용 있으시면 댓글에 편하게 질문해주세요!

작가
작가한테 친추거셔서 팬플 메세지로 보내주시는 분들도 계시더라고요, 가능합니다. :)


작가
가시는 길 짧게나마 손팅.. 꼭 부탁드립니다😊


손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