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하켄 다 페펠도문

❦01. 이계

여명이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마치 무의 세계에 서있는 기분이었다. 언제부터 걷고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정신을 차려보니 자신은 앞을 향해 계속 나아가고 있었다

여명이는 걸음을 멈추고 그 자리에 풀썩 주저앉았다. 더이상 나아갈 힘이 없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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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여명

조금만 쉴래

여명이는 이곳이 자신이 살던 공간이 아닌 이계라는 것을 알고있었다. 곧 자신이 가는 곳이 천국일지 지옥일지 결정이 나겠지

자신의 죽음이 안타깝냐 물으면 아마 여명이의 답은 아니요가 될 것이다. 신자로 모든 이에게 관용을 배풀었고 모든 이는 이걸 당연히 여겼기 때문에 이미 여명이는 지칠대로 지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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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여명

이제..... 오빠가 내 뒤를 이어 영황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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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여명

차라리 잘된 일이야. 나보다 그 자리는 오빠가 더 어울리니

여명이는 다시 일어나 걷기 시작했다.

얼마나 걸었는지 모르겠지만 아마 시간은 한참 지났을 거라 추측을 하고 걸었다. 몇날 며칠을 걸어도 배가 고프지도 다리가 아프지도 졸리지도 않은걸 보니 이계는 이계인가 보다라는 생각을 하며 걷고 또 걸었다

그 순간. 누군가 여명이를 툭 밀었다

???

잘해보아라 신의 아이여. 내 너를 가엽게여겨서 한 번의 기회를 더 줄게. 내 권능을 이용해서 말이지. 그러니 나에게 고마워하길 바랄게

여명이는 몸이 딱딱하게 굳은 기분을 느끼며 아래로 휙 떨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분명 이계여서 평지만 있었을 텐데 갑자기 나타난 그 커다란 구멍에 빠져 떨어지다보니 정신이 아득해져만 갔다.

여전히 하얀 그 세상 속 여명이는 점점 배고픔을 느끼기 시작했고 곧이어 밀려오는 잠의 파도에 침체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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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여명

으으

여명이는 몸이 서서히 가벼워지는 기분을 느끼며 천천히 눈을 떴다. 그리고 눈을 뜨자 펼쳐진 익숙한 환경에 흠칫 놀랐다. 이계는 처음인지라 지금 이 상황이 혼란스러울 뿐이었다.

지금 그녀는 자신이 죽기 전 그 방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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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여명

이계에서는 자신이 그리운 공간을 보여주나?

충분히 그럴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을 했지만 이상한게 한 둘이 아니였다. 지금 촉감도 후각도 미각도 시각도 청각도 모두 느껴졌기에, 자신의 배고픈 욕구가 느껴졌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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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여명

........ 이계가 원래 다 이런가?

기다리다 지친 여명이는 결국 식당으로 가기 위해 일어났다. 이러다 정말 배고파서 죽어버릴 지경이었으니깐

풀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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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여명

.......?

그러나 이 몸둥이는 오랜만에 일어났는지 힘없이 풀썩 주저앉았다. 마치 오랫동안 잠에 빠진 상태였던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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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여명

뭐야..... 나 오래 잠들었나?

이 감정을 어찌 그리 잘 아냐고 물어본다면 여명이는 10년 전 이와 소름끼칠 정도로 똑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답할 수 있을 것이다

익숙한 기분을 느끼며 여명이는 침대를 집고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원래 고기를 왕창 먹을 생각이었다. 10년 전 그때와 똑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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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여명

기분이 쎄하니깐 스프를 먹어야겠다. 음 빵에 푹 적셔서 먹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물론 다른 음식을 먹고싶었지만 10년전 그렇게 먹고 탈이나 고생고생을 한 기억이 나서 찝찝하지만 피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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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여명

마치 지금 죽지도 살지도 않은거 같아

솔직히 말해 여명이는 지금이 상황이 퍽 마음에 들었다. 죽지도 살지도 않은 듯한 이 기분이

살아서 하고싶은거 다 할 수 있고 죽어서 남들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니 여명이는 지금 이 상황이 퍽 마음에 들었다. 보고싶은 사람을 만나지 못한다는 것은 마음에 걸렸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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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여명

읏차

여명이는 침대를 집고 팔을 부들부들 떨다가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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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여명

후.....

겨우겨우 일어난 그때 여명이는 거울을 바라보았다. 거울 속에는 옛된 얼굴의 소녀가 서있었다. 벚꽃을 연상 시키는 분홍머리와 붉은 입술. 죽기전 자신에게서 보지 못한 생기어린 눈빛을 한 그 소녀는 마치 자신의 10년 모습을 보는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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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여명

오랜만이네 이 모습

여명이는 자신의 머리를 만지작 거리다가 침대에 풀썩 몸을 맞겼다

결국 식당으로 가는 것을 포기하고 침대에 푹 기대는 방법을 선택한 것이었다. 배는 미친듯이 고팠지만 별다른 방법이 없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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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여명

이 몸뚱아리로 뭘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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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민현

| 그래서, 여명이는 아직이야?

밖에서 들리는 익숙한 목소리에 여명이는 문쪽으로 고개를 휙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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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여명

오빠?

-

| 예, 아직 깨어나지 못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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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민현

| 쉿

밖에선 조용히하라는 듯 지시를 내린듯 하고 곧바로 숨소리하나 나지 않았다. 그러나 이계는 이계인지 여명이에겐 그 소리가 들렸다. 아주 선명하게

곧이어 문이 천천히 끼익 소리를 내며 열리고 익숙하고 보고싶었던 얼굴이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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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여명

오빠다.... 진짜 오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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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민현

여명아?

그 목소리의 주인은 바로 자신의 오빠, 황민현이였다. 그리운 감정이 터져나왔고 곧바로 여명이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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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여명

흐흡....흑..... 오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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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민현

ㅇ...여명아!

민현이는 당장 달려가 여명이의 눈물을 닦아주며 울먹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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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민현

우리 공주 일어났어?

여명이는 눈물을 흘리면서 민현이를 향해 방긋 웃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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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여명

응!

여명이는 씩씩하게 대답하고 민현이의 품에 폭 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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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여명

보고싶었어 오빠

분명 자신이 안고있는 친오빠가 진짜가 아니라는 것을 안다. 여명이는 3차와 4차 제약이 걸리는 대신 죽은 자신의 친오빠를 살렸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품은 또 왜이리 따뜻한지. 정말 자신이 다시 10년 전으로 회귀한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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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여명

'정말... 회귀를 한거라면... 내 소중한 것들을 지킬 수 있고 즐길 수 있을텐데....'

이계는 처음인지라 지금 이 상황이 낯설었다. 책에 나와 있는 것처럼 무욕을 느끼지도 아무런 감정이 들지도 하다못해 기억이 지워지지도 않았다. 다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이계가 자신을 다시 살고싶게 만든다는 사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