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두각시

00. 그저 꼭두각시 일 뿐

거미줄에 엉켜 아무리 발버둥 쳐 봤자 소용이 없다고 했던가.

피어나는 두려움과 온몸을 덮치는 공포심에 빠져나오려 안간힘을 써 봐도,

결국은 이 끈적거리는 거미줄과의 질긴 인연에 휩싸이게 되겠지.

거미의 먹잇감이 되고 말 거야.

아무런 기억도 나지 않았지.

내가 알고 있는 것은 단 하나, 난 스무 살의 여성.

그리고 새롭게 알게 된 것 하나.

변백현

넌 그저 내 꼭두각시 일 뿐.

변백현

반항하면 죽일 거야, 알겠지?

000

어째서죠?

변백현

글쎄, 어째설까?

배를 부여잡고 미친 듯이 웃으며 뒤로 넘어가는 그는, 미친 광대마냥 제정신이 아니었다.

변백현

더럽고 추한 우리나라, 먹이사슬의 관계에 얽히고 섥혀 꼼짝도 못하는 불쌍한 놈들 -

변백현

.. 그 불쌍한 게 너다, 이 말이지.

내가 먹이사슬의 맨 아래 계층이라고?

000

난 누구고, 여긴 어디며, 당신은 누구죠?

변백현

네 궁금증 따위 내 알 바 아니야.

변백현

그냥 넌 내가 하라는 대로 뭐든지 하는 꼭두각시라고, 응?

살며시 웃는 순한 얼굴로 다가와, 이내 나의 손과 발을 묶는다.

왜일까, 묶이면서도 반항을 할 힘조차 나지 않는다.

000

풀어줘요.

변백현

발버둥 쳐 봐, 출구는 점점 좁아질 테니.

부드러운 흰 색의 천이 내 두 눈 앞을 가린다.

이윽고 그가 무언가 알 수 없는 가루를 내 입에 강제로 털어 넣는다.

변백현

내일 봐.

그리고, 난 또 한 번 정신을 잃는다.

" 그저 꼭두각시 일 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