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과의 마지노선
50화] 당신과의 마지노선



*이번화는 스킨십장면이 다수 존재합니다.

*보기 거북하신 분들은 유의 부탁드립니다.







저벅_

_저벅

저벅_



하얀 복도를 걸어가는 발걸음소리가 낮게 울린다.

앞으로 나아가는 발걸음마저 모래주머니를 단 듯 까끌하고 먹먹해져,

그저 입을 꾹 닫고 조금은 이질적인 현관문 앞에 다다랐다.


그곳의 조명은 오래된건지 조금은 옅게 변해있었는데,

낮게 드리워진 조명이 현관문에 비춰 큰 웅덩이 같은 그림자를 만들었을 때서야,


기어코 그 웅덩이에 낯면을 들이밀고 나서야 꾹 참아왔던 숨이 터져나왔다.


파르르 떨린 체 다분히 깜빡거리는 눈동자와, 어느세 반달같은 손톱자국이 피어오른 손바닥.

불안했던건지 아까부터 자근자근 씹어대던 입속 살은 너덜너덜해진 느낌이 났다.




윤여주
.......


윤여주
....하아...



어쩌자고 일이 이렇게 되어버렸을까

그간 머릿속을 아울렀던 뒤섞인 감정들을 역행하는 기분이다.





윤여주
....


그래. 이건 증오다,


윤여주
전정국,..


결코 묻을수도, 뭉개버릴수도 없는 의미없는 증오.





끼이익

끼이익–



두터운 현관문이 열리며 어두운 집 안이 눈에 들어왔다.

무의식적으로 시선을 돌리다 문득 앞을 쳐다보니,

아마 몇주는 안보고 지냈을 얼굴이 눈 앞에 드리워졌다.




윤여주
.......


전정국
.....



전정국
...와줬네..



어리석게도 나는 그 시간을 그를 잊는게 아닌 그저 손끝으로 더듬어내는 시간으로 보냈지만.



천천히 집 안으로 내딛는 발걸음이 무겁다.

...금방이라도 툭 터져버릴것만같은 그 감정은 가슴을 뻐근하게 만들었다.

그저 두근거려서도, 막연한 죄책감에서도 아닌, 희뿌연 감정.






아무 말 않은 체 그저 현관에 서있는 그녀를 그가 조금 흔들리는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무엇보다 견딜 수 없을것같아 동아줄을 쥐어잡듯 보냈던 문자메세지 하나에 파장된 일이라고는 믿을 수 없다는듯이.


...그녀는 자의와 타의가 엉성하게 얽힌 소개팅에서 오는 길이였다.





전정국
.....


전정국
...들어와,



전정국
나 혼자야.



윤여주
.......


내가 서있는 곳이 단단한 바닥이 아니라 울렁이는 파도라도 된 듯, 멀미처럼 속이 날뛰었다.

아무런 내색 없이 소파에 앉는 동안 그는 부엌 의자에 걸린 옷가지들을 좀 치우는것같았고.



.....

...도데체 어떤 말을 할까


목적지를 찾지 못한 질문이 바닥을 나뒹굴었다.

금방이라도 시큰해질것만같은 눈가를 손가락으로 살짝 긁어내며 뻣뻣한 고개로 그녀가 주위를 둘러보았다.



조금 어둡긴 하지만 은은한 향이 묵직하게 깔린 거실. 불꺼진 부엌과 그곳에서 컵을 꺼내고 있는 그.

..살이 빠진걸까, 전보다는 조금 까칠해진것같은 얼굴에 조금 오래 시선을 머금었다.





전정국
.....((차가 담긴 컵 두개를 갖고 걸어온다



전정국
...잘 지냈어..?


윤여주
할 말이 그거뿐이면 그냥 갈게.


전정국
....ㅎ,


윤여주
......


어중간한 거리를 두고 마주앉은체 내뱉는 말은 다분히 건조하다가도 축축했다.

목구멍이 모래를 삼킨듯이 까끌거려서 그랬을까, 평소보다는 날카롭게 튀어나간 음성에 그가 바닥을 보며 실없이 웃었다.




전정국
...나는 잘 못지냈는데,


전정국
음.. 그냥....


윤여주
....


별 말 없이, 거의 침묵만이 주를 이룬 대화를 이뤄가는데도 숨이 막힐것만같다.

묵묵히 그 공간을 감싸고도는 긴장감에 절로 고개가 빳빳해진다. 아니,


...버려버리지 못한 미련이 그제서야 굳어가는것일까.




전정국
...나 니가 너무 보고싶었어


윤여주
.....


전정국
..이게 그냥 다, 마지막이라 해도, ...마지막이니까. 그래서,


윤여주
야...


전정국
솔직히 말해봐. ..너, 진짜 나 한번도 안보고싶었어?


윤여주
...그런말할꺼면 간다니까. 너 미쳤어?


컵에 담겨 찰랑거리는 차를 잡아들은 그녀가 망설임없이 일어나 싱크대에 부어버렸다.

맞물린 어금니가 아파올만큼 이를 꽉 깨문체,




전정국
.......


감정이란게 참 그랬다.


썩어버린 미련이 마치 고름처럼 넘쳐흘러, 감정의 겉바닥에 버석하게 말라붙은것같이



전정국
((여주를 따라 일어나 부엌으로 걸어간다.



그 감정은 그대로 놔두기엔 걸리적거리며 시도때도없이 간질거렸고,

무턱대고 때버리기엔 너무 아팠다.



뒤를 돌자 언제왔는지 자신의 뒤에 서있는 정국에 그녀의 눈이 조금 커졌다 다시 돌아왔다.

...정말 미치기라도 한 건지 꿈쩍도 않는 애를 기어이 바라보지 않으며.


일렁이는 긴장감에 빠진듯 숨쉬는것조차, 빽빽하게 말라버린 입속에서 버릇처럼 침을 삼키는것조차 모든게 신경쓰였다.

그를 보지 않으려 고개를 돌린 그녀의 어깨에 그가 머리를 기댄것도 그즈음이였을듯 하지만,




윤여주
......!? ..야, ...미ㅊ, 미쳤어..?


윤여주
뭐하는거야, ㅈ,


전정국
..전에는 이렇게까지 안해도 대충 알아주던데.... 그게 거짓말인지 아닌지


윤여주
.....


툭

툭–


분명 힘을 별로 안실었음에도 무의식적으로 뒷걸음질이 쳐지는 발걸음에

식탁과 싱크대 사이, 좁은 공간에 몸을 맞대어 서있는 꼴이 되어버렸다.



저보다 훨씬 작은 품에 몸을 구겨넣는 모습에 숨이 턱 막히다가도 종국에는 나 또한 이상한 감정이 어른거려서,


어깨에 억눌려 바르작대던 숨결과, 조금씩 자리를 찾아 내려와

내 손바닥을 꾹꾹 누르다 쥐어잡는 그의 손이 뜨거웠다. 마치 손톱자국이 난걸 알기라도 하듯,



꾹꾹 눌러담았던 감정이 불시에 터져 울음이 나올것만같았다.

지금 이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다는걸 뼈저리게 느끼면서도, 지금 그만두지 않으면


.....이제 정말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는것도.





어깨에 얼굴을 묻은 그의 숨이 점차 불규칙해져가는것만같았다.

....설마 울기라도 하는걸까,


등 뒤에 닿은 벽이 없었다면 금방이라도 쓰러질것만같은 상황에 어깨쯤에서 울음을 참아내는듯

밭아지는 그의 숨소리가 들렸다.



..아, ...이러면 안되는데..

눅눅해진 숨이 전신을 타고 올라온다.





전정국
.......


윤여주
....


금방이라도 억눌린 감정이 쏟아져나올듯 입술이 달싹거렸다.

그만 고개를 들어 나를 내려다보는 그의 얼굴은 눈가가 붉그스름하게 달아올라있었고,


숨을 옥죄는 긴장감에 미처 크게 들이쉬지 못한 들숨을 끝으로



그의 입술이 내게 맞닿아왔다.



차오른 호흡을 다시 삼켜내며 엉켜오는 혀가 뜨거웠다.

아까까지만 해도 내 손목을 동앗줄처럼 붙들고 있던 그의 손은 어느세 목덜미를 지분거리고 있었고,


맞닿은 뺨이 축축했다. 누구의 눈물일지조차 가늠이 되지 않았지만,



윤여주
.....


윤여주
.....아...


이제는 다시금 닿아오는 입술도 축축하다.



이젠 정말 숨쉬는게 버겁다고 느껴질때쯤 의아하게도 뜨거웠던 입술에 차가운 바람이 덧칠해졌다.

훅 들이쉬는 숨과 동시에 물기어린 뺨 위로 미지근한 눈물이 흐른다.



아까와 모습은 같지만 모양세가 다르다.

뜨거운 숨결이 목덜미를 수놓고, 호흡을 붙잡았다.


격양된 체 내쉬어지는 숨결과 다르게 모아진 물방울이 툭 툭 떨어지는 싱크대의 소음이 괴리감을 자아냈다.

이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잘근잘근 씹어내던 살들은 기어이 입속에서 비릿한 맛을 터뜨렸고,

코에서 맡아지는 습하고 뜨거운 숨들과 무언가 이질적인 샴푸향기, 싱크대의 깎이는 비릿한 향,

.......



윤여주
.....((손을 올려 그의 어깨에 두른다.



전정국
.......


윤여주
....



무언가 몽롱해진 정신에 손 쓸 틈도 없이 몸이 붕 떴다.






분명 침대에 누워있음에도 나락으로 떨어지는것같았다.

허리에 감긴 손이 마치 나를 깊은 구덩이속으로 잡아끄는것만같았다.



아,..

...그래서 더욱 누군가를 붙잡았으려나.





눈물인지 뭔지 모를 미적지근한 액체가 한데 뒤엉켜 침대시트위로 떨어졌다.


천천히, 주위를 검게 물들며 퍼져가는 그 눈물자국이 우리 사랑의 마침표이길,



그저 밤세 빌었다.










...

..

.


손팅부탁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