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사람 친구

05. 체리 블라'썸'

남자 사람 친구,

제 5화. 체리 블라'썸'

치, 웃기고 있어. 그런 작업 멘트에 넘어갈 줄 알았다면 단단히 착각한 모양ㅇ…

…은 무슨. 완전히 넘어가지. 선수야, 박지민 이거.

윤여주

…웃기지 마-.

뭐가 그렇게 좋은지 실실 웃으며 여전히 나를 향해 시선을 두고 있는 박지민. 얘 왜 이러지, 진짜.

윤여주

너 할 거 없어?

박지민 image

박지민

응. 없어.

지금 내가 무슨 말을 하는 줄도 모르겠다. 괜히 더워지고… 마음 싱숭생숭해지고, 대화를 어떻게 이어나가야 할지 막막한 느낌?

색다른 기분이었다. 원래 누구랑 이야기할 때 이렇게까지 막연한 느낌은 아니었는데.

그렇게 얼렁뚱땅 아침 시간이 지나가고… 1교시가 체육이라 바로 체육복 갈아입고 호다닥 뛰어왔다.

번호순대로 줄 서서… 선생님 기다리고 있는데, 아니나 다를까 농구공이 담긴 카트 들고 오는 우리 반 체육부장.

윤여주

…설마, 농구해?

여자애들이 서있는 곳에서는 각종 야유가 쏟아져 나왔다. 물론 나도 포함. 아 농구 재미없는데.

그 중에서도 용기 있는 여자애가 체육 부장한테 물었다. 야, 우리 농구 하냐?

전정국 image

전정국

어. 2학기는 농구랑 배구만 한대.

애가 땀에 젖은 채로 들어오길래, 운동했나? 생각했는데 아침에 학교 오다가 운동장에서 농구하고 있는 모습을 본 것 같기도….

근데 그건 둘째치고 진짜 절망이다. 유일한 낙인 체육 시간에 진짜 노잼인 농구랑 배구...

뒤이어 체육 선생님이 들어오시길래, 시끄럽던 분위기가 한순간에 적막으로 가라앉았다.

"정국아, 준비운동시켜."

···

오늘은 농구 첫 시간이라, 자유롭게 연습할 시간을 주신댔다. 농구공 하나 들고 바닥에 통통 튕기면서 농구 골대 앞으로 걸어가면… 내 옆으로 모이기 시작하는 여자애들.

"이걸 진심 우리가 왜 해야 해."

"이번 체육 시간도 재미있긴 글렀구나~"

윤여주

…그러니까.

체육 선생님은 어디 간 건지 모르겠지만 사라져 있고… 여자 애들은 하나같이 싫다는 표현하면서 바닥에 주저앉아있다.

동그랗게 앉아서 나는 저쪽 편에서 남자 애들 하는 거 보고 있는데…

내가 미쳤나. 이상하게 어느 순간부터 박지민 직캠 마냥 박지민만 보고 있는 거야...

그도 그럴 만한 게, 진짜 독보적으로 잘한다. 몸 진짜 잘 써. 어떻게 사람이 저러ㅈ…

윤여주

…윤여주, 제대로 미쳤군.

나 약간 변태 같은데? 속으로 생각하기 무섭게…

눈이 마주쳤다.

심지어 날 보면서 아까 그때처럼 활짝 웃는데… 아 정말이지, 내 심장이 난도질당한 것…

어라라? 지금 나한테 가까워지는 것 같은데.

어어...? 진짜네? 나한테 왜 와... 왜 오는 ㄱ

마침내 내 앞에 멈춰선 박지민. 나를 한동안 내려다 보고만 있더니 이내 내게 말했다.

박지민 image

박지민

나랑 같이 연습 해.

윤여주

내가… 너랑?

최대한 당황하지 않은 척. 음 그냥 도도한 여자인 척… 그래, 그러ㅈ

박지민 image

박지민

얼른.

…은 무슨. 얘가 손 내미는 것부터 나는 홀린 듯이 넘어가 버렸어. 냅다 얘가 내민 손잡고 일어섰다.

후하후하. 윤여주 심장 정신 차려. 아니야, 뛰지 마. 아니 뛰어야 하긴 하는데 진정해. 적당히 뛰란 말이야.

그런 내 손 잡고 다른 골대로 향하는 그였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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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여기서, 공 넣을 수 있어?

윤여주

…아니.

태어나서 농구공을 잡아본 적이 없어, 나는.

박지민 image

박지민

아까 공은 잘 튀기던데.

윤여주

그거야…! 기본이랄까.

내가 말만 하면 얘는 웃어…. 내가 말 잘못했나 다시 곰곰이 생각해 보게 된다니까.

그런 나를 빤히 바라보더니, 자기가 먼저 시범 보여주겠다며 멀리 떨어져 있으래. 공 맞으면 아프다고.

그래서 내가 숨죽인 채로 박지민한테만 시선 고정하고 있으면… 골대 보면서 바닥에 공 튀기더니 자세 잡고선 골대를 향해 던지는 그였다.

당연히… 공은 깔끔하게 골대를 통과.

윤여주

오… 잘 하네!

윤여주

…근데 난 못 하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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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뭘 못 해. 이리 와.

내가 들고 있던 공 두고 오라길래, 안 굴러가게 잘 두고 그에게로 다가가니까 제 공을 내게 쥐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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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그냥 하고 싶은대로 던져 봐.

윤여주

공을 어떻게 잡는데?

박지민 image

박지민

그런 것까지 알려줘야 하냐-.

내 말이 어이없다는 듯이 푸스스 웃더니 또 해줄 건 다 해준다. 나한테 가까이 와서 손수 자세까지 잡아주고.

그 덕에 윤여주… 농구공은 더이상 눈에 안 들어온다.

윤여주

나… 던진다?

그냥 얘가 말한 대로 정말 아무렇게나 던졌다. 당연히… 공이 들어갈 리는 없었고.

바로 그 후에 아무 말 없이 공을 가지고 내 뒤에 서는 박지민…. 심박수가 최고치에 다다른 순간이었다.

윤여주

…너 뭐하려ㄱ

내가 말을 하기도 전에 뒤에서 농구공을 들고 제 두 팔로 나를 안아오는 자세를 취하는 그에, 한껏 어깨를 움츠렸다.

물론 안는 게 아니라는 걸 알고 있긴 하지만, 나 윤여주한테는 이런 사소한 것들도 설렌다고...

그런 내 마음을 알긴 하는지, 내 어깨 너머로 고개를 가까이 하고선 설명에 열심인 박지민.

이건… 너무 어색하다 싶어 고개를 돌렸는데, 얘도 나를 보고 있던 터라 진짜… 살짝만 움직여도 서로에게 닿을 지경이었다.

윤여주

…….

상체를 살짝 뒤로 기울이는데… 그 와중에 뒤에서 소리치는 남자애들. 무슨 일 있나 싶어 뒤 도려는데, 뒤에서 둔탁한 소리가 들렸다.

"아, 미안!"

농구공이 내 뒤로 날아온 모양이었다. 그걸 아무렇지도 않게 제 한 팔로 막아낸 박지민이었고.

여전히 너무 가까운 거리였는데… 이 거리에서 그 누구도 먼저 떨어지려고 하질 않았다는 게… 미쳤어 진짜๑>ᴗ<๑

날 내려다 보는 얘 특유의 무심한 듯한 표정에 심장 터지는 줄 알았다, 윤여주….

++본격 윤여주의 박지민 덕질기.

++완전 벚꽃처럼 분홍빛 썸 타고 있어요, 얘네. 자기들만 몰라, 서로 좋아하는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