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사람 친구

12. 널 좋아하는 나는

전정국이 선생님께 있는 그대로 증언을 한 후에야 지민이는 교무실을 벗어나 교실로 돌아올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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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왜 기분이 안 좋아-

윤여주

응? 그래 보여?

사실 무척이나 기분이 좋지 않다. 죄 없는 사람을 단순한 추측으로 인해 가해자로 확정지어버리는 학교란!

윤여주

나 괜찮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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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아닌데…. 윤여주 기분 안 좋은데.

급기야 내 통통한 볼따구를 부여잡고 제 눈과 내 시선을 맞추는 그에, 더 당황했다. 뭐 이렇게 예고도 없이…

윤여주

무슨 소리. 네가 있는데 내 기분 안 좋을 이유가 뭐 있어-

헐. 나 방금 고백 비슷하게 한 거 맞지? 작게나마 중얼거리니까 얘는 생글생글 웃는다. 아~ 내가 네 덕에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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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윤여주.

윤여주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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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고마워.

점점 붉어지는 그의 뺨과 갈 곳 잃은 그의 시선이 얼마나 웃긴지. 이런 진지하고 낯 간지러운 말도 할 줄 알았던 거야?

윤여주

뭐야…ㅋㅋ 갑자기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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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아니 그냥 뭐.

내가 자꾸 시선 맞추려 들면, 오히려 더 멀어지는 박지민. 이런 모습마저 귀엽게 보이면… 짝사랑 중증인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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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나 믿어줘서… 고맙, 다는 말이지.

윤여주

으응~ 뭐 이런 걸로 고마워 해!

윤여주

앞으로 나한테 고마울 일 엄-청 많겠다,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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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앞으로도 많이 고마워 하면 되지.

윤여주

진짜지? 그때 그때 고맙다고 표현해 줘.

안 그럼 나 상처 받아. 시무룩한 표정 흉내냈더니 그제서야 내게 시선을 둔 지민이 웃었다.

앞으로 내게 고마울 일이 많겠다고 말한 건 진심이다. 내가 널 좋아하기 시작한 이상, 앞으로 마음을 기꺼이 쏟아 부을 예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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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이따가 끝나고 꼬맹이 밥 사서 가자.

윤여주

아 참, 밥 다 떨어졌지.

좋아! 해맑게 소리치며 ‘일부러’ 말간 웃음을 지어보였다. 조금이라도 예뻐 보이게. 이게 바로 매력을 뽐내는(?) 스킬이랄까.

누군가를 좋아하는 경험을 겪어본 사람들은 다 알테지만, 그 누군가에게 예쁨받으려면 가식적인 모습도 보일 수 밖에 없는 노릇이다.

그런 내 작전이 통했는지, 곧바로 내 머리 쓸어주는 지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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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귀엽네.

하교 시간. 잠시 정국이와 이야기를 하고 오겠다는 지민이에, 나는 먼저 운동장으로 나와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뒤에서 들려온 익숙한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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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희진

야, 윤여주!

윤여주

힉.

뒤늦게 머리카락으로 얼굴을 덮어보지만… 등에 전해지는 센 타격감에 절로 곡소리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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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희진

어쭈, 너 자꾸 나 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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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희진

이제 짝을 찾았다 이거ㅈ…! 우읍.

급하게 희진의 입을 틀어막은 내가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말했다. 좀 조용히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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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희진

아 왜, 내가 틀린 말 했어?

윤여주

그건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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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희진

허, 인정 하는게 더 나빠. 기지배야.

윤여주

…미안.

사과는 또 왜 해. 어이 없다는 듯이 웃은 희진이 내 어깨를 툭툭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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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희진

그래서, 진도는…?

윤여주

아, 뭔 소리야 진짜.

윤여주

네가 생각하는 그런 거 없거든? 완전 건전해!

으응~ 윤여주 순진해 빠져서는. 희진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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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희진

그렇게~ 서로 좋아하는 티를 내는데 대체 고백은 언제 한담.

희진이 급기야 팔짱을 끼더니 먼 산을 쳐다봤다. 신세한탄을 하듯이.

윤여주

고백은 무슨… 아직 그렇게 친하지도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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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희진

야, 그게 친한 게 아니면 난 친구 없다.

윤여주

그리고 또… 어?

윤여주

오로지 내, 일방적인 짝사랑이잖아….

희진이 다시금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마치 내가 눈치도 지지리 없다는 듯한 메세지를 보내는 느낌이었달까나.

윤여주

무튼 너는, 설레발 좀 치지 말아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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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희진

이 세상 사람들한테 물어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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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희진

이 상황에서 내가 하는 말이 설레발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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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희진

사실을 토대로 올바르게 추측한 건ㅈ….

말이 되는 소리를 좀 해, 넌. 말을 하는데 어째… 희진의 반응이 시원찮은데다가 다른 곳을 보더니 표정이 얼어붙었다.

말하다 말고 어디를 보나 싶어 뒤도려는데… 그러기 무섭게 내 어 위로 얹어지는 팔 하나.

윤여주

…!

익숙한 체향과 익숙한 무게감…(?) 짐작이 가는 누군가의 정체에 입이 떨어지질 않았다.

천천히 고개를 옆으로 돌리니… 역시나 예상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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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민

네가 일방적 짝사랑이라 말하면, 널 좋아하는 나는 뭐가 돼.

+ 윤여주 심장 박살❤️‍🩹

++ 여러분 안녕 오랜만이에요 많이 기다렸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