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과의 마지노선

52화] 이렇게 웃음이 터지는 이유는

부스럭

부스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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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

불 꺼진 집안, 아직 흐트러진 이부자리 옆 거울을 보며 옷매무세를 다듬는 손이 익숙하다.

...시혜와 함께 살던 집보다는 확연히 작아진 원룸,

하지만 항상 머물렀었던 서재보다는 조금 트인 방 안에서 맞는 아침은 언제나 지루하고 텁텁하다.

적당히 싸늘한 아침,

같은 길을 걷는 사람들에 휩쓸려 조금은 달라진 거리를 걸어가는 정국.

사실 기사가 터지고, 얼마 남지 않은 정신머리도 그저 바닥을 기고만 있었을때

이대로라면 정상적인 사회생활은 불가피할것같아 퇴사한 직장에서

다니던 거래처로 이직한지 벌써 몇주가 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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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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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후.. (폰 화면을 슬쩍 쳐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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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

그 집이 팔렸다고,

백시혜가 다 놓아버리고 미국으로 가버린거야 그녀의 아버지의 문자로 알 수 있었다.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전 회사의 회장이자 장인어른,, 이였던

물론 덕분에 저장명을 바꾸는 계기가 되었지만 잇따라 꼬리를 무는 생각들은 전혀 달갑지 않았다.

....그 집이 팔려버렸다면,

..참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마지막까지 남아있던 사람은 윤여주였을거라고.

피차 처음부터 모두가 반기는 만남이 아니였기에, 그 선을 넘은 책임은 서로가 가져가야한다는걸 알면서도

그저 내 행동이 소위, 쓰래기에 불과했다는건... 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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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중얼) ....어쩌자고 이런 생각이나 하는지,

어차피 이젠 전할수도 없을텐데.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저 텅 비어 허상만 가득했던 가슴이 되려 무거워진 기분이다.

...꾹 꾹 눌러담았지만 기어이 터져 흘러내리는 이 감정이 미련이라고?

..그럼 나는 아직까지 윤여주를 사랑하나? 그게 진심이라면,

.....아직까지 그녀를...

알 수 없는 흐름에 이끌려 또다시 질문으로 다다른 생각에 그의 걸음이 천천히 느려졌다.

..그리고 그의 걸음이, 마침내 길바닥에 그대로 섰을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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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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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시발 진짜.. 그 기억이 뭐라고,....

그의 얼굴을 일그러지게 한 건 도대체 뭐였을까,

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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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주

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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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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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주

....

별안간 들린 경적소리에 그녀의 고개가 앞에 있는 도로쪽으로 돌아갔다.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아무렇지 않게 지나가는 차들에

내가 들은 경적소리가 정말 난게 맞을까, 흐릿한 잔상처럼 떠오르는 그 소리야말로 이명이 아니였을까—

하는 유치한 생각이 꼬리를 물 무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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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혜정

여주씨, 이만하면 됐어. 춥겠다. 들어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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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주

네? 아, 네

이만하면 적당한 선에서 끊어냈다고,

마지못해 일어나는듯한 다리와 달리 혜정과 대화를 이어가는 그녀의 말투가 가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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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주

내부가 한산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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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혜정

그치? 몇달전까지만 해도 엄청 붐볐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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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혜정

그래도 이 상태가 일하기엔 더 편하지 않아?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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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주

피식) 가게 매출이 줄어서 잘릴 걱정만 없으면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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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혜정

왜그래– 우리 카페가 그래도 인근 카페 매출액에 비하면 제일 많이 버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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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혜정

ㅎ, 내가 카페가 망해도 여주씨는 꼭 끝까지 안자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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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주

지오씨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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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혜정

걔는 젊잖아—.

적당히 재미있고 실없는 얘기들이 주를 이루는 대화가 계속된다.

나를 편하게 대하며 익살스럽게 웃는 그녀와의 관계나

전보다 나은 사이는 아니지만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지오씨와의 관계도.

이만하면 괜찮다—. 라는 생활에 대한 만족감은 편안하다가도 왜이렇게 껄끄러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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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혜정

자, 커피 한잔씩 마시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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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주

..월급에서 까는건 아니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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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혜정

내가 그렇게 쫌생이로 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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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혜정

지오씨, 정말 그렇게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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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오

월급에서 안까신다면 초코프라푸치노라떼로 시켜도 되겠습니까, 휘핑크림 많이 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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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혜정

어.. 그런건 까야지, 내 자비는 거기까지 허용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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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오

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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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혜정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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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혜정

여주씨는, 또 아메리카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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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주

...아뇨, 아뇨, 어.. 오늘은 달달한거가 땡겨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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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혜정

엥? 여주씨가? 무슨일이래, 입맛이 다 바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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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주

ㅎㅎ, 그러게요. 이 김에 저도 초코.. 프라푸치노로..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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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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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주

싱긋)) 한 번 먹어보는거죠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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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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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오

어, 그럼 사장님 여주씨도 같은거 드신댔으니까 월급에서 안까는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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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오

사장님 맨날 여주씨한테만 관대했으니까, 에이 설마 제것만 빼시진 않겠죠? 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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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혜정

아이, 놔봐, 놔바. 진짜, 어?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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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주

피식))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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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주

.......

이 기분을 어줍잖게 표현해보자면,..

언제 깨질지 모르는 거대하고 단단한 유리바닥 위에 서있는 기분이다.

.....가슴이 막 부풀어올랐다가도,

결국 불안해 마지않는,

_퇴근시간,

가져온 차로 먼저 간 사장님에 버스정류장으로 향하는 걸음이 교차했다.

...같은 길을 걸으면서도 한두번씩 나를 보는 그를 알아챌만도 했지만..ㅎ 모른척 해보며.

이미 버스가 왔다 갔는지 한산한 정류장에서야 나란히 서니 그제서야 그가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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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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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오

...요즘은.. 차 타고 안가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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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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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주

네, 일이 있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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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오

....아,

조심스럽게 물어본 질문과 달리 무덤덤한 답에, 짤막한 대답을 내뱉은 그가 여기저기를 힐끗거리다 다시 내게 말을 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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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오

...아 혹시, ..몇 번 버스 타고가세요? ....얼마있다가 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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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주

저, 101번 버스요. ..한 3분정도 기다리면 온다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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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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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오

—하하, 그러시구나..! 저는 저, 129번 버스..

또다시 싱거운 대답에도 훤히 보이는 그의 모습에 피식, 웃음이 세어 나왔다.

...내가 도데체 뭐라고, ..싶은 생각과 이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에 대한 양가적인 감정이 합쳐진 그런 어지러운 웃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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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오

....저 혹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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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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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오

그, ..이번주 주말에 시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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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나경

오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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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오

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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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주

.......?

스윽

스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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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나경

오빠 일 끝났다면서! 정류장에서 기다리고 있었던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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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나경

영화관 여기서 버스타고 갈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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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오

어...? 어,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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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오

버스 있어, 어, 갈..수는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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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나경

.....?

딱 봐도 일곱여덟살은 어릴듯 한, 앳된 얼굴이 나를 향해 돌아본다.

이 나이 먹었으면 충분히 인지 가능한 상황에, ..아무리 생각해도 그다지 좋진 않는 상황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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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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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주

....ㅎ, ((피식

이렇게 웃음이 터지는 이유는 뭘까,

...

..

.

작가

이번화도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작가

작중 이해안가시거나, 궁금하신 내용은 편하게 댓글에 질문해주세요 :)

작가

가시는길, 한번씩 손팅 부탁드립니다😊

손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