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두각시
02. 싸이코


도통 오지 않는 변백현과 되돌아 오지 않고 흐르는 시간에 슬슬 지쳐있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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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심ㅅ.. 어?

저 각진 듯 뭉툭한 모서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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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모컨?

은근 허술한 구석이 있는 변백현이었다.

TV 리모컨을 들고 난 한참 고민했다.

혹시 이걸 틀자마자 변백현이 들어와서 들키는 건 아닌지,

TV를 틀면 변백현에게 알림이 가는 건 아닌지.

뭐 때문에 그렇게 TV 보는 걸 싫어하는지, 그러면서 뭐하러 이렇게 큰 걸 샀는지 의아했다.

결국 난 참지 못하고 전원을 켰다.

그리고 그 화면엔 음악방송이 나오고 있었다.

MC1
..이죠? 그럼 다음은 자칭 슈퍼스타! 그 분의 순서인데요~

MC2
맞습니다~ 한국에서 모르면 간첩! 아시아 뿐만 아니라 지구를 뒤흔드는 화제의 그 분이 오늘 컴백을 하신다고 합니다!

MC1
자 그럼 만나보겠습니다. 변백현의 싸이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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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화려하고 검붉은 조명은 모두, 변백현을 위해 존재했다.

수많은 팬들의 함성소리, 공연장을 가득 채우는 아름다운 노랫소리.

맨 몸에 체인을 두르고, 흐트러진 정장을 걸치고 춤 추는 저 사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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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도 안 돼,

누가 봐도 영락없이 너무도 섹시한 저 사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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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사람이 진짜로,

변백현. 우성알파인 나의 주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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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게 진짜 변백ㅎ-

미친듯한 섹시함과 무대 장악력에 말문이 막혔다.


이 사람이 진짜 내가 아는 변백현이라고?


변백현
•• 너로 인해 모든 게, woo

그의 무대를 넋을 놓은 채 응시했다.

멍하니 있다가 곧바로 TV의 검색 기능을 통해 변백현을 입력했다.

수많은 팬들, 화려한 수상 경력.

차트 1위를 달리고 있는 그의 노래까지.

그는 완벽했다.

그의 데뷔 곡 뮤비부터 차례대로 재생을 시켜놓은 후 쇼파에 기대 깊이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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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지?

외모, 노래, 춤, 돈. 모두 가지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그였지만,

어딘가 조금 외로워 보였다.

왜 나를 선택한 걸까?

.. 그는 나를 ' 꼭두각시 ' 라고 지칭한다.

꼭두각시는 그저 실에 매달린 인형일 뿐, 아무도 그 인형을 애지중지하며 아끼진 않을 것이다.

그에게 나는, 어딘가 다르게 생각하는 게 없지 않아 있는 듯 했다.

다섯 번 째 뮤비가 끝났을 때 쯤.

그때, 우려하던 일이 발생했다.

변백현
나 왔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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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 아 저기••

변백현
.. 너 지금 뭘 보고 있는 거야,

TV속 흘러 나오는 자신과 내 손에 들려있는 리모컨을 번갈아 훑어 보더니, 빠르게 낚아채선 전원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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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ㅁ -


변백현
내가 뭐랬어.

그가 한 걸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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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보고 싶어서 보려던 게 아니ㄱ -

변백현
보지 말라고 했지.

내 손목을 꽉 쥐고는 더욱 가까이 오는 그가 무서워 손이 벌벌 떨렸다.

변백현
감히 오메가 주제에 알파 명령을 어겨?

당장이라도 눈물이 흐를 것만 같았다. 도대체 이게 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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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밑에 리모컨이 보이길래..

변백현은 무슨 말을 하려는 듯 입을 열다가 이내 고개를 돌리고 손목을 놓아준다.


변백현
.. 다음부터 절대 보지 마.

다르긴 개뿔,

그도 더럽고 추악한, 영락없는 알파일 뿐이었다.

' 싸이코 '